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포문 열자 쿠팡도 맞대응…레드오션 된 온라인 쇼핑 시장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현대증권 김근종·안예원 애널리스트가 펴낸 ‘유통-브랜드 로열티가 없는 온라인 유통산업’을 선정했다. 두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한 온라인 유통시장은 브랜드 로열티를 갖기 힘든 레드오션이라고 분석했다.이마트와 소셜 커머스의 치열한 가격·배송 전쟁이 한 달만에 ‘휴전 모드’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지난 2월 18일 “생활필수품을 최저가로 팔겠다”며 가격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매주 목요일을 ‘최저가의 날’로 정했던 이마트는 지난 3월 17일에 이어 24일에도 새로운 할인 품목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의 최저가 경쟁이 한 달 만에 힘이 빠진 데는 이유가 있다. 이마트는 품목을 늘려 최저가 경쟁을 계속하면서 결과적으로 누군가는 백기를 들기를 원한다. 문제는 어느 누구도 백기를 들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마트와의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는 순간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설령 누군가가 백기를 든다고 해도 온라인 쇼핑 산업 내 승자는 당분간 없다. 이마트가 ‘승자 없는 싸움’을 지속하지도, 멈추지도 못하는 이유다. ◆기존 유통 업체, 온라인이 유일한 성장 동력
이마트가 지난 2월 18일 “가격의 끝을 보여주겠다”며 호기롭게 최저 가격 전쟁을 선언했다. 기저귀와 분유 분야의 특정 인기 제품에 대해 1주일간 시장 가격을 확인한 후 최저가로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향후에는 물티슈·세제·생수 등 부피가 크고 무게가 무거워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까지 취급 품목을 더욱 늘려갈 예정이라는 발표도 이어졌다.
이마트는 이번 최저가 경쟁에서 특정한 가격대를 언급하지 않고 최저가로 판다고만 밝혔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경쟁자가 가격을 올리면 이마트도 가격을 올리겠다는 의미다. 그러니 이마트가 이번 최저가 경쟁을 통해 경쟁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역마진을 보면서까지 제품을 판매하지 말고 가격을 올리라는 것이다.
물론 이마트도 경쟁자들이 바로 백기를 들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이마트의 최저가 선언에 대해 주요 유통 업체들은 똑같이 최저가로 대응하고 있다. 관건은 누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여부다. 이마트는 자신이 있다. 이마트의 연간 영업이익은 연간 6000억원 수준이다.
이마트가 단기적으로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정도의 최저가 경쟁은 누구보다 오래 이어 갈 수 있다. 쿠팡의 1조원 투자 유치가 뉴스에 많이 나왔지만 다음의 사실을 잊지 말자. 이마트는 연간 ‘카펙스(CAPEX : 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된 비용)’가 1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마트의 전략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현재 온라인·모바일 유통업 경쟁사 중 그 어느 누구도 백기를 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마트와의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는 순간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도태된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사용자들은 가격에 특히 민감하다.
따라서 지금 경쟁사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다. 이마트에 대응해 똑같이 최저가 경쟁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절대로 백기를 들 수 없는 이유는 업체마다 다르지만 크게는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 등 기존 유통 업체들에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은 유일한 성장 동력이다.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타 기업에 뺏길 수 없다.
기존 유통 업체들은 영업 현금 흐름 및 보유 현금 측면에서 이마트와의 경쟁을 피할 이유가 없다. 최저가 경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둘째로, 소셜 커머스 기업들은 이 최저가 경쟁에서 백기를 드는 순간 투자 유치에 빨간불이 켜질 우려가 크다. 쿠팡을 비롯한 소셜 커머스 기업들은 약 10% 수준의 유통 마진을 받고 있다. 이렇게 낮은 유통 마진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
따라서 성장 과정에서 꾸준히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속적인 거래액 상승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셜 커머스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 아직 소셜 커머스 기업들은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거래액 상승을 도모해야 하는 시기다. 거래액 상승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쿠팡, 투자 받으려면 ‘거래액’ 필수
현재 온라인 유통업의 유통 마진(매출 총이익률)은 10% 이하다. 아무리 온라인 유통업이 오프라인 유통업 대비 비용이 적게 든다고 하더라도 이 수준의 매출 총이익으로는 결코 이익을 내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모든 업체들의 광고 선전비 및 판매비를 증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매출 총이익률 수준에서는 이와 같은 최저 가격 경쟁 전략으로는 향후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누군가가 백기를 드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다. 최근 쿠팡을 비롯한 소셜 커머스 기업들의 재무 상황을 우려하는 뉴스들이 많이 양산되고 있지만 그들은 그래도 최소 2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퇴출자가 생겨도 남은 시장 참여자들은 유통 마진을 올릴 수 없다. 가격 경쟁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는 유통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로열티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내에서 소비자들이 브랜드 로열티를 가지기 어려운 이유는 높은 인구밀도와 네이버의 존재 때문이다. 경쟁자를 압도할 만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축하기 어렵고 모든 유통 채널의 가격이 한눈에 비교되는 환경이다. 가히 온라인 유통 기업에는 최악의 사업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좁은 영토와 높은 인구밀도는 온라인 유통산업이 발전하기에는 매우 이상적인 환경이다. 하지만 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배송 서비스 등에서 개별 기업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산업 초기에 개별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더라도 경쟁자들이 금방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네이버 지식쇼핑은 전 세계 온라인 유통업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워를 갖고 있는 사업 모델이다. 온라인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한데, 국내에서는 네이버 지식쇼핑을 통해 모든 유통 채널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쇼핑은 온라인 유통업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기업조차 향후 가격을 올리게 되면 소비자들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협적인 요인이다.
가격 비교가 너무나도 쉬운 세상에서 남들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공산품을 살 소비자는 온라인 유통업에서는 많지 않다. 소비자가 언제나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에 대해 로열티를 갖기 어렵다는 말과 같다.
브랜드 로열티가 없는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개별 기업이 가격 결정권을 갖기 어렵다. 모바일 쇼핑은 성장성 측면에서는 분명 블루오션이 맞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개별 기업이 가격 결정권을 갖기 매우 어렵다는 측면에서 레드오션일 수밖에 없다. 레드오션과 관련된 기업들의 이익 개선이 쉽지 않은 것은 매우 당연한 이치다.
정리=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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