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 벤처캐피털리스트의 IT 지식수준에 기반한 과잉 확신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
Based on “Strike a Happy Medium : The Effect of IT Knowledge on Venture Capitalists’ Overconfidence in IT Investments” by Harpreet Singh, Rohit Aggarwal, and Irina Cojuharenco(2015, MIS Quarterly, Vol. 39 Issue 4, pp. 887~908)
[저널 리뷰] ‘많이 알아도 병’ 과잉 확신이 투자 망친다
[이승재 삼정KPM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연구 목적

현재 거대 기술 기업으로 성장한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에서부터 최근 가속도를 내며 성장하고 있는 페이스북·트위터·우버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이들이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기반으로 사업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벤처의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벤처캐피털의 역할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도 마찬가지겠지만 벤처 투자는 투자 여부에 대한 판단과 이를 실행하는 결단력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보기술(IT) 기반의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는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한 만큼 투자자에게 첨단 IT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투자자의 기술 지식의 보유 정도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과잉 확신’은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과잉 확신’은 투자 업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항목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연구 주제

이 논문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가지고 있는 IT 지식 보유 정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지나친 과잉 확신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결정할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보유한 기술에 대한 전문 지식의 수준이 투자자가 지닐 수 있는 과잉 확신과 어떤 관계를 지녔는지 연구했다.

이를 위해 이 논문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IT 전문 지식 정도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과잉 확신 정도는 곡선적 선형 관계(Curve liner), 즉 완만한 U자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다시 말하면 중간 정도의 IT 지식을 가진 투자자가 과잉 확신을 가장 덜 하는 경향이 있다는 가정이다.

또 다른 가설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과거에 진행한 투자가 성공을 거뒀을 때 그로 인해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친 과잉 확신을 지닐 수 있고, 이는 결국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방법

이 논문의 분석에 필요한 정량적인 데이터는 벤처캐피털리스트가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 관련 투자 정보로부터 입수했다. 그뿐만 아니라 투자자 대상의 설문 조사를 통해서도 데이터를 수집했다.

특히 벤처캐피털리스트의 IT 지식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별도의 퀴즈 설문을 사용했다. 설문에 사용된 퀴즈의 각 문항들은 11개의 대형 IT 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돼 신뢰성을 높였다.

또한 이들 문항은 CTO가 회사의 경력직 IT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사용한 문항들이어서 기술적인 신뢰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과잉 확신에 대한 정도는 벤처기업이 ‘시리즈 B펀딩(스타트업들이 시제품에 대한 시장성을 인정받아 본격적 사업 확장을 위해 받는 펀딩)’을 받을 때의 실제 기업 가치와 이전에 추정된 기업 가치 사이의 변화 정도를 기반으로 추론됐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실패’는 투자를 받았지만 파산했던 벤처기업의 숫자를 통해 측정했다. 반면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성공’은 투자한 스타트업이 인수·합병(M&A) 혹은 기업상장(IPO)을 통해 출구전략에 성공한 것을 토대로 측정했다.

◆연구 결과

이 논문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IT 지식수준과 이들이 가지는 과잉 확신 간에는 U자형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통계 모형을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즉,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수준이 아닌 중간 정도 수준의 IT 지식을 가진 벤처캐피털리스트가 과잉 확신을 가장 적게 가진다.

근본적으로 투자자가 일정 수준의 IT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과거의 성공에 도취돼 지닐 수 있는 과잉 확신에 따른 부정적 영향력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의 IT 지식수준이 특정 정도의 레벨을 뛰어넘을 수준으로 매우 우수해지면 다시 과잉 확신이 증가돼 현재의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됐다.

벤처 투자에서 높은 IT 지식수준은 오히려 과잉 확신을 도출하고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믿는 투자자들은 그로 인해 투자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과잉 확신을 하면 리스크가 매우 높은 투자도 단행하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투자자의 IT 지식수준이 너무 낮아도 문제다. 이때 지식수준의 측정조차 스스로 하지 못해 과잉 확신에 빠지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일정 수준의 IT 전문 지식조차 없다면 첨단 기술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한 기술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투자에 실패했던 경험은 과잉 확신을 줄어들게 만든다는 부분도 도출됐다. 하지만 그 줄어드는 정도는 투자자의 IT 지식이 증가 혹은 감소하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성과와의 관계를 놓고 보면 과잉 확신은 투자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투자자의 IT 지식이 증가할수록 과잉 확신이 투자 이익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사점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투자자의 IT 지식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벤처기업 분석을 잘할 것이라고 오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논문은 ‘지나쳐도 독이 된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IT 지식이 과도하게 높은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맹신하는 오류에 빠져 투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되는 것이다. 즉, ‘과유불급(過猶不及)’, 지식의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아지는 셈이다. 이때 투자자 본인의 과잉 확신 경향을 바로잡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역으로 IT 지식수준이 일정 수준보다 낮은 벤처캐피털리스트도 ‘과잉 확신’을 한다는 아이로니컬한 결과도 도출됐다. 본인의 지식이 낮다는 사실조차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과 같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경로가 폭넓어진 시대에서는 IT 지식수준이 낮다는 것이 무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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