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증권사로 질주하는 ‘신한’, 맹추격 나선 ‘하나’
2015년 하반기 조사에서 최고의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였다. 신한금융투자는 ‘베스트 증권사’는 물론 ‘베스트 리서치센터’와 ‘베스트 법인영업’까지 꿰찼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로써 5회째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어떤 장점을 발휘한 것일까. 먼저 산업 분석과 투자 전략의 조화가 뛰어났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산업 분석에서 8개 부문, 투자 전략 부문에서 4개 부문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가 전체 35개 부문에서 이뤄지며 이 중 산업 분석 부문이 25개 부문, 투자 전략 부문이 10개 부문이라는 점을 따져본다면 ‘베스트’를 배출한 비율이 거의 일치한다.
리서치센터가 산업 분석과 투자 전략 모두를 잘하긴 힘들다. 해당 기업의 영업 환경 혹은 최고경영자(CEO)나 리서치센터장의 성향 등에 따라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는 그런 것이 없다. 이런 조화는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가 롱런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롱런’ 예상되는 신금투
이 회사의 또 다른 장점은 중견과 신인의 조화다. 신한금융투자에서 ‘중견’이라고 하더라도 업력 10년 정도 수준이다. 다른 리서치센터에 비해 비교적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많다. 하준두(통신 기기)·윤창용(거시경제)·이응주(화학)·김현(조선·기계) 애널리스트 등은 이제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나이지만 이미 수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른 중견 애널리스트가 됐다.
이들은 리더십을 가지고 신인 애널리스트를 육성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어찌 보면 자신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지키기도 힘들지만 이들의 노력으로 비교적 신인급 애널리스트들이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은 결과가 나왔다. 성준원(엔터테인먼트)·허민호(유틸리티) 애널리스트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들은 벌써 2~3회째 베스트 애널리스트 타이틀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최초 1위에 오른 애널리스트 3명 중 두 명이 신한금융투자 소속이다.
이런 탄탄함은 아무래도 리서치센터를 이끄는 센터장의 운영 철학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성과와 이에 따른 보수’를 중시한다. 물론 이런 원칙은 애널리스트가 분발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자칫 조직의 융화가 잘 안 되는 ‘모래알 조직’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양 센터장은 이런 위험을 ‘조직 관리’를 통해 풀었다. 애널리스트들이 맡고 있는 영역에 따라 3~4명씩 ‘팀’으로 묶은 후 이를 이끄는 팀장에게 애널리스트로서뿐만 아니라 한 조직의 장으로서 많은 권한을 줌으로써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높였다.
베스트 증권사 2위를 차지한 하나금융투자는 독주 중인 신한금융투자의 ‘대항마’로 꼽힌다. 두 리서치센터는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은행계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라는 점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은행계 증권사는 시장에서 별 힘을 못 썼다. 이유는 은행업 특유의 보수적 문화가 역동성이 중시되는 증권업 문화와 잘 맞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금융그룹들이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비은행 계열사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트렌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카드나 보험에 비해 성장성이 큰 증권 계열사들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곳이 바로 신한금융투자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하나금융투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나금융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는 프라이빗뱅킹(PB)과 하나금융투자의 역량을 접목해 큰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증권사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리서치센터에 투자했고 불과 1년여 만에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5년 상반기 조사에서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가 신한금융투자 리처치센터를 제치고 ‘베스트 리서치센터’에 오른 게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하나금융투자는 갈 길이 멀다. 리서치센터는 1위를 차지해 봤지만 ‘베스트 증권사’에 오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베스트 증권사에 오르기 위해선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단지 리서치센터의 역량뿐만 아니라 법인영업 부서의 역량도 커져야 한다. 또 신한금융투자와 마찬가지로 ‘산업 분석과 투자 전략의 조화’, ‘중견 애널리스트와 신인 애널리스트의 조화’ 등이 필요하다.
베스트 증권사로 질주하는 ‘신한’, 맹추격 나선 ‘하나’
‘톱니바퀴’ 같은 미래와 대우
최근 증권가의 가장 큰 화두는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합병이다. 두 회사가 언젠가 합병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직접 “양 사의 통합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톱니바퀴’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톱니바퀴 효과는 리서치센터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KDB대우증권은 ‘리서치 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전통적으로 이 분야의 강자였다. 특유의 도제식 교육을 통해 수많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양산해 냈다. 특히 KDB대우증권은 국내 최대 규모의 리서치 조직을 기반으로 산업 분석 부문을 세분화해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성 있는 애널리스트를 만들어 내 왔다. 이들은 KDB대우증권이 강점을 가진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투자은행(IB) 부문에서 큰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과거부터 리서치 부문에서 큰 영향력이 없었다. 글로벌 자산 관리 영업에 집중하는 회사의 방침상 국내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리서치 업무에는 무게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도 최근에는 좀 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비록 1위 애널리스트를 원재웅 애널리스트(증권) 한 명만 배출했지만 베스트 증권사 순위는 9위까지 올라왔다. 특히 투자 전략 부문에서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룹 공채 출신 애널리스트이자 투자 전략가인 류승선 센터장을 중심으로 이미 베스트 애널리스트 경험이 있는 이재훈(시황)·이진우(퀀트) 애널리스트 등 투자 전략의 강자들이 즐비하다. 글로벌 자산 관리를 하려면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가’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즉 쉽게 말해 산업 분석 부문에 강점을 가진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와 투자 전략 부문에 강점을 가진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가 ‘제대로’ 합쳐지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 계산으로도 KDB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베스트 증권사 평가 점수를 합치면 모두 27.15점으로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또 메리츠종금증권도 눈여겨볼 증권사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한국의 증권사 중 수익성이 가장 뛰어난 증권사다. 하지만 이에 비해 리서치센터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차지한 것은 물론 현재 국내를 대표하는 투자 전략가 중 한 사람인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를 리서치센터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 외부 리서치센터장’의 효과는 꽤 컸다. ‘베스트 증권사’ 1위와 2위를 차지한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모두 타사 출신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 리서치센터장(각각 양기인·조용준 센터장)을 영입해 큰 폭의 성장을 했다. 물론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대신증권 등 상위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도 대부분이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