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삼성은 바이오시밀러로 퀀텀 점프 노려
SK·LG·CJ는 신약 주력

'제약·바이오 투자' 대기업들의 서로 다른 전략
삼성·SK·LG·CJ 등 국내 대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제약·바이오를 중점 육성 중이다. 기업들은 저마다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발 주자에 속하는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검증된 의약품으로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한 행보다.

제약·바이오 부문에 비교적 오랜 기간 투자해 온 SK·LG·CJ는 신약과 바이오 의약품, 백신 개발 등에 다각적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삼성,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원이 세포배양기를 살펴보고 있다.(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원이 세포배양기를 살펴보고 있다.(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2012년 설립)와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11년 설립)가 이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류머티즘 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브렌시스’를 첫 출시했다. 브렌시스는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바이오시밀러 품목 허가를 받은 후 12월 24일부터 국내에서 환자에게 처방되기 시작했다. 한 달 후에는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베네팔리(국내명 브렌시스)’는 지난 1월 17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로부터 최종 허가를 받았다. 베네팔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 28개국과 유럽경제공동체(EEA) 3국에서 순차적으로 판매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또 지난해 12월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렌플렉시스’ 국내 품목 허가를 받았다. 렌플렉시스는 류머티즘 관절염과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건선성 관절염, 판상 건선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 렌플렉시스는 유럽의약국(EMA)의 판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임상 3상)와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임상 3상) 등 6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85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 공장인 ‘제3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2017년 말까지 건설을 완료, 2018년 4분기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 내 본사에서 제3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제3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36만 리터로 증가한다. 스위스의 론자(26만 리터),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24만 리터) 등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전문 기업(CMO)으로 도약하게 되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3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매출 2조원 돌파와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SK, 신약·백신 사업 성과 속속

SK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SK케미칼·SK바이오팜·SK바이오텍 등 3사가 맡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제약·바이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힘을 싣고 있다.

SK그룹은 1993년부터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총 15건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임상 승인을 획득하는 등 글로벌 수준의 신약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에는 지주회사인 SK(주) 내부의 신약 관련 사업 조직을 떼어내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을 위한 대전 대덕연구단지 신약개발연구소와 글로벌 임상 시험을 담당하는 미국 뉴저지 임상개발센터로 이원화돼 있다. 중추신경계 질환 중심의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 중이다.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는 연 80조원 이상의 가장 큰 질환 영역 시장 중 하나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해 미국 재즈에 기술 수출한 수면 장애 치료 신약(SKL-N05)은 임상 3상에 돌입한 상태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 중인 뇌전증(간질) 신약(YKP 3089)도 최근 임상 3상에 돌입했다. SK바이오팜은 약 1년 동안 임상 3상을 진행해 내년쯤 FDA에 신약 판매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뇌전증 신약이 상용화되면 미국에서만 연간 매출 1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5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시판은 이르면 2018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SK그룹은 또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4월 SK바이오팜의 자회사로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주)는 지난 2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SK바이오텍의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SK바이오텍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주요 고객으로 한다. 당뇨 및 간염 치료제 등 원료 의약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지난해 11월 세종시와 원료 의약품 생산 공장을 신설하는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19년까지 총 701억원을 들여 세종시 명학일반산업단지 8만3712㎡ 부지에 원료 의약품 전문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3월에 1차 공사에 착수한 뒤 2017년 2분기부터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SK케미칼 라이프사이언스 부문은 질병에 대한 개념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선진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케미칼은 2006년부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백신 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국내 대표 바이오벤처인 인투젠을 인수, 바이오 의약품 분야 진출을 가속화했다. SK케미칼은 백신 사업 인프라 구축과 R&D에 약 4000억 원의 비용을 투자해 왔다.

2012년에는 경북 안동에 백신 공장 ‘L하우스’를 완공했다. L하우스는 세포배양 독감 백신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연간 최대 생산량이 1억4000만 도즈(1도즈=1회 접종)에 달한다. 최첨단 차세대 무균 생산 시스템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전염병에 대한 신규 백신도 개발·생산할 수 있다.

SK케미칼에서 판매하는 백신은 B형간염·수두·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소아마비·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Td(파상풍·디프테리아) 등 국가 필수 예방접종 백신과 뇌수막염·독감 백신 등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성인용으로는 국내 최초, 소아용으로는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를 상용화했다. 출시 첫해 누적 주문·판매량 360만 도즈를 돌파했다.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은 기존 유정란 대신 최첨단 무균 배양기를 통해 백신을 생산한다. 항생제나 보존제의 투여가 불필요한 고순도 백신으로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이에게도 접종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은 기존 방식으로 6개월 이상 걸리던 생산 기간을 절반 이하 수준인 2~3개월로 줄여 신종플루처럼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변종 독감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이 밖에 폐렴구균·대상포진 백신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SK케미칼은 FDA 신약 허가 신청(NDA)을 진행 중인 혈우병 치료제 ‘NBP601’ 등 1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LG, 기존 성과 바탕 해외 사업 강화

