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 중소기업, 성공적 성장의 길
Based on ‘Effective Growth Paths for SMEs’ by Ingrid Wakkee, Marijke Van Der Veen, Willo Eurlings (2015, Journal of Entrepreneurship, 24(2), pp. 169~185)
중소기업, 브랜드 투자가 가장 효율적
연구 목적
‘9988.’ 이는 한국의 중소기업을 의미하는 숫자다. 한국 전체 기업체의 99%가 중소기업, 전체 근로자 중 88%가 중소기업 종사자라는 뜻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이 생산성 악화를 겪게 되면 국가 경쟁력에 타격을 주게 된다. 중소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것은 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그러면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선행돼야 할까. 지금은 작은 기업에 불과한 기업들이 향후 우량 중견기업으로, 나아가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잉그리드 와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부교수,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상공회의소의 마리케 반 데어 빈 고문과 율링스 이사는 ‘기업가 정신 저널(Journal of Entrepreneurship)’에 ‘중소기업, 성공적 성장의 길’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중소기업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어떤 것인지 분석했다.

연구 주제
지금까지 이뤄진 중소기업의 성장에 관한 학계 연구는 중소기업이 성장할 때 필요한 개별 역량·요인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실제로 성장한 중소기업이 어떤 성장 법칙(growth paths)을 기반으로, 어느 정도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연구는 적었다. 즉, 중소기업의 성장 법칙과 성장 수준(growth level)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증 분석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각 중소기업이 각기 다르게 적용하는 성장 법칙에 따라 도달할 수 있는 성장 수준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봤다. 연구진은 중소기업의 다양한 내부 요인을 토대로 공통적으로 나타난 성장 법칙이 무엇인지 네덜란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증 연구를 펼쳤다.

연구 방법
저자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최소 2명 이상 250명 미만의 직원이 재직하는 네덜란드 내 1535개 중소기업의 오너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진은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시행한 시점으로부터 과거 12개월간 매출액 변화를 토대로 ‘성장’을 측정했다.

저자들은 ‘성장 역량(growth capability)’을 살펴보기 위해 외부 전문가 패널과 문헌을 종합해 32개의 성장 역량 요소를 꼽았고 최종적으로 7개 항목이 분석에 활용됐다. 전략적 역량, 자금 조달 역량, 국제화 역량, 인적자원, 혁신 역량, 지식 개발 역량, 협업 역량 등이 7가지 성장 역량 요소에 포함됐다.

연구진은 성장한 기업을 대상으로 이들이 성장을 달성하는 데 활용한 ‘성장 법칙’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가장 공통적으로 나타난 성장 법칙 11개를 선정했다. 이들 11개 성장 법칙 항목에는 시장 침투, 효율성 제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 신규 제품·서비스 출시, 신규 내수 시장 공략, 해외시장 진출, 신규 유통망 확보, 신규 벤처의 추가 설립, 타 벤처 인수 등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
연구를 통해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기업의 매출액 증감 여부는 기업적 역량이나 각 기업이 보유한 내부 요인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3년 네덜란드의 경제 환경이 악화됐을 당시 해당 기간 동안 성장을 달성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전체 응답 기업의 4분의 1에 달했다. 경제 환경이 악화돼도 성장한 대분분의 중소기업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2008~ 2012년 사이) 신생 기업이었다. 오히려 2008년 이전에 설립된 기업들이 신생 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연구진은 중소기업의 매출액 성장 여부는 전략적 능력, 지식 개발 역량, 인적자원 등의 내부 성장 역량 요인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저자들은 고성장 기업과 저성장 기업의 차이는 기업이 택한 ‘성장 법칙’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봤다. 다시 말해 어떤 성장 법칙을 활용하는지 여부가 곧 중소기업의 ‘성장 수준’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논문에서 제시한 전체 11가지 성장 법칙 중 조사 대상인 중소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택한 성장 법칙으로는 ▷자사 상품 비사용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만드는 시장 침투(60.9%) ▷효율성 강화(35.2%) 등이 꼽혔다.

반면 각 성장 법칙이 중소기업의 실제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즉 고성장 중소기업과 저성장 중소기업을 가르는 법칙을 분석한 결과 위의 공통적으로 사용된 세 가지 성장 법칙이 아니라 다른 법칙들이 꼽혔다. 신규 벤처 추가 설립, 해외시장 진출, 신규 유통 채널 확장,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의 성장 법칙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중소기업의 오너가 신규 벤처를 추가적으로 설립하거나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방안은 궁극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 방안에는 대규모 자금이 동반돼야 하므로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으로선 이들 방안을 실행할 시 상당 규모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 전략이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 있으면서도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 성장 법칙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시사점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다수의 중소기업이 자사가 도입한 성장 법칙이 비록 자사의 성장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않더라도 성장 법칙을 수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장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이더라도 지속적으로 해당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적자원이 제한적이고 경영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중소기업으로서는 경영 전략을 수립한 뒤 이를 적합하게 수정해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저자들은 중소기업들이 올바른 성장 전략을 택하는 것 자체가 성장을 달성하는 데 중차대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이 논문은 중소기업들이 여러 성장 법칙 가운데 ‘브랜드 인지도 제고’ 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김수경 삼정KPM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ookyungkim@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