무차별 '문어발'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M&A로 본 5대 그룹의 미래 전략
국내외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열기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글로벌 저성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업을 재편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M&A는 기업에 중요한 일이다. 이에 따라 M&A는 기업 미래 전략을 엿보는 데 큰 힌트가 된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들은 어떤 M&A를 해왔고 M&A를 통해 어떤 전략을 짜고 있는지 가늠해 본다.

2015년 글로벌 M&A 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4조6000억 달러(약 5417조 원)로 그간 최대치였던 2007년 수준(4조3000억 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쉬워졌고 주주들의 수익 확대 압력과 세계시장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등 여러 요인들이 전 세계 M&A를 자극했다.

이런 현상은 해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2015년 한국 M&A 시장은 약 77조 원 수준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거래 건수도 427건에 달했다.

특히 최근의 국내 M&A 시장 주역이 기존 사모 투자 펀드(PEF)에서 국내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수익률을 중시하는 ‘펀드’ 대신 사업성을 중시하는 ‘기업’이 M&A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은 것은 금융 위기 직후인 2008년 이후 7년 만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국 기업 M&A의 가장 큰 특징으로 한 가지를 꼽았다. ‘해당 산업 내에서 각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으로 M&A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의 M&A는 기존의 무차별적인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에서 본업 등 각자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추세다. 대기업들이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주력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에 나서면서 초대형 빅딜이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2016년에도 한국 기업의 M&A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한국 최대의 기업집단들은 최근 어떤 M&A를 추진해 왔고 이를 통해 어떤 미래 전략을 짜고 있을까.
M&A로 본 5대 그룹의 미래 전략
삼성그룹-한국 대기업의 역사는 M&A의 역사다.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38년 창업한 삼성상회가 모태인 삼성그룹 역시 수많은 M&A를 거듭해 가며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병철 회장은 1958년 2월 안국화재(삼성화재), 1963년 동화백화점(신세계백화점)·동방생명(삼성생명보험), 1965년 새한제지공업(한솔제지)을 잇따라 인수하며 그룹을 키웠다. 또 1974년 인수한 한국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초석이 됐다. 이건희 회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이 회장의 지휘 아래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M&A를 잇따라 진행했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삼성그룹은 알려진 것만 12개의 글로벌 기업을 인수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삼성의 M&A 본능은 2010년대 들어 슬슬 발동이 걸리고 있다. 삼성그룹이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한 2010년 이후 삼성전자가 인수한 기업 중 확인된 곳은 모두 15곳이다. 이 중 메디슨·뉴로로지카 등 의료 기기 업체 M&A에 1조 원을 투입한 것이 가장 큰 규모다.
2014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M&A 행보가 더 빨라지고 있다. 물론 이 부회장은 현재까지 ‘사들이는 것’보다 ‘파는 것’에 집중했다. 삼성은 2015년 그룹 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화학’과 ‘방산’ 부문을 아예 없애 버렸다. 삼성은 한화에 화학과 방산 계열사를 2조 원 대에 매각했고 롯데에 나머지 화학 계열사를 3조 원대에 매각했다. 그 대신 2014년 5월 이후 8개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삼성의 인수는 아직까지 ‘스몰딜’이 대부분이다. 최근 인수한 기업들의 목록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1000억 원 안팎의 중소형사들이다. 100억 원짜리 스타트업도 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좀 달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세계적 규모를 갖춘 전자 사업은 기존처럼 지식재산권(IP) 위주의 스몰딜로 가지만 신규 진출한 전장 사업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빅딜’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삼성의 글로벌 기업 인수는 주로 사물인터넷(IoT)·플랫폼·콘텐츠 등 미래 성장 산업이나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됐다. 이 때문에 2016년부터 이 부문의 M&A에 더 적극적으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가 2015년 2월 미국 결제 서비스 벤처기업인 루프페이 인수를 토대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를 탄생시킨 프로젝트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 들어 뚜렷하게 나타난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어 이런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 부품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술력과 인지도를 갖춘 해외 자동차 부품 업체의 대형 M&A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업계 후발 주자인 만큼 영업력과 인지도를 갖춘 선도 기업들과의 격차는 분명히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 부품, 나아가 스마트 카 부문에서는 글로벌 경쟁 업체에 7~8년 뒤처진 편”이라며 “이를 단시간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업체 간 다양한 협업 및 M&A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A로 본 5대 그룹의 미래 전략
현대차그룹-현대차그룹의 M&A는 ‘우직’하다. 현대차그룹의 M&A를 관통하는 것은 단 한가지다. ‘수직 계열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인지 현대차그룹은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빅딜’을 만들어 왔다.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현대건설(4조9600억 원)과 현대라이프(2391억 원)를 사들인 것이 좋은 예다. 특히 2015년 3월에는 동부특수강(2943억 원)을 계열사로 품으면서 그룹 내 철강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했다.

