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할인 행사 끝나자 판매 급감…이미지 하락에 딜러사 이탈까지

'파격 할인·배출가스' 후유증 겪는 아우디
“자동차는 결국 한 대 한 대가 최종 소비자와의 직거래이며 가격은 일종의 소비자에 대한 약속이다. 그렇기에 차가 싸게 팔린 적이 있으면 그 차의 본래 가치가 그것으로 인식돼 다른 고객에게 동일한 차를 정상가로 파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객이 속는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대우차 출신인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2001년에 쓴 ‘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에서 한 말이다. 이미 15년이나 흐른 지금 그의 말을 떠올린 것은 현재 국내 수입차 브랜드 인지도 3위이자 판매 순위 4위를 달리고 있는 아우디코리아의 세일즈 방식 때문이다.

‘악성 재고’ 우려해 초유의 프로모션

'파격 할인·배출가스' 후유증 겪는 아우디
3895대 vs 1010대. 아우디코리아의 지난해 월별 최고 판매 실적과 최저 판매 실적이다. 3895대 판매는 지난해 3월, 1010대 판매는 지난해 4월이다. 불과 한 달 사이 판매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아우디의 지난해 월별 평균 판매 실적인 2711대와 비교해도 편차가 크다. 브랜드 인지도 및 판매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아무리 판매가 부진해도 월별 3000대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유는 뭘까. 단순히 3월에 차를 많이 판 것이 4월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아니다. 정답은 찻값 세일 때문이다. 지난해 초 아우디코리아는 같은 해 9월부터 적용되는 친환경 규제 ‘유로 6(디젤차 배출가스 규제)’ 이전에 기존 판매하던 디젤 승용차를 처분하기 위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기존 규제(유로 5)에 맞는 엔진을 장착한 디젤 차량을 8월까지 판매하지 못하면 모두 ‘악성 재고’로 남을 수밖에 없었기에 아우디코리아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더욱이 아우디 전 차종 판매량 중 85%가 디젤 모델이었다는 점이 아우디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고 결국 ▷36개월 무이자 ▷모델별 8~15.9% 할인 ▷고급 옵션 무상 제공 등 사상 초유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여기에 아우디코리아의 공격적인 밀어내기와 파격적인 인센티브 때문에 딜러사들 간의 ‘노마진’ 경쟁까지 벌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실제로 당시 아우디 A6 35 TDI 모델을 구입한 상당수 고객들은 차량 가격의 20% 내외의 할인을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됐건 아우디의 프로모션은 대성공이었다. 2015년 1월부터 시작한 프로모션의 영향으로 1월 3550대, 2월 2446대, 3월 3895대 등 유로 5 모델 대부분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프로모션을 마친 후 아우디의 판매 대수는 4월부터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유로 6에 대응하는 모델을 내놓지 못하면서 4월과 5월에는 각각 1010대와 1508대 판매에 그쳤다.

당시 상황에 대해 아우디의 한 딜러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차량을 많이 팔았지만 딜러사 간 출혈경쟁으로 딜러사가 손해를 봤다. 딜러사들끼리 논의한 끝에 4월부터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정상 판매하기로 했지만 프로모션이 끝난 차량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다. 아우디가 벤츠나 BMW보다 훨씬 아래 등급이라는 인식이 생겨 정상가격으로는 판매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우디는 지난해 6월부터 유로 6 신차를 출시,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 다시 판매율을 조금씩 끌어올렸다. 6월 2150대, 7월 2617대, 8월 2796대, 9월 3401대의 판매율을 기록한 것.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역시 프로모션과 딜러사의 마진 포기가 숨어 있었다. 4월과 5월 급격한 판매 저하를 버티지 못한 딜러사들이 결국 마진을 포기한 것이다.

‘노마진’으로 버텨 온 딜러사들

이처럼 어렵게 판매율을 끌어올렸지만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장치 조작 사건의 직격탄을 맞으며 다시 판매 대수가 2482대로 급감했다. 폭스바겐그룹 계열 브랜드인 아우디도 배출가스 장치 조작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며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아우디는 결국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또다시 대대적 프로모션을 선택해야만 했다. 결국 가격 경쟁력을 통해 11월 3796대, 12월 2887대를 판매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당장의 판매 성과가 아니다. ‘원칙 없는 가격정책’을 시행한 결과 아우디의 소비자가격이 의미가 없어졌고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했다.

차를 먼저 산 고객들은 할인을 적게 받은 데다 중고차 가격 하락 폭이 커져 이중의 손해를 보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이러다 보니 파격적인 할인이 아니면 차가 팔리지 않고 향후 신형 모델이 나왔을 때 정상가격을 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판매 부진→가격 인하→재고 누적→가격 인하→신차 판매 부진→가격 인하’란 악순환의 덫에 갇히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이탈은 물론 차를 판매하는 딜러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최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의 딜러사 중 한곳이 최근 사업권 포기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우디 딜러사들 대부분이 브랜드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아우디 딜러사 중 3위 업체인 위본모터스는 지난해 마세라티와 전라도 지역 딜러 판권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에는 닛산과도 딜러 판권 협약을 체결했다. 강원도를 기반에 둔 한서모터스도 인피니티와 닛산 그리고 포드 등을 동시에 취급하는 딜러 판권을 보유했다.

아우디 딜러사 관계자는 “아우디 딜러사들이 지난해 본사의 밀어내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여기에다 지난해 말 배출가스 장치 조작 사건이 불거지며 아우디라는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많이 깨진 상태”라며 “그 결과 대부분의 딜러사들이 다른 브랜드의 판권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아우디는 딜러사에 프로모션 진행 요구와 차량 밀어내기를 지나치게 해 왔다”며 “아우디 딜러사들의 수익 구조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아우디 딜러사였던 참존모터스는 2014 회계연도 결산 결과 영업손실 49억원을 기록하며 자본 잠식에 들어간 이후 지난해 갚아야만 했던 유동부채 360억원을 처리하지 못하고 BMW 딜러사 중 한 곳인 코오롱아우토에 판권을 넘겼다.

이처럼 아우디는 자사 차만을 취급하는 딜러사들이 줄어들며 당장 판매율과 함께 딜러사와의 계약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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