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인수 때는 조언…중고 서점 놓고선 대격돌 불가피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알라딘과 예스24의 중고 서점 패권 다툼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조유식 알라딘 사장이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처조카라는 사실이다.

김동녕 회장이 예스24를 인수할 당시 조유식 사장이 훈수를 둬 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동종 업계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진흙탕 가족 싸움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조 사장과 김 회장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둘은 닮은 듯 다른 스타일로 출판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두 리더의 지난 행보를 곱씹으며 중고책 시장의 새판을 가늠해 봤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처조카’ 조유식 사장과 한판
조 사장, 중고 서점으로 위기 극복…매장 24곳

두 사람 모두 출판 업계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먼저 발을 내디딘 것은 조유식 사장이다. 그와 알라딘의 성공 스토리는 파란만장하다. 1964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조 사장은 서울대 정치학과(83학번)를 졸업한 후 1992년부터 잡지사(월간 말)에 몸담았다.

1997년 모바일 콘텐츠 제공 업체 아이코를 운영하는 정진영 사장과 결혼했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UCLA에 객원 연구원으로 있으며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그는 인터넷 서점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1998년 귀국 후 알라딘을 창업하고 8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친 뒤 인터넷 서점 서비스(1999년 7월)를 시작했다.

당시 국내 인터넷 서점 시장은 예스24와 인터파크 등이 입지를 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후발 주자인 알라딘이 설 자리는 찾기 힘들었고 회사 경영 상태도 악화됐다. 민혁당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 것도 이쯤이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알라딘의 채무는 6년 만에 60억원까지 불어났다.

조 사장과 알라딘이 성장세로 돌아선 것은 중고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조 사장은 2008년 업계 처음으로 온라인 중고책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책을 포장해 알라딘에 팔거나 중고 판매자 자격으로 다른 회원에게도 책을 팔 수 있다. 알라딘에 책을 팔 때 매입가가 1만원을 넘으면 택배비도 무료다.

조 사장은 2011년 9월 종로점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중고 매장도 늘려 나갔다. 현재 알라딘은 국내를 비롯해 해외까지 합쳐 24개의 중고 서점을 운영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알라딘의 2014년 매출은 2328억2743만원에 달한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처조카’ 조유식 사장과 한판
김 회장, 의류 사업 성공 후 예스24 M&A

김동녕 회장은 의류 업계를 섭렵하고 출판 업계까지 도전한 케이스다. 1945년생인 김 회장은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64학번)를 졸업한 후 197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입학해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사실 그는 교수만 20여 명에 달하는 전형적인 학자 집안 출신이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의류 업체 한세통상을 창업했다. 하지만 회사는 오일쇼크 여파로 7년 만에 문을 닫았다.

절치부심한 그는 1982년 다시 한 번 의류 사업에 도전했다. 이때 창업한 회사가 바로 한세실업이다. 그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을 매년 20%씩 늘리겠다는 목표로 영업에도 직접 나섰다. 한세실업은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중남미에 진출하는 등 사세를 확장해 나갔고 2000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2000년 이후 김 회장은 인수·합병(M&A)에 눈을 돌렸다. 외환 위기 여파로 법정 관리로 넘어가는 회사들이 많았던 만큼 M&A 시장에는 훈풍이 불고 있었다. 2003년 5월 예스24의 대주주가 경영권을 내놓으면서 찾아온 기회를 김 회장은 놓치지 않았다.

서점 경영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도전장을 던졌다. 이때 힘을 실어 준 것이 처조카인 조유식 알라딘 사장이었다. 당시 조유식 사장은 “고모부가 경영하면 금방 흑자가 날 것”이라며 응원했고 예스24는 정말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 확대보다 수익을 우선시한 김 회장의 판단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성장세로 돌아선 예스24는 2007년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2015년 기준 국내 누적 회원 수는 1000만 명에 달한다.

한편 김 회장은 부인 조영수 씨와의 사이에 2남 1녀(석환·익환·지원)를 두고 있고 그중 장남 석환 씨는 예스24 상무로, 차남 익환 씨는 한세실업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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