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조선·기계)·박종대(유통·소비재)·신동준(채권·자산 배분) 2관왕
2015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 결과 일부 부문을 제외하고 큰 이변은 없었다. 지난 상반기 2명의 다관왕과 6개 부문에서 최초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나온 데 비해 이번 조사에선 3명의 다관왕과 3개 부문의 첫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탄생했다. 지난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이들 대부분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7개 부문에서 1위 자리가 바뀌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1위를 한다는 건 분명 남다른 이유가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김현(조선·기계)·박종대(유통·소비재)·신동준(채권·자산 배분) 2관왕
3명의 2관왕 배출…김현, 첫 2관왕 등극
조선·중공업 부문의 ‘절대 강자’인 김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생애 첫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조선·중공업과 기계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해 지난 상반기 2관왕에 오른 박종대·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와 함께 2관왕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조선 업계 사상 최악의 어닝 쇼크와 업황 부진이란 위기 속에서 1위라고 마냥 기뻐할 순 없다”면서 “시장과의 지속적이고 솔직한 소통이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2년 상반기 평가 당시 조선·중공업 부문 2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곤 줄곧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아 온 그다. 하지만 기계 부문 1위는 처음이다. 지난 평가 때에는 3위를, 2014년 상·하반기에는 각각 2위를 기록했다.

기계 부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김 애널리스트는 꾸준히 기업 실적을 업데이트하고 담당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 전망에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선·운송·건설·에너지 등 주요 전방 산업의 이슈들을 통해 개별 기업에 미칠 영향에 집중하는 한편 다른 연구원들과의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2015년 10월 23일 발간한 리포트가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내우외환(內憂外患), 체력검사의 한 해’라는 리포트를 통해 주요 전방 산업의 이슈를 분석하고 개별 기업에 미칠 영향을 전망했다. 2016년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부문으로 방위산업을 꼽았다.

유통과 교육 및 생활 소비재 부문에서 3회 연속 2관왕을 차지한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15년 컨슈머 시장은 유독 많은 이슈가 있었던 해”라며 지난 한 해를 되돌아봤다.

호텔신라·신세계·하나투어·아모레퍼시픽 등 유통과 화장품·레저 업종을 넘나들며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국내에서 박 애널리스트뿐이다. 여러 업종을 동시에 다루다 보니 다른 업종의 사업 간에 얽힌 역학 관계를 풀어내고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올해로 경력 10년 차에 들어선 박 애널리스트는 “컨슈머 업종의 가장 큰 특성은 투자자의 개인적인 생활과 직결돼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화장품처럼 개인적 선호의 스펙트럼이 넓은 업종은 경험과 사실의 간극이 크다. 따라서 경험에 의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2회 연속 채권 및 글로벌 자산 배분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한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하나금융투자 리포트를 따라 매매한다’는 루머가 채권시장에서 돌 정도로 단기 변곡점들과 금리 수준에 대한 정확성과 신뢰도가 상당히 높았다”며 “자산 배분에서 단기적인 변동성보다 중기적인 방향성에 따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전략을 제시한 것이 호평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현(조선·기계)·박종대(유통·소비재)·신동준(채권·자산 배분) 2관왕
부동의 1위 바뀐 보험 부문
이번 조사에서 첫 1위를 기록한 애널리스트의 활약이 돋보였다. 총 3개 부문에서 새로운 1위가 배출됐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부문 정상에 올랐다. 2013년 하반기 평가에서 6위를 차지해 베스트 애널리스트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 후 줄곧 상위권에 랭크됐지만 1위에 오르진 못했다. 지난번 조사 당시 4위에 머물렀지만 이번에 3계단을 껑충 뛰어올라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글로비스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공 애널리스트는 2011년에 신한금융투자로 둥지를 옮겨 ‘여의도 금융맨’으로 탈바꿈했다. 공 애널리스트는 기업을 분석할 때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인 요소에 천착한다. 일례로 인터넷 업종은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춰 글로벌 업종과 비교해 분석한다. 게임 업종은 신작 테스트 일정에 초점을 맞추고 향후 모멘텀에 주목하는 등 단기적인 안목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해당 기업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살핀다.

