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차가운 머리 따뜻한 발
‘동의보감’에서는 차가운 물 기운을 상체로 올리고 뜨거운 열 기운을 하체로 내려 건강을 유지하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을 강조한다. 어떻게 하면 수승화강 할까?

우리 몸의 상체는 열이 계속 오르기만 해 뜨거워지고, 하체는 냉기가 계속 가라앉아 차가워지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열(寒熱)이 위아래로 나뉘어 기혈이 원활하게 돌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한열이 위아래로 편중되는 현상을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고 해 병적인 상태로 본다. 실제로 여러 질병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을 보면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올라요”, “눈이 자주 빨개지고 건조해져요”, “뒷목이 뻣뻣하며 혈압이 올라요”와 같이 가슴 위쪽으로 열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배가 차고 자주 아파요”, “생리통이 심하고 자궁이 냉한 것 같아요”, “발끝이 얼음장같이 시려요”와 같이 복부 아래쪽은 냉감에 의한 증상을 많이 호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몸의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 수 있을까? ‘동의보감’에서는 차가운 물 기운을 상체로 올리고 뜨거운 열 기운을 하체로 내려 건강을 유지하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을 강조한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건강한 사람은 상체가 계속 뜨거워지고 하체가 계속 차가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장을 중심으로 위로 오른 열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심장을 중심으로 아래로 내려간 차가운 기운을 위로 끌어올리는 승강 운동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수승화강을 통해 전신의 온도가 고르게 분포되고 기혈이 순환하게 된다. 기가 통한다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이를 통해 머리는 차갑고, 발은 따뜻하게 유지하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이 가능해진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학자이자 의사인 헤르만 부르하버는 죽기 전에 최고의 건강 비결을 적은 책을 밀봉해서 남겼다고 한다. 훗날 2만 달러 이상의 가격에 팔린 이 책에는“머리는 차갑게 하고 다리와 배는 따뜻하게 하라, 그러면 의사가 할 일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라는 문장만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 강조하는 수승화강, 두한족열과 같은 맥락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수승화강을 꼽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은 여러 원인에 의해 수승화강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현대는 화(火)의 시대라고 해 흔히 열(熱) 받는 일이 많아진다.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생존을 위한 전쟁을 하며 긴장을 놓지 못하고 하루 걸러 야근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도 입시와 취업을 위해 쉼 없이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또한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만지며 두뇌가 잠깐이라도 쉬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런 행동들은 지속적으로 심장에 열을 만들어 기운을 계속 위로 뜨게 한다. 이밖에 승강 운동의 중심이 되는 위장이나 비장의 기능이 약해지거나 차가운 기운의 중심이 되는 신장의 기능이 약해져도 수승화강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상에서 수승화강 돕는 법
척추나 관절질환에서도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아픈 부위의 통증과 염증을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승화강을 통해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만성 경항통이나 턱관절 장애는 잘못된 자세나 치열의 구조적 문제로 목이나 턱관절 부위 근육이 긴장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해져 화열이 머리 위로 상승한다면 목이나 턱관절 주위의 근육을 더욱 긴장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는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이 분비되고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이 상승하고 근육이 긴장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한편 퇴행성 슬관절염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이 손상돼 관절을 구성하는 뼈나 인대 등에 손상이 생겨 발생한다. 만약 퇴행성 슬관절염 환자가 하체 순환이 떨어져서 무릎 주위가 차고 시리거나 근육과 인대가 약해져 있다면 단순히 진통제나 뼈주사, 연골주사 치료를 받아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하체 순환을 도와 따뜻하게 하지 않으면 관절염의 증상이 반복되거나 잘 낫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간편하게 수승화강을 돕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복식 호흡을 하는 것이다. 호흡은 단순히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역할뿐 아니라 인체의 오르내리는 기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람은 하루에 1만5000번 이상 숨을 쉰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숨쉬기만 잘 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숨을 쉴 때는 복부까지 기운이 내려가게끔 깊이 쉬어주는 것이 좋다. 실제로 숨을 깊고 천천히 쉬면 부교감신경이 자극돼 정신이 안정되고 긴장이 줄어든다. 배에 풍선이 있다 생각하고 손을 아랫배에 대고 풍선에 바람을 밀어 넣는다는 느낌으로 배가 늘어나는 것을 느끼는 것이 좋다. 1분에 6회 정도로 대략 10초에 한 번씩 호흡을 한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가벼운 반신욕을 하거나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것도 수승화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열하한 증상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방문해 한의사의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health]차가운 머리 따뜻한 발
이승훈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침구과전문의(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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