현대차그룹의 M&A를 뜯어보면 자동차를 중심으로 건설·철강 등이 핵심이다. 1998년 12월 진행된 현대차의 기아차 M&A는 현재의 현대차그룹을 만들어 낸 사례로 꼽힌다. 이후 현대차는 2004년 한보철강 당진공장 인수에 이어 2006년 INI스틸을 현대제철로 사명을 변경해 출범시켰다.

이 중 철강이 특히 눈에 띈다. 현대차는 주요 자동차 기업 중 유일하게 자동차용 강판을 자체 개발,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2015년 인수한 동부특수강을 합류시킴으로써 국내 최대의 제철사 포스코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한 사모 펀드 관계자는 “현대차의 M&A는 대부분이 완성차 제조에 필요한 수직 계열화를 목표로 이뤄졌다”며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강판과 부품 관련 계열사의 수직 계열화는 현대차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2016년 현대차그룹의 M&A 전략에서 주목할 것은 금융 부문이다. 이 부문은 신규 기업 인수보다 기존의 기업을 재편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현대카드·캐피탈의 2대 주주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현대카드 보유 지분(43%)과 현대캐피탈 보유 지분(43%)을 시장에 내놓았다.

현대차그룹은 2015년 12월 23일 이 중 현대캐피탈 지분 23.3%만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최대 주주인 현대차의 현대캐피탈 보유 지분은 59.67%가 되고 기아차는 지분 20.1%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된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캐피탈 지분 추가 인수를 결정한 것은 자동차 금융 서비스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구매하는 고객 중 상당수가 현대캐피탈을 통해 할부와 리스 등 금융 서비스를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도 역할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현대캐피탈 대출 자산은 25조 원을 넘어섰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부문 M&A에 소극적인 것에는 의문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는 M&A가 활발했다. 현대차와 달리 업계 상위권 업체인 폭스바겐과 르노닛산·피아트 등은 M&A에 나섰고 중국과 인도 업체들도 매물로 나온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흡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수직 계열화’에 지나치게 공을 들이다 보니 본업인 자동차에 대한 투자가 미진했다”면서 “건설과 자동차의 시너지는 아직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M&A로 본 5대 그룹의 미래 전략
SK그룹-SK그룹은 2013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가 ‘백미’다. ‘통신과 정유’라는 그룹 내 양강 구도는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단숨에 ‘통신·정유·반도체’라는 삼강 체제로 거듭났다. 2013년 이후 반도체 경기가 계속 상승세를 타면서 하락 사이클을 맞은 정유 사업과 성장 정체를 맞은 통신 사업의 빈자리가 확실하게 채워졌다.

특히 SK그룹은 2015년 10월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두 달 만에 두 건의 M&A를 성사시켰다. 금액으로 치면 무려 2조 원에 달한다. 2015년 11월 24일 (주)SK는 OCI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및 태양광 등의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 가스인 삼불화질소(NF₃)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가 크고 향후 중국 반도체 업체들로 판로를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반도체 소재 핵심 기술을 보유함에 따라 안정적 가스 공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의 OCI머티리얼즈 인수는 최 회장 경영 복귀 후 둘째 M&A 사례다. 2015년 11월 초에는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SK그룹이 SK텔레콤을 통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방송과 통신 시장에서 큰 파괴력을 발휘하게 된다.