보험 부문에선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보험 분야의 변하지 않는 ‘넘버원’은 신승현 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였다. 신 전 애널리스트는 업계에 있을 당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가 2015년 옐로금융그룹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되면서 증권가를 떠나자 그의 빈자리를 장효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꿰찼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가 장 애널리스트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것이다. 리서치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 만의 첫 1위다. 1위를 차지한 소감에 대해 강 애널리스트는 “매우 기쁘고 10년을 기다려준 회사에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며 “‘공부하는 애널리스트’를 투자자들이 인정해 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1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리서치센터로 옮겨 2008년부터 보험과 증권을 담당해 온 강 애널리스트는 보험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그렇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작성한 ‘향후 5년간 보험 업종의 키워드(Key word) 가용 자본 확대’는 2016년 발표될 ‘국제회계기준서(IFRS)4-2단계(Phase2)’에 따라 변화될 회계 제도와 회계적 자본 차감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함께 기준서가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투자자들로부터 새로운 내용이라는 평가와 함께 향후 5년간 진행될 제도 변화의 큰 흐름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중국 푸단대에서 세계경제학을 전공한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첫 1위의 영예를 안았다. 글로벌 투자 전략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한 박 애널리스트는 2012년 미래에셋 상하이법인에서 근무하고 지난해 국내에 들어왔다. 중국 본토 금융시장에서 직접 일해 본 경력이 있어 중국 유관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 교류가 활발하다.

박 애널리스트는 “국내 관점이 아닌 중국의 시각에서 이슈를 해석해 영향력을 점검한다”며 “경제와 정책에 대한 접근보다 산업과 기업으로 접근해 투자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에 최대한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4명으로 구성된 신한 차이나데스크에서 일하면서 기업분석팀과 함께 중국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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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집권 이어 가는 3명의 레전드
현대증권 김동원, 대신증권 최정욱,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애널리스트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연승 행진을 이어 오고 있는 이들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1위를 기록해 다시 한 번 해당 부문의 ‘철옹성’이라는 것을 과시했다.

현대증권 기업분석팀 총괄팀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액정표시장치(LCD)·디스플레이의 절대 강자다. 2008년 상반기 조사 이후 16회 연속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법인·국제영업부 동료들이 많은 기관투자가를 접할 수 있도록 세미나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다”며 “특히 해외 가전 전시회, 해외 동종 기업 탐방, 해외 투자자 세미나 등을 통해 얻은 지식을 기업 분석에 활용했고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은행 부문의 ‘영원한 1인자’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09년 상반기 조사 이후 14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경력 14년 차에 접어든 최 애널리스트는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한 점과 각종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영향을 보다 빠르게 분석한 점을 높게 평가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 부문에서 ‘연속 1위’ 기록을 써 내려 가고 있는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1년 상반기 이후 10회 연속 선두 자리를 이어 오고 있다. 그는 “건설업은 매우 시크리컬(cyclical)하고 이익보다 주가가 빠르게 선행하며 정책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변동성이 큰 분야여서 예측이 어렵다”며 “(지난해) 어려운 장이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뉴스도 피하기보다 관련 사안을 정확히 분석하고 제때 코멘트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계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어 마음도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신한금융투자의 이응주 애널리스트(석유화학)와 윤창용 애널리스트(거시경제)도 연속 1위 승수를 9회와 8회로 각각 늘렸다.

한편 이번 조사에선 1위 자리를 재탈환한 애널리스트들이 눈길을 끌었다. 평가 때마다 1위 자리를 놓고 경쟁 상대와 엎치락뒤치락한 애널리스트,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가 단번에 1위에 오른 애널리스트 등이 바로 이번 역전극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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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탈환에 성공한 애널리스트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1년 하반기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한 이후 잠시 자리를 내줬다가 다시 1위에 등극, 2013년 상반기부터 2014년 하반기까지 4회 연속으로 1위를 지켰다. 지난 평가에선 신한금융투자의 최동환 애널리스트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평가에서 보란 듯이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그는 “파생상품의 범위가 넓어지고 확대된 만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올해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여기에 초점을 맞춰 리서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계량 분석(퀀트) 부문에선 박세원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다. 현대증권에 몸담았던 박 애널리스트는 2014년 하반기 평가 당시 1위를 차지했지만 2015년 상반기 평가에선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고려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박 애널리스트는 35세라는 뒤늦은(?) 나이에 보조연구원(RA)으로 애널리스트 업무를 시작했다. 졸업 후 줄곧 전산실에서 경력을 쌓아 오다 돌연 전업한 것이다. 그는 1위 비결에 대해 묻자 ‘부족함(hungry)’을 꼽으면서 모르는 것이 많다며 스스로 몸을 낮췄다.

자동차·타이어 부문에서 2014년 베스트 애널리스트 상·하반기 1위를 석권한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성실함이 담긴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자동차 산업을 글로벌 관점에서 접근,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12개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리포트를 매분기마다 작성했다. 또한 코스피에 상장된 70여 개의 완성차·부품·타이어 업체들을 직접 탐방하기 위해 지방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는 이번 1위 소감에 대해 “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내용을 한번에 제공해 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비결”이라며 “파트너인 신동하 애널리스트의 도움도 절대적이었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
김현(조선·기계)·박종대(유통·소비재)·신동준(채권·자산 배분) 2관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