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출퇴근 가능해 이사 수요 적어…공급 적은 오피스텔만 '귀한 몸'

“서초 시대가 막을 내리고 판교 시대가 열렸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의 판교 이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초 사옥에서 8년을 지낸 삼성물산은 판교 알파돔시티(alphadom city)로 이사 중이다. 이삿짐을 싸고 있는 임직원만 3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 3월 18일부터 시작된 이삿짐 행렬은 3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알파돔시티를 비롯해 판교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다.

알파돔시티는 어떻게 조성되고 주변 판교 부동산 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또한 투자를 한다면 아파트·상가·오피스텔 중 어디가 좋을까. 삼성물산 이전과 함께 막이 오른 판교를 3월 23일 찾았다.
판교 부동산, 삼성물산 이전 효과? "글쎄올시다"
◆ 알파리움, 저층부 상권 활성화가 관건

서울 분당선 판교역 1번 출입구를 나서자 공사 현장 가림막이 눈에 들어왔다. 이 현장을 비롯해 판교역과 맞닿은 총 8개 필지가 다름 아닌 ‘알파돔시티’다.

알파돔시티는 판교신도시 내 마지막 남은 개발 사업이다. 시행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행정공제회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알파돔시티자산관리회사(AMC), 시공은 롯데건설·GS건설·SK건설·두산건설 등이 맡고 있다.

왼쪽 가림막 너머로 삼성물산이 입주하는 알파리움 빌딩 2개 동이 보였다. 알파리움은 알파돔시티 2단계 사업 중 1단계인 주상복합 단지로, 업무 시설 2개 동의 지상 3층부터 13층까지를 삼성물산이 5년간 임차한다.

주거 시설인 아파트 931가구는 지난해 11월 입주했다. 2013년 최초 분양 당시 3.3㎡당 평균 1900만원 선이었던 알파리움 아파트의 가격은 현재 2600만원 선까지 치솟은 상태다.

점심시간에 맞춰 길 건너편 상업 시설로 이동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삼성물산의 한 직원은 “어제(3월 23일) 오전까지 이삿짐을 옮기고 오후부터 정상적으로 업무에 돌입했는데, 현재 500~600명의 직원이 입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건물 저층부(지하 1~2층)에 비어 있는 곳들이 많아 점심에는 길 건너편 상업 시설로 많이 이동한다”고 말했다.

알파리움 빌딩의 지하 1층부터 2층까지는 상업 시설로 꾸며지는데, ‘라 스트리트(La Street)’라고 이름 붙었다. 스타벅스·아티제·빌리엔젤·송추가마골 등 커피 전문점과 식당은 물론 이니스프리 등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입점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 확인 결과 대부분의 점포는 비어 있는 상태였다. 이와 관련해 시행사 관계자는 “알파리움의 모든 점포는 분양이 아닌 임대로 이뤄지는데, 85% 정도가 이미 입점 계약을 마친 상태”라며 “인테리어 등 오픈 준비 기간에 차이가 있어 공실이 많이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파리움에는 이탈리아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벨이태리’가 조성되고 이탈리아 모자이크학교와 연계해 선보이는 모자이크 파크도 조성된다. 알파돔시티 주변 판교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파트와 상가 시장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고 그나마 오피스텔 시장만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먼저 아파트 시장에서는 알파리움 아파트를 제외하면 삼성물산의 이전 효과가 감지되지 않았다. 알파돔시티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삼성물산의 입주가 확정된 이후 특별히 집값이나 전셋값이 오른 것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우리야말로 부동산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길 바라지만 아파트 시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판교 부동산, 삼성물산 이전 효과? "글쎄올시다"
◆ “삼성물산 연봉에도 감당 안 돼”

이미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판교 아파트에 들어올 수 있는 수요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판교역 인근 아파트 매매가를 살펴보면 봇들8단지휴먼시아 84㎡가 9억2000만원, 판교푸르지오그랑블 98㎡가 10억4000만원이다.

이 관계자는 “판교역 인근에서 가장 저렴한 전세도 7억원대”라면서 “문의해 왔던 삼성물산 직원들의 연봉 수준이 높은 편이긴 했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지방이 아닌 강남에서 이전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미 분당 등 강남 주변 지역에서 출퇴근 해 온 직원들이 굳이 판교로 이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가 시장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봐야 구체적인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알파돔시티 상권과 길 건너 판교 역세권 상권, 테크노밸리 상권 등 3파전 구도다. 특히 알파돔시티에서도 삼성물산이 입주한 알파리움 빌딩의 저층부 상권이 얼마나 살아나느냐에 따라 나머지 두 상권의 호불호가 엇갈릴 전망이다.

가장 관심이 많은 쪽은 판교 역세권 상권에 자리한 상가들이다. 테크노밸리 내 자체 상권이 살아나면서 상대적으로 침체돼 있었는데, 알파리움 상권마저 활성화되면 더욱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판교 역세권 상권에 자리한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알파리움 상권도 삼성물산 직원 3000명만 보고 마음을 놓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알파리움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총면적 23만5300여㎡)를 자랑하는 현대백화점이 개점해 있는 상태에서 편의점이나 커피 전문점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수익성을 보장받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알파돔시티 자산관리 관계자는 “판교 역세권 상권과 테크노밸리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상업 거점 타운을 만드는 것이 알파돔시티의 목적”이라며 “모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이 35㎡ 이하로 규모가 작다 보니 기본적으로 가격 부담이 작다. 판교역 1번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오피스텔 ‘호반메트로큐브(25㎡)’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이다.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이전하면서 미혼이거나 혼자 지내야 하는 직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오피스텔은 투자 목적으로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판교역 주변으로 개발할 수 있는 토지가 한정된 가운데 오피스텔 추가 공급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다. 삼성물산 이전에 이어 제2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도 예정돼 있어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공급은 없는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구조여서 투자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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