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미분양’은 건설사로선 빨리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다.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물론 늘어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실수요자와 투자자에게 미분양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남아 있는 물량 중 원하는 동·호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할인 혜택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주택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06가구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공급 물량이 급증하면서 12월 6만1512가구를 기록한 뒤 다시 감소하는 모양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12월보다 96가구(0.9%) 감소한 1만422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 주택이 하나둘 주인을 찾아 가고 있는 가운데 옥석 가리기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서울시 ‘미분양 톱 3(2015년 12월 31일 기준, 서울시 집계)’를 살펴봤다. 미분양 '톱 2',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은평구 응암동에 자리한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는 현대건설이 지난해 4월 분양에 나서며 눈길을 끌었지만 아직도 71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둘러본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현장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타워 크레인이 높게 서 있고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장 입구로 들어서자 한 쪽 편에 조성된 모델하우스가 눈에 들어왔다. 모델하우스 한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서울지하철 6호선 새절역이다. 새절역 에서 현장까지는 걸어서 18분 정도 걸렸다. 불광천 위로 놓인 다리를 건너고 음암오거리를 지난 뒤 언덕을 올라야 한다. 출퇴근길에는 도심 쪽으로 이어지는 핵심 도로인 통일로가 상습적으로 정체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2024년 경전철 서부선(새절~신촌~장승배기~서울대입구역)이 개통되면 교통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 사업은 작년 6월 기존 ‘새절~장승배기’ 노선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추가로 연장·확정됐다. 이르면 2019년 착공할 예정이다. 백련산 힐스테이트는 지하 4층~지상 19층, 13개 동에 총 963가구 규모로 구성되며 일반 분양은 521가구(59㎡ 7가구, 84㎡ 514가구)다. 기존에 공급된 백련산 힐스테이트 1~3차 3221가구와 합치면 4184가구에 달하는 힐스테이트 브랜드 타운이 완성된다.
인기 높은 중소형 아파트만으로 구성된 가운데 분양 가격도 착하다.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의 분양가는 3.3㎡당 1400만원 선으로 책정돼 저렴하다는 평가다. 미분양 비중이 높은 84㎡도 6억원이 채 안 된다.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입주자들의 자녀는 단지 바로 옆 응암초교로 배정된다. 백련산 힐스테이트 1~3차 단지 내 있는 연은초교를 가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연은초교는 사실상 힐스테이트 전용 초등학교인데 다들 거기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1~3차 힐스테이트 입주민이 다 들어가는 초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돌린 신혼부부도 많았다”고 전했다.
게다가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바로 옆에는 GS건설이 공급하는 자이 아파트가 손님맞이에 나설 태세다. GS건설 측은 재개발 조합과 협의 중인 상태로 오는 5~6월 분양에 나설 예정이며 분양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는 지난 2월 15일부터 발코니 확장 공사를 무료로 지원해 주기로 하고 있다. 발코니 확장 공사비는 평균 750만원 정도다.
kbh@hankyung.com
[기사 인덱스]
1.[미분양 ‘애물단지’서 보물찾기]① 서울숲 트리마제
2.[미분양 ‘애물단지’서 보물찾기]②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3.[미분양 ‘애물단지’서 보물찾기]③ 상암DMC 파크뷰자이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