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맞춰 포인트 짚어 줘야…'이해'가 리더십의 출발점
연초가 되면 직원들 사이에서 리더 선임, 보직 변경 등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곤 한다. ‘누가 승진해 조직 책임자가 될까’, ‘조직 개편, 인사이동 때문에 리더의 교체는 없을까’. 직원들과 달리 리더의 자리에 있거나 이제 막 조직의 명을 받아 리더가 된 이들은 스스로의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어떻게 하면 존경 받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직원들과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업들이 실적이나 능력 못지않게 리더십을 중시하기 때문에 리더들이 느끼는 리더십에 대한 압박감은 예전보다 훨씬 크다.
게다가 세대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강조되면서 직원들과 리더십 갈등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세대 차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터무니없는 행동들을 하는 직원들, 능력도 없으면서 근성조차 찾아볼 수 없는 직원들과 갈등을 겪는 리더들을 종종 보게 된다.
예전 같으면 호되게 야단도 치고 면전에 보고서를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요즘 이렇게 행동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리더로서의 성품이나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직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부하 직원이 정말 상식 밖의 행동을 하거나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고 리더 본인의 자질 문제일 수도 있다. 부하 직원의 문제를 접어두고 리더의 시각에서 부하 직원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보다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람마다 장점이 있고 그 장점을 드러내는 방식이 다르다. 이것이 직장에서는 일하는 스타일로 나타난다. 리더가 경험하는 부하 직원에 대한 불만은 능력 부족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주로 일하는 스타일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많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직장 내 세대 차이도 알고 보면 일하는 스타일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가 직원의 일하는 스타일을 이해하고 그 스타일에 조금이나마 보조를 맞추면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포인트를 짚어 이끌어 준다면 갈등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부하 직원들은 리더의 이런 행동을 직원에 대한 배려이자 바람직한 리더십으로 인식할 것이다. 고속 승진하는 직원에겐 담금질의 기회가 필요
리더의 시각에서 부하 직원들의 특성을 구분해 보면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중 첫째 유형은 ‘질주형’이다. 어느 조직에나 다른 동기들보다 한 발 앞서 가고 고속 승진하는 직원들이 있다. 일처리가 ‘빠릿빠릿’하고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까다로운 상사의 요구에 잘 대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직원들은 일에 대한 욕심이나 열정도 많고 승부욕도 강하다. 평가와 승진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어서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고 선두 주자가 되기를 바란다. 상사나 주변 동료들로부터 인정받는 만큼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도 넘친다.
하지만 ‘고속 질주, 앞서가는’ 직원들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시 받는 것, 지적당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때로는 리더와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지나쳐 문제를 너무 쉽게 해결하려고 한다는 질책을 받기도 한다. 빠르게 승진한 직원들 중 간혹 기본기가 약하거나 자신의 자리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이들도 있다. ‘그 자리에 올라올 때까지 그것도 몰랐어?’라는 리더의 노여움을 받기도 한다.
이 유형의 직원들이 일을 곧잘 하기 때문에 주변 동료들이나 리더로부터 인정받고 칭찬도 많이 받는 편이다. 하지만 ‘잘한다’고 칭찬만 할 일은 아니다. 이들이 자만에 빠지지 않고 장기적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때로는 충격을 가할 필요도 있다.
다소 의도적이기는 하지만 리더는 이런 직원이 보다 성장할 수 있고 보다 긴 안목과 경험을 넓힐 수 있도록 단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소 어렵거나 까다로운 문제 해결을 맡기거나 보고서의 오류나 잘못된 논리 전개를 조목조목 지적해 반론을 펼치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강철이 여러 번의 담금질을 통해 훌륭한 검으로 태어나는 이치처럼 말이다.
고집스러운 직원, 혼자 일하게 놔두면 낭패
마치 집안의 장남처럼 책임감도 강하고 의젓하며 성실한 직원들이 있다. 일이 많아도 불평하는 경우가 적고 자신의 소신을 갖고 꾸준하게 일을 추진한다.
하지만 주관이 뚜렷한 만큼 고집이 세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세상에 자기 고집 없는 사람이 없다고는 하지만 리더로서는 이런 스타일의 직원들과 일하는 것이 힘든 일 중 하나다. 과거 같으면 권위로 누르겠지만 요즘 같이 수평적인 조직에서는 이것마저 쉽지 않다. 열심히 설득하든가 그래도 고집을 꺾지 못하면 리더가 직접 일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일하는 데 ‘집단’에 익숙하지 않은 것 또한 이들의 특징이다. 혼자 고민하고 일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서로 토의하면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것을 주문해도 이 유형의 직원들은 혼자만의 길을 가고자 한다.
