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 인터뷰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1980년 한양투자금융에 입사한 이후 동아투자금융과 국민생명보험(현 미래에셋생명) 등의 금융회사를 두루 거치며 리스크 관리 분야의 실무 경험을 쌓아 왔다.
이 대표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분야 실무진의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실상은 어떤가.
“한국은 과거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금융권에서 리스크 관리와 관련된 투자를 많이 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환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잘 구축돼 있다. 외국의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리스크 관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시스템은 잘 마련돼 있는데 작동이 잘 안 되는 게 큰 문제다.”
왜 그렇다고 보나.
“그동안 시스템 위주의 리스크 관리에만 투자했지 정작 이것을 작동하는 사람에 대한 교육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리스크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아예 ‘백지 상태’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심지어 시중은행 리스크관리본부의 임원진 가운데 리스크 관리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적 역량이 전무한 경우도 있을 정도다.”
해외 은행들은 어떤가.
“외국에서는 리스크 관리 부서의 임원이 아닌 실무자들조차 3년 이상 리스크 관리 훈련을 받아야 한다. 임원은 말할 것도 없다. 10년 이상 관련 전문 경험을 쌓아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금융인 전체 종사자들 가운데 리스크 관리의 가장 기본인 회계와 기업 분석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 70% 정도나 된다. 그동안 한국의 은행들이 초단기 성과 위주의 이른바 ‘영업 중심’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는 상당히 경시해 온 결과다.”
리스크 관리가 잘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이제 사람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요즘은 은행 영업부서의 직원들에게도 리스크 관리에 대한 교육을 시키는 곳도 있다.
가령 신한은행은 영업부서 실무진의 역량이 리스크 관리 담당 실무진과 견줄 정도다. 영업 직군이지만 거래 기업에 대한 진단뿐만 아니라 컨설팅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게 바로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다.”
선결 과제는.
“리스크 관리는 거래 직후의 사후 관리 개념이 아니다. 거래 시작 단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영업 부문이 리스크 관리 능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리스크 관리가 성공할 수 있느냐가 달려 있다.
그런 면에서 은행의 전 직원들이 리스크 관리와 관련된 훈련과 교육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자격을 갖춘 행원들에게만 리스크 관리 업무를 맡겨야 한다.”
글 조현주 기자 cho@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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