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에너지 등 B2B 중심…주목 받는 백상엽·홍순국·이상봉 사장

LG가 그룹 체질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중심에서 기업 간 거래(B2B) 사업 강화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올해 정기 인사에서도 이런 특징이 두드러졌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주사인 (주)LG로 이동해 신사업을 총괄하고 사장단 인사 대부분도 B2B 분야에서 나와 신사업과 관련된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LG의 전자부문 계열사는 지난해 경영 환경 악화와 실적 정체 여파로 전체 승진자 규모가 예년에 비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미래 성장과 시장 선도 분야에 대해서는 대폭의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스마트폰과 TV 등 기존 사업의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기차와 자율 주행 기술 등으로 주목받는 전장 부품 사업과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의 신성장사업추진단
그룹의 미래 짊어진 ‘신성장사업추진단’

작년 말 LG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사람은 단연 (주)LG로 이동한 구본준 부회장이다. 공식 직함은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이다. 추진단은 기존의 (주)LG 시너지팀과 사업개발팀이 통합된 시너지팀이 그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성장사업추진단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만큼 LG그룹에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핵심 부서다.

이곳에서 구 부회장은 소재 부품·자동차·에너지 등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사업의 지원과 발굴에 주력하며 신사업과 관련된 계열사들을 융화 및 조율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그룹 내부 역량이 있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B2B 사업의 발굴과 육성을 통해 사업 구조 고도화에 집중할 것이란 얘기다.

그룹 안팎에선 구 부회장의 경험 등이 신사업 추진에 어울린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그는 지난 5년간 LG전자를 이끌며 체질 개선에 공을 들였다.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자동차 부품과 태양광, 올레드(OLED) TV 등 신사업을 육성했다.

신사업 추진의 하이라이트는 2013년 관계사인 LG CNS의 자회사였던 자동차 부품 설계 기업 V-ENS를 인수·합병해 자동차부품(VC)사업본부를 출범시킨 일이다. LG전자 사업 조직의 최상위 단위로, 사업부에서 관할하던 자동차 부품 사업을 사업본부로 격상한 것이다.

구 부회장이 힘을 실어준 LG전자의 자동차 사업은 부품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 경쟁사인 삼성보다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신성장사업추진단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가 큰 숙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구 부회장은 신성장사업추진단 내에 중요한 인물들을 전진 배치했다. 바로 백상엽 신임 사장이다.

그는 구 부회장의 직속인 신성장사업추진단의 주요 역할을 하는 시너지팀장이라는 자리에 중용됐다. 신성장사업추진단 산하의 유일한 사장 직함이다. 현재 시너지팀 내에 부사장을 비롯해 전무급 임원은 없다.

백 사장은 (주)LG 사업개발팀에서 2014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이번에 사장 자리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 기록을 남긴 인물이다. 에너지 자립섬과 에너지 저장 장치(ESS) 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등 에너지 솔루션 사업의 기반을 다진 공을 인정받았다.

LG그룹 관계자는 “성과주의에 따른 발탁 승진 사례”라고 말했다. 1966년생인 그는 서울대에서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6년 LG CNS에 입사했고 2005년 LG CNS 공공사업부장 상무, 2009년 LG CNS 사업이행본부장 전무를 지냈다.
구본준 부회장의 신성장사업추진단
경복고·서울대 출신의 화려한 인맥

또 신성장사업추진단 소속은 아니지만 구 부회장의 신사업에 절대적인 힘을 보탤 인물이 두 명 더 있다. 바로 홍순국·이상봉 LG전자 신임 사장이다. 구 부회장이 신사업으로 소재 부품·자동차·에너지 등 B2B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인 만큼 이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구 부회장은 에너지 솔루션과 자동차 부품 장비 기술 개발 및 수주 확대에 기여한 홍 전무를 사장으로 2계단 승진시켰다. LG전자 역사상 처음이다.

이 사장(B2B부문장 겸 에너지사업센터장)의 승진도 눈에 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태양광 모듈 개발, ESS 사업 육성 등 에너지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구 부회장의 눈에 들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그동안 ‘오너’다운 결단력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 경영’ 행보를 보인 데다 막강한 인맥까지 보유하고 있어 LG 신사업의 컨트롤타워로 제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51년생으로 경남중과 경복고를 졸업했다. 경남중은 고 김영삼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하다.

경복고 재계 동문으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이상 경복중 6년제 출신),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본진 LF 부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있다.

또한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그는 경제부총리 후보 하마평에도 올랐던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의 5년 선배이기도 하다.

구 부회장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5촌 당숙뻘인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과는 시카고대 대학원 동문이다. LG가와 사돈지간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도 시카고대 대학원을 나왔다.

구 부회장은 이공계 출신답게 숫자에 밝다. 시카고대에서 MBA를 받은 뒤에는 현지 통신 장비 회사인 AT&T에 입사해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귀국 후에는 1987~1995년 LG전자에서 근무했고 LG반도체와 LG디스플레이 등을 거치며 25년간 전자 산업에 몸담았다. 유학과 해외 지사 경험을 쌓으며 영어·중국어·일본어에 능통하게 된 것도 그의 강점이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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