토의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혼자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어 가지고 올 때도 많다. 그러다 보니 생각의 폭이 작을 수 있고 자기 틀에 갇혀 있을 때도 있다. 보고서 형태나 내용만 보더라도 누가 작성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이 유형의 직원들이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들을 혼자 일하게 놓아 둬서는 안 된다. 짝을 이뤄 일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하 직원 또는 바로 위 직급의 상사와 함께 일하도록 팀을 구성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일의 과정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이들에게 업무 전체 프로세스를 총괄하도록 책임을 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책임감 강하고 성실하지만 고집스러운 이 유형의 직원들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스타일만큼은 리더의 속을 터지게 만든다. 이것에 분을 못 이겨 화를 내고 호통을 치는 정공법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이들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우회적인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은 이들이 직원들의 앞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회의를 주관하게 하고 프로젝트 리더 역할을 맡기며 결과 보고도 직접 사람들 앞에서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유형의 직원들에게는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계획·낙천주의에는 관리형 리더십으로
대인 관계에서 다소 폐쇄적이고 업무 처리 면에서도 수동적인 특성을 가진 이들이 셋째 유형의 직원들이다. 마음대로 일을 벌려 사고 치는 일이 거의 없고 내성적이어서 동료들과 갈등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조직에서 존재감을 거의 나타내지 않는 직원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은 다소 수동적이어서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갈 때가 없다. 자신이 먼저 나서 회의를 주도하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일도 극히 드물다. 지나치게 신중하기도 하고 행동형이기보다는 사고형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이 정리가 되고 어떻게 해야겠다는 확신이 서야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이들의 일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이들의 특성이다.
일하는 방식도 지나치게 낙천적이어서 그런지 급한 것도 없고 ‘닥치면 하자’는 식으로 대처하기 일쑤다. 일을 깔고 뭉개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리더가 보고하라고 할 때까지 먼저 오는 경우가 없다. 마치 시간관념이 없는 듯 마감 시한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해야 하는 업무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알지 못할 때도 있다. 일을 아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획·일정’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에 리더의 속을 끓이게 만들기도 한다.
성격 급한 리더와의 궁합은 최악에 가깝다. 빠른 일처리를 요구하는 리더의 성격에 무계획·느긋함으로 대처하니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이들은 ‘일을 빨리 하지 않아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고 회사가 안 돌아가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느긋한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관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일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정을 함께 세우고 세세한 지시가 필요하다. 여기서 리더의 역할이 끝나면 안 된다.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일하지 않는 것이 이 유형의 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잦은 점검’뿐이다.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까지 했는지 직원이 귀찮을 정도로 점검해야 한다. 일을 하다가 모르면 뭉개고 있는 것이 이들의 특징인 만큼 어려운 점은 없는지, 궁금한 것은 없는지 캐어물을 필요도 있다. 당분간 리더가 직접 직원을 찾거나 날짜를 정해 놓고 주기적으로 점검 회의를 해야 한다. ‘목표’, ‘일정’이라는 개념이 이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을 때까지 말이다.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직원, 정면 대응은 신중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언변이 뛰어난 직원들이 있다. 스스로 말하지는 않지만 무의식중에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다. 이 유형의 직원들은 대체로 조직 안팎에서 ‘불평불만분자’로 비쳐지기도 한다. 리더가 일을 지시하면 고분고분 대답하는 법이 없다.
“왜 제가 해야 하죠?”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라고 까칠하게 대응하기 일쑤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한 일이라면 우선 비판의 잣대부터 들이대는 경향도 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약간의 허점이라도 보이면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친다. 조직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우리 회사가 그렇지 뭐!’라는 식이다.
말싸움에서 결코 지는 법이 없고 ‘일을 입으로 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받는 것도 이 유형의 직원들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자신감이 있고 다른 사람들보다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내가 하면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정도가 지나치면 당연히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 직설화법이 많기 때문에 툭하면 동료와 싸우기도 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한다. 말싸움에서 지지 않는 만큼 상사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런 특성을 가진 직원에게 상사가 지나치게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가르치려고 든다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오히려 질의응답의 형태를 통해 직원들이 자기의 주장과 생각을 가지게 만들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직원들이 에너지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에너지를 보다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것에 쏟아부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줄 필요도 있다. 더 나아가 직원이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리더의 역할을 그 직원에게 맡겨 보는 것도 좋다. 스스로 경험하게 하고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학습은 없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적 챙기기, 윗사람 눈치 보기뿐만 아니라 이제는 아랫사람으로부터 리더십까지 평가 받아야 한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 좋은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십 때문에 낙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리더십에서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오히려 그보다 리더십의 근간이 되는 뼈대를 찾는 것이 보다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그 키워드는 ‘이해’가 아닐까 싶다. 자신과 다른 특성을 가진 부하 직원들과 갈등을 겪지 않으면서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움직이게 하려면 각 사람에 대한 ‘이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원들마다 일하는 스타일이 있다. 특징들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리더가 직원들을 이끌어 간다면 갈등은 줄어들 수 있다. 어쩌면 재주도 없고 골칫거리라고 여겼던 직원에게서 예상하지 못한 잠재력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bscho@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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