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난 '불도저' 동료, 어떻게 대해야 할까
불평불만·난타전으로 바뀌지 않아…이해와 어울림에서 해법 찾아야

동료만큼 직장에서 가까운 관계를 찾기도 힘들다. 직장 상사를 험담하면서 술잔을 기울일 수도 있고 고된 업무로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으며 체면 불구하고 후배 사원 모르게 일을 가르쳐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있다. 회사 생활이 힘들어 이직하려고 해도 ‘절친 동료’ 때문에 망설인다는 직장인들도 있다.

하지만 입사 동기와 절친 동료가 그리 많은 것도, 그 관계가 지속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직장에서 동료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야 하는 협력자인 동시에 실력을 겨뤄야 하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밉상 동료도 유형을 알면 '천군만마'
위로 올라갈수록 치열한 승진 경쟁이 벌어지면서 라이벌 관계가 되기도 하고 사소한 일로 관계가 틀어지기 일쑤다. 영원한 우군으로 여겼던 동료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동료와 갈등을 겪게 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할 때가 많다. 연인 관계도 그렇듯이 처음에는 동질감·호감으로 시작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와 다른 너’ 때문에 실망하고 상처받기 쉽다.

상대의 성격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고치려고 하는 순간 갈등이 시작된다. 동료의 성격이 어떤지 이해하고 보조를 맞춰 나가는 것이 갈등을 줄이고 시너지를 도모하는 지름길이다.

동료를 평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과 이해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평가는 ‘판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 ‘일 잘한다’, ‘일 못한다’ 등의 결론으로 귀결되지만 이해는 동료와의 조화를 위해 특성을 ‘파악’하는 것일 뿐 어떤 결론을 도출하지는 않는다.

의식 속에서 발생하는 동료에 대한 평가가 위험한 것은 한 번 내려진 평가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선입견처럼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로가 평가의 잣대로 접근하면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숨어버리거나 대화를 단절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동료 간의 관계가 헛돌 수 있다.

직장 내 동료와의 관계에서 불평불만이 없을 수 없다. 김 과장의 불성실한 태도, 이 과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능력 등에 대해 불평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불평 자체가 성과로 연결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상대를 바꿀 수 없는 문제라면 오히려 어울림의 지혜를 발휘해 보는 것이 갈등을 줄이고 상호 ‘윈-윈(wn-win)’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어울림은 겉으로 나타나는 언행을 통해 상대의 성격 유형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밉상 동료도 유형을 알면 '천군만마'
앞장서기 좋아하는 저돌적인 ‘주도형’

일반적으로 주변 동료의 성격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중 첫째는 유독 앞장서기를 좋아하고 먼저 행동하는 주도형이다. 이들은 일을 계획하고 뚝심 있게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회의 시간에 제일 먼저 손들고 이야기하고 부서 모임에서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며 상사도 가만히 있는데 나서서 “이렇게 하죠”라며 결정을 독촉하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불도저’라는 별칭이 붙기도 한다. 최고경영자(CEO) 중 주도형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CEO의 자리가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계획하고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내리며 실행을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상 에너지가 넘쳐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고 상황을 주도하기를 원하는 것도 주도형의 큰 특징 중 하나다.

하지만 때로는 거침없는 말투를 서슴지 않으며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앞뒤 계산 없이 일을 벌이기 때문에 동료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특히 일을 주도하기 원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마치 정답인양 밀어붙이기 일쑤고 동료가 자신의 방식대로 일하지 않으면 싸움도 불사한다.

주도적인 성향의 직원들이 가진 또 다른 특징은 에너지가 넘친다는 점이다. 이것이 때로는 상당히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의 일 이외에도 동료의 일에 일종의 ‘훈수’를 둘 때가 있고 팀 회의에서도 다양한 ‘일거리’들을 쏟아낸다. 리더는 주도형의 적극적인 모습에 좋은 점수를 주지만 동료들에게는 한마디로 ‘밉상’이다.

주도형과 맞불을 놓으면 갈등만 깊어질 뿐 상황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 주도형의 생각이 틀렸거나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을 때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듣자. 충분히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 준 후 조목조목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분위기 주도하는 인간미 있는 ‘사교형’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낯선 사람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소통에 능한 동료들이 있다.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인터넷 소셜 네트워킹 활동을 통해 정보통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기도 한다.

조직 내 갈등을 중재하고 뛰어난 언변으로 조직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도 이들이 가진 장점이다. 이성을 관장하는 좌뇌보다 감성을 관장하는 우뇌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회식 자리를 주도하는 사교형은 일명 ‘연예인’으로 통하기도 한다.

사교형 동료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의 사람들은 이들을 가까이 두고 싶은 ‘절친’으로 여긴다. 사교형들은 사람 사귀는 재능이 있어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로부터 인기가 많다. 모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잘 놀고 적을 만들지도 않는다.

