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2층과 3층 계단 옆 흡연실…'원장님 지시사항' 안내문까지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의 장례식장 건물 안에 불법 흡연구역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병원 내 장례식장 자체를 전면 금연시설로 분류되는 의료기관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의 규모가 1000㎡ 이상인 만큼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경비즈니스 단독 취재 결과, 서울시 중구 을지로 6가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의 장례식장 건물 2층과 3층 계단 바로 옆으로 6.25㎡ 규모의 흡연실이 마련돼 있었다. 흡연실 입구에는 ‘장례식장 이용객 외에는 출입을 금합니다.(원장님 지시사항)’이라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원장이 직접 흡연실을 관리하는 듯싶다”면서 “임산부와 아이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것은 물론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실도 코앞에 있는데 왜 굳이 건물 안에 흡연실을 마련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의 바로 앞 건물 5층에는 병실(중환자 특수병동)이 있다.
◆감염병 전문병원 짓는다면서 금연구역지정 위반 국민건강증진법 9조(금연을 위한 조치) 4항과 동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실내 전면 금연구역을 시행 중인 건물(학교, 의료기관, 어린이집, 도서관, 청소년 활동시설, 어린이 놀이시설)의 경우 해당 시설의 ‘이용자 및 어린이·청소년의 간접흡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실외에 흡연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불가피하게 건물 내 흡연구역을 설치할 경우에도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설인 사무실, 화장실, 복도, 계단 등의 공간을 흡연구역으로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아무 곳에서 흡연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됐고 예외적으로 (흡연실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하는 환자들도 있어 법안을 검토해 조치한 것”이라며 “장례식장은 의료기관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례식장을 의료기관으로 봐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법에 명문화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의 규모가 3900㎡에 달하는 만큼 ‘1000㎡ 이상의 복합용도의 건축물은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규정에 어긋난다고 해석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흡연율 감소를 목표로 금연구역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건물의 실내에서 금연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은 버스 승강장, 학교정화구역 등 실외 흡연까지 금지하는 조례를 앞 다퉈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조속한 시정을 약속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담당 사무관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솔직히 부끄럽다”면서 “법적인 문제를 떠나 상식적인 차원에서 분명 바꿔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회에 (장례식장 실내 흡연실을) 아예 폐쇄해 버리는 방법도 고려해 볼 것”이라며 “최근 강남 이전과 관련한 이슈로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빠른 시일 안에 조치를 취하고 앞으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오는 2020년까지 서울시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한다. 이전 부지 안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독립 건물로 짓고 제2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지정을 앞두고 지난 2월 3일에는 감염예방을 고려한 ‘안심응급실’을 개소하기도 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수장은 안명옥 원장이다. 안 원장은 17대 국회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을 지내며 여성가족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다.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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