사실 SK는 하이닉스 인수 후 M&A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STX에너지·ADT캡스·KT렌탈 등에 대해 인수에 나섰다가 잇달아 실패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2년간의 공백 끝에 경영에 복귀한 후 SK그룹도 M&A 시장에서 큰손으로 복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M&A를 이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M&A 행보로는 에너지·반도체 등으로 꼽고 있다. 특히 최근 SK종합화학이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 3200억 원의 중간배당을 진행한 것도 M&A 행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건실한 자회사의 이익이 현금 배당이라는 방법을 통해 SK이노베이션으로 모여 M&A를 위한 실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OCI머터리얼즈를 인수한 것처럼 반도체 소재 부문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SK는 이미 글로벌 톱티어(Top-tier) 업체들과 국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인수를 검토 중이고 지분 투자나 사업 제휴 등으로 사업 확장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SK는 2015년 6월 있었던 (주)SK와 SK C&C의 합병을 앞두고 열렸던 애널리스트 대상 간담회에서 통합 이후 경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사업에서의 M&A 가능성을 귀띔했다. 당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SK그룹은 신성장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반도체 소재를 꼽았다. 이 밖에 액화천연가스(LNG)와 제약·반도체 모듈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M&A로 본 5대 그룹의 미래 전략
LG그룹-LG는 M&A에 관한 한 가장 보수적인 기업집단 중 하나다. 특히 규모가 큰 빅딜은 거의 전무했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동부팜한농에 이어 독일 소재 회사 ‘호른슈크’ 인수를 타진하는 등 5000억 원 이상 규모의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 LG그룹이 최근 5년 동안 단행한 20건의 M&A 중 18건이 1000억 원도 안 되는 소형 딜이었다. 그만큼 M&A에 인색했다. 그중 두 건이 3000억~4000억 원 규모였다. LG생활건강이 2010년 4600억 원에 사들인 더페이스샵, LG상사가 2015년 7월 3100억 원에 인수한 범한판토스다. 이 중 범한판토스는 그룹의 방계회사로 오너가 매각 의지를 밝혀 ‘인수해 준 성격’이 강했다. 제대로 된 M&A는 1건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LG그룹은 전통적으로 사세를 키우기 위해 M&A보다 합작을 택하며 신중을 기해 왔다. LG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합작 전략은 리스크가 적지만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에서는 대처가 늦는 요인도 되고 있다.

최근 LG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것은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이 2005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이후 예외적으로 M&A가 활발해진 케이스다. 20건 중 무려 8건을 LG생활건강이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2015년 말부터 마침내 그룹의 주력사인 LG화학이 M&A 시장에 뛰어들었다. 먼저 LG화학이 인수한 동부팜한농이 그것이다. LG화학은 12월 동부팜한농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55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동부팜한농 인수를 완료하면 화학·배터리 사업에 이어 바이오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동부팜한농은 작물 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 종자 시장 1위, 비료 시장 2위 등 국내 최대 농자재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LG는 또 이례적으로 해외 기업 인수도 추진 중이다. 독일의 호른슈크가 그것이다. IB 업계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2015년 11월 유럽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고 독일 소재 기업인 호른슈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예상 거래가는 5억 달러(약 5900억 원) 내외다.

성사된다면 5000억 원 중반대로 예상되는 LG화학의 동부팜한농 인수건과 함께 LG그룹이 최근 5년 사이에 단행한 최대 규모 딜이 된다. 호른슈크는 LG그룹이 전사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사업과 연관이 있다. 호른슈크는 ‘스카이(Skai)’라는 브랜드를 통해 카시트와 차량 내장제 등 자동차 부품 사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전기차용 범퍼와 시트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LG하우시스와 직접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들이 성장 정체에 직면해 있다”며 “LG그룹도 대형 M&A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A로 본 5대 그룹의 미래 전략
롯데그룹-“좋은 기업이 나오면 언제라도 사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밝힌 롯데의 M&A 철학이다. 재계 4위 LG가 M&A보다 자체 성장을 중시하는 기업집단이라면 재계 5위 롯데는 M&A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집단이다.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2010년 1월 이후 2015년 11월까지 국내 30대 그룹의 M&A 현황을 집계한 결과 총 37조7897억 원을 투입해 239개사를 인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M&A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롯데그룹은 21건(7조6377억 원)을 기록했다.

30대 그룹 전체 M&A 실적에서 20.2%나 차지하는 규모다. 이처럼 공격적 M&A를 통해 이제는 유통·식품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사업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위용을 갖췄다.
롯데가 공격적 경영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신동빈 회장 취임 이후부터다.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1조3000억 원)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회사 타이탄(1조5000억 원) ▷하이마트 지분 65.25%(1조2480억 원) ▷KT렌탈(1조200억 원)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까지 조 단위의 ‘통 큰’ 메가 딜도 5건이나 성사시켰다.

식품·유통 중심의 롯데그룹에서 석유화학업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2%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특히 신 회장은 최근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SDI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을 3조 원에 가져오는 ‘빅딜’을 성사시키며 석유화학 사업을 유통·식품과 함께 그룹의 확고부동한 핵심 축으로 장착시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계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내실 중심으로 사업을 꾸려오던 롯데가 2000년대 초반부터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M&A로 성장 위주의 경영전략을 펼치게 된 것은 신동빈 회장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며 “특히 ‘승자의 저주’에 빠졌던 대기업들의 사례가 흔할 정도로 어려운 M&A 시장에서 과감하고 공격적인 자세로 빅딜을 연이어 추진해 온 신동빈 리더십은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보수적 경영 철학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숨 가쁘게 달려왔던 롯데의 M&A는 당분간 쉼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경영권 분쟁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 대 신격호 총괄회장·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다. 양측은 서로간의 ‘경영 실책’을 두고 소송전까지 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이 지금까지처럼 적극적인 M&A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