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심해(39) 씨는 설을 맞아 가족과 함께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을 방문했다. 무 씨는 우연히 식탁에 놓인 부모님의 이동통신 요금 고지서를 살펴보다 화들짝 놀랐다. 부모님 두 분의 휴대전화 요금이 5만원씩(10만원) 매달 통장에서 자동 인출되고 있었던 것.
무 씨는 연휴가 끝나자 부모님이 사용하는 통신사를 우체국 알뜰폰의 한 기업으로 변경했다. 그는 수신 위주로 사용하는 부모님의 사용 패턴을 고려해 기본료가 없는 요금제로 변경, 매달 약 8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기본료 0원’ 알뜰폰 인기몰이
무 씨처럼 사용량이 많지 않은 휴대전화를 알뜰폰으로 옮겨 가는 ‘알뜰족’이 늘고 있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재판매 서비스를 이르는 말로, 기존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으로부터 망을 임차해 자체 브랜드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각 알뜰폰 브랜드별로 사용하는 이통사 망도 다르다. 하지만 기존 이통사 대비 통화 품질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전체 통신 가입자 5778만 명의 10.1%인 584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또 이 중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는 27만8000명으로 2014년 14만 명보다 13만8000명이 늘었다. 1년 새 2배가량 가입자가 증가한 것이다.
사용자들의 요구에 알뜰폰 업체들이 나섰다. 알뜰폰 업계는 최근 기본요금 없이 무료로 일정 음성 통화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우체국 알뜰폰’ 업체들은 평균 통신료가 기존 이통사보다 70% 이상 저렴한 1만1000원에 불과한 것이 알려지면서 점차 인기를 높여 가고 있다.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가 급증한 데는 최근 발표된 신규 요금제의 영향이 크다.
우체국 알뜰폰의 대표적 요금제인 에넥스텔레콤의 ‘A제로’, ‘A6000’, ‘A2500’ 요금제는 가입자가 크게 증가해 설 직전 가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가 2월 11일부터 다시 가입 받고 있을 정도다.
A제로 요금제는 가입비가 없고 별도의 약정도 없다. 개통만으로 50분의 음성 통화가 제공돼 수신 위주의 고령자나 유·아동에게 유리하다. 또 A6000은 기본료 6000원에 무료 음성 통화 23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하며 A2500은 기본료 2500원에 무료 음성 통화 100분, 문자 400건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아이즈모바일의 ‘아이즈1000’은 별도 무료 통화나 데이터는 지급되지 않지만 월 기본료가 1000원으로 저렴하다. 또 ‘뉴올인원4’는 월 4000원의 기본료에 무료 음성 통화 80분, 문자 400건을 제공해 통화량이 적은 고령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 이지모바일의 ‘EG데이터 선택10G399’는 월 기본요금 3만9900원에 음성 통화와 문자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어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관심이 높다.
‘스마텔무제한29’는 3만4900원의 기본요금에 데이터 5GB가 제공되며 음성 통화는 SK텔레콤 망내 무제한, 망외 무료 음성 통화 280분이 제공된다. 또 ‘LTE250’은 월 1만5000원의 기본료에 무료 음성 통화 100분, 데이터 2.5GB를 제공한다.
하지만 우체국 알뜰폰의 단점도 있다. 기존 이통 3사의 부가 서비스인 멤버십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멤버십은 가입자별 연간 10만 포인트에서 2만 포인트까지 매년 지급되며 영화관·편의점·외식 업체 등에서 10~ 30%까지 할인 받을 수 있는 부가적 서비스다.
우체국 알뜰폰 사업자인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알뜰폰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며 “A요금제 출시 이후 알뜰폰 가입자가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알뜰폰 사업자는 SK텔레콤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텔링크·유니컴즈 등 12개사, KT는 CJ헬로비전·에넥스텔레콤 등 20개사, LG유플러스는 인스코비·머천드코리아 등 14개사로 총 38개사가 영업 중이다.

알뜰폰 외에도 이동통신 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바로 ‘선택약정 할인’ 제도다. 올해 1월 기준 500만 명이 누적 가입해 1인당 월평균 약 7000원의 요금을 할인받고 있다.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이동통신 가입자가 단말기 구입 시 보조금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하면 받을 수 있다.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법과 함께 도입된 이 제도는 당시 12%의 요금 할인에서 2015년 4월 할인율을 20%로 높였다.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신규 가입 시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거나 개통된 지 2년이 지난 단말기를 계속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다.
신규 가입 시 단말기에 지급되는 단말기 보조금을 지원해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또 개통된 지 2년이 지난 중고 단말기를 구입해 이통사에 가입하는 고객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입 방법도 어렵지 않다. 직접 대리점을 찾을 필요 없이 가입한 이통사 고객센터(114)에 신청하면 즉시 가입된다. 중고 폰을 개통할 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운영하는 ‘단말기 자급제 홈페이지’에서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제도는 1년 또는 2년으로 약정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약정 기간에 따른 혜택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1년 약정으로 가입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약정 기간을 정한 뒤 할인 혜택을 받다가 해지할 때 할인 반환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약정 기간을 짧게 정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 자신에게 맞는 ‘맞춤 요금제’를 확인하고 싶을 때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초이스’를 통하면 자신의 사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추천받을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음성 통화와 데이터·문자·통신사·할부 기간 등을 입력하면 해당 통신사의 가장 적절한 요금이 추천된다.
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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