LG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을 전담하는 LG생명과학은 대사 질환 치료제, 바이오 의약품, 백신 등 3대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3대 전략 제품군의 국내 사업을 기반으로 현재 45% 수준인 해외 사업 비율을 6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매출 대비 15% 이상인 800억원 규모의 R&D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항혈전 신약, 세포 보호제 등의 신약 개발과 바이오 의약품 상업화, 차세대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국내 첫 당뇨 치료 신약인 ‘제미글로’를 시장 선도 제품으로 육성하고 당뇨·고혈압·고지혈 복합제 개발 등 추가 제품 패키지화를 통해 대사 질환 분야 국내 1위의 마켓 리더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LG생명과학은 프랑스 사노피와 제휴, 인도·러시아 등 79개국에 제미글로 개발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12월에는 멕시코 스텐달과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23개국에 추가 판매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해 세계 총 105개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LG생명과학은 독립 법인 출범 이전인 1981년 럭키(현 LG화학)에서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유전공학연구소를 설립, 바이오 의약품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바이오시밀러(인터페론 제제)인 ‘인터맥스 감마’, B형간염 백신 ‘유박스B’, 인성장호르몬 ‘유트로핀’, 빈혈 치료제 ‘에스포젠’ 등 다수의 의약품을 개발,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 중 유트로핀은 인성장호르몬 제제 국내 점유율 1위 제품이다.

국산 첫 미용 필러 제품인 ‘이브아르’는 지난해 출시 3년 만에 수입 제품을 제치고 국내 판매 수량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최근 중국에서 연 200% 이상 판매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 제품은 중국에 이어 이탈리아·러시아·유럽에 수출 중이며 향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될 예정이다.

LG생명과학은 올해부터 환자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유트로핀 액상·펜’, 1회 제형 관절염 치료제인 ‘시노비안’과 ‘이브아르’ 복합제 등의 신제품 출시를 통해 라인업을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다. LG생명과학은 총 1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바이오시밀러의 조기 상업화를 위한 해외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LG생명과학과 일본 모치다는 LG가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 허가 등록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진행 중이다. LG생명과학은 상업화한 바이오시밀러를 오송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와 일본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뇌수막염 백신과 5가 혼합 백신의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급을 통해 백신 사업 분야 매출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5가 액상 혼합 백신 ‘유펜타’는 지난 2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전 적격성 평가(PQ) 승인을 획득했다. 회사 측은 유엔 산하 기관인 유니세프 등이 주관하는 연간 4000억원 규모의 5가 혼합 백신 국제기관 입찰 및 공급에 본격 참여할 예정이다.

LG생명과학은 또 유펜타에 소아마비 백신을 추가한 6가 혼합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LG생명과학은 2014년 WHO로부터 소아마비 백신 생산 파트너로 선정된 바 있다”며 “이를 통해 6가 혼합 백신을 비롯한 차세대 백신의 세계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생명과학은 서울 마곡산업단지 내에 조성 중인 제약·바이오 전문 연구 단지를 201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CJ, 신약·바이오 성과 잰걸음
실험 중인 CJ헬스케어의 연구원(CJ헬스케어 제공)
실험 중인 CJ헬스케어의 연구원(CJ헬스케어 제공)
CJ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CJ제일제당의 100% 자회사인 CJ헬스케어가 맡고 있다.

CJ헬스케어는 1984년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부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4월 1일 적극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새롭게 출범했다. CJ헬스케어는 연내 상장될 예정이다.

CJ헬스케어는 순환·당뇨·항암·신장질환 치료제 등의 전문의약품과 원료 의약품, H&B(헬스·뷰티) 제품 분야에서 입지를 굳혀 왔다.

1986년 B형 간염 백신인 ‘헤팍신-B’를 출시해 간염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1997년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녹농균 백신 신약이 대한민국 7호 신약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1998년엔 빈혈 치료제인 ‘에포카인’을 출시, 국내 최초 바이오 의약품 해외 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CJ헬스케어는 임상 3상 중인 항구토제 ‘NEPA’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신약·개량 신약 부문 파이프라인은 총 9개다.

임상 3상 진행 중인 ‘CJ-12420(성분명 Tegoprazan)’은 향후 소화기 치료제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약물로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 10월 중국 뤄신에 CJ-12420 기술을 라이선싱 아웃(기술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국내 신약은 글로벌 출시 시기를 놓쳐 시장 선점에 실패했던 사례가 많았다”며 “CJ-12420의 국내 출시(2018년)와 글로벌 출시(2021년 예상) 간격을 최대한 좁혀 세계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는 빈혈 치료 바이오시밀러 후보 물질로 임상 2상 중인 ‘CJ-40001’을 비롯해 총 5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CJ헬스케어는 오송·이천·대소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천 공장에서는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한다. 대소 공장에서는 원료 의약품 및 수액제, 세파계 항생제를 생산하고 있다. 2010년에 완공된 오송 공장은 항암제를 포함한 완제 의약품을 생산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송 공장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의약품 수입 허가 시 필수 요구 사항인 cGMP 혹은 EU GMP 규정에 따른 제조 및 관리가 가능한 공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에는 CJ 계열사 R&D 조직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그룹 통합 R&D센터 ‘CJ 블라섬 파크(Blossom Park)’가 경기도 광교에 완공됐다. CJ헬스케어는 내년에 입주할 예정이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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