자리에 누가 참석하느냐에 상관없이 동료들이 모이는 술자리에 꼭 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사교형 동료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일 중심적이고 내성적인 동료는 이들을 ‘생각 없이 직장 생활하는 철부지’로 여기기도 한다.

이런 사교형이 일에 몰입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무기는 칭찬과 관심이 아닌가 싶다. 긍정적인 사고에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이 있어 동료가 자신을 인정해 주고 조금만 관심을 보여 줘도 상당히 고무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교형과 함께 일할 때는 핀잔을 주거나 잘못한 일에 대해 지적하기 전에 그 사람의 장점을 치켜세워 주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칭찬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그 동료는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즐기며 본인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산할 것이다. 오히려 동료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면 의기소침해 조직 밖으로 겉돌 우려도 있다.

또 한 가지, 사교형과 함께 일하면서 최고의 성과를 내려면 곁에서 꼼꼼하게 시간 관리를 하거나 업무의 세부적인 사항을 점검해 줄 필요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교형과 꼼꼼하고 신중한 동료가 만난다면 상당히 큰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밉상 동료도 유형을 알면 '천군만마'
가늘고 길게 직장 생활하려는 ‘안정 추구형’

조직에서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거나 튀는 것을 선호하지 않으면서 대세를 중시하는 유형들이 있다. 가능하면 조직이 원하는 대로, 상사가 시키는 대로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혹자는 ‘타고난 애사심과 끈적거리는 집착성과 성실함으로 회사가 부도가 나고 어려움을 겪어도 마지막까지 충성하는 사람들이 이들’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특성은 ‘무던함’과 ‘우직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을 만들거나 주도하지 않지만 주어진 일에는 책임감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한 우물만 파는 유형’이어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유형이다.

하지만 적극성이 부족해 보이는 성격 때문에 동료로부터 무임승차하는 경향이 있다는 눈총을 받곤 한다. 일이 주어지면 잘해내는 편이지만 그전에는 복지부동하기도 한다. 역할이나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일에서는 항상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기도 한다. 안정형과 함께 일하면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동료의 다소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일을 구분해 방향성을 정한 뒤 나눠 주면 이들은 전체적인 틀에 맞춰 일을 완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안정 추구형들이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서지 않을 뿐이고 팀 내의 조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섣불리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주변 동료가 “묻어가려고 한다”고 비판하지 않고 조금만 이끌어 준다면 자기 몫을 충분히 해 낼 것이다.

‘눈치 보기’에 탁월한 역량을 가진 이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혼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것을 기대하기보다 여러 사람들이 참여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집단지성’에 참여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집단지성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나 공동 작업을 하면서 발휘될 수 있는데, 이들은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숨은 실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안정 추구형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기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관심 있는 일에 몰입하는 한 우물을 파는 스타일이어서 조직 내 숨은 전문가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원칙을 중시하고 꼼꼼한 ‘주도면밀형’

동료 중 유독 꼼꼼하고 신중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직원들은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답답할 만큼 A부터 Z까지 일일이 따져본다. 때로는 빈틈도 있어야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정도로 냉철해 보이기도 한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지만 한 번 결정한 것은 고집스럽게 밀고 간다.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꼼꼼하게 정석대로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어 이들에게 맡긴 일은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이런 주도면밀형이 직급이 올라갈수록 조직 관리자의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간혹 있다. 개별 업무는 잘 수행하지만 통합적 관점에서 팀 전체의 업무를 두루 이해하고 큰 윤곽을 설계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는 다양한 시각으로 팀 업무를 이해하고 큰 그림을 놓치지 않도록 이들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팀이 수행하는 주요 업무들은 무엇이 있고 그 업무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으며 상호간 어떤 영향들이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수시로 일깨워 줘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주도면밀형은 큰 맥락을 놓치거나 이해하지 못해 팀의 방향과 사뭇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누구나 그렇기는 하지만 주도면밀형은 리더나 동료로부터 지적 당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심하게는 마음에 상처로 남거나 자존심이 구겨졌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만큼 디테일에 강하고 완벽하다고 스스로 자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주도면밀형의 실수 혹은 잘못을 깨우쳐 주려고 한다면 상당히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도형에게는 간략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주도면밀형에게는 다른 동료가 없는 자리에서 직접적이기보다 우회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자신의 실력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기는 하지만 실력만으로 조직 안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자원과 사람을 잘 활용하는 것이 지속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팀의 성공을 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이 스스로를 돋보이게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르게 되면 동료와의 관계로 ‘됨됨이’를 평가 받기도 한다.

동료 관계가 때로는 살벌한 라이벌로, 때로는 마주하기조차 싫은 ‘원수’ 관계로 바뀌기도 한다. 불평불만이 이러한 관계를 호전시킬 수는 없다. 오히려 상대에 대한 난타전으로 상처만 입을 수도 있다. 때로는 시너지를 모색해야 할 때도 있고 보조를 맞춰야 할 때도 있다. 이것이 파트너십이고 자신의 성장을 돕는 길이기도 하다.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bscho@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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