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사거나 운전할 필요가 없어진다?

[고중선 딜로이트 컨설팅 상무] 10년 후 혼자 사는 도시 거주민의 생활을 상상해 보자. 주중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주말에만 간혹 차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렌터카와 카 셰어링 등 필요할 때만 차를 빌릴 때와의 효율성을 비교해 볼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 도로 인프라 및 환경 규제 같은 요인을 고려할 때 자동차의 이용 행태가 소유에서 사용의 관점으로 이동하게 되는 셈이다.

딜로이트는 최근 ‘모빌리티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2030년의 자동차 소비 및 생산의 형태가 지금과 달리 극적인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로이트는 미래 모빌리티를 개인의 차량 소유 형태와 차량 제어의 자동화 정도를 기준으로 4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했는데, 사용자 관점에서 주행거리당 비용이 가장 적은 시나리오는 ‘전면적인 자율 주행’으로, 현재 수준에서의 점진적인 변화(마일당 0.97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0.31달러)이다. 최소한 경제적 관점에서는 소비자가 기꺼이 변화에 동참할 수 있는 조건이다.
산업 생태계를 재편할 미래의 ‘모빌리티’
마이크로 카 셰어링·새로운 고객 경험 제공

새로운 모빌리티 모델은 종전 자동차 업계에 고민거리를 던진다. 판매가 아닌 렌트·리스로 수익 모델을 바꾼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엄청난 자산 보유라는 재정 부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딜러를 거치게 되는 현재의 유통 구조 역시 차를 받아 이용, 반납하는 모든 프로세스를 소비자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이 때문에 명백한 미래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감당해야 하는 변화의 폭과 깊이가 너무 커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선도 주자의 역설’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선도 업체들은 미래를 위한 실험과 투자에 나섰다. 벤츠와 BMW는 자사의 전기차 모델과 집카(카 셰어링 업체) 등이 선보인 실시간 예약, 자동 결제가 결합된 카 셰어링 사업 모델을 결합한 사업을 시작했다. 포드는 25개의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 고객 경험 모델을 광범위하게 테스트하고 있다.

2014년 아우디는 ‘아우디 유나이트’라는 마이크로 셰어링 판매 방식으로 소유자 4명까지 차를 공동 보유하고 개인의 사용량에 따라 결제 금액을 다르게 책정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스톡홀름에서 시작했다.

결국 미래에는 자동차 공유, 자율 주행에 입각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생태계가 여러 유형으로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변화는 자동차 제조사들과 협력 업체, 자동차 판매 대리점, 정유회사, 연료 소매 업체, 애프터 마켓 서비스와 부품회사, 보험회사, 민간 및 공립 주차장 등 전 산업계의 수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모빌리티의 미래가 가져올 역동적인 산업 재편의 시기에 국내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의 대표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 창출의 선도자로 변화를 이끌어 갈 혜안을 갖추길 기대해 본다.

joongsunko@deloit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