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커피 시장 매년 49% 성장…초저가·스페셜티로 양극화}
서울 시내 커피 전문점 1만7000개…강남구 가장 많고 마포구 빠르게 증가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경기도 안양에 사는 직장인 L(49) 씨는 매일 아침 편의점에서 커피 한 병을 구입해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한다. 플라스틱 용기에 든 이 커피를 들고 다니며 오전 내 한 모금씩 마신다. 그의 직장이 있는 건물 1층엔 커피 전문점이 3개나 들어서 있다. 어디를 가든 커피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일상이 됐다.

스타벅스 1호점이 국내에 처음으로 문을 연 것은 1999년. 그 후 20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커피는 국민 기호 식품을 넘어 문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커피 전문점들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만 1만7000여 개의 커피 전문점이 운영 중이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우리 마을 가게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2015년 11월 기준으로 서울 시내 커피 전문점은 총 1만7032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점포 수를 보유한 곳은 강남구다. 강남구에서만 2390개의 커피 전문점이 영업 중이다. 뒤를 이어 서초구와 마포구가 1314개, 1222개를 각각 기록했다. 가장 낮은 곳은 도봉구로 228개의 커피 전문점이 있다.

가장 이른 기간 안에 급성장한 곳은 마포구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마포구의 커피점은 전년 동기보다 5.9% 늘어났다. 마포구 다음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인 곳은 성동구로 3.2%를 기록했다. 관악구가 2.5%를 차지해 뒤를 이었고 도봉구와 강북구가 1.7%, 1.1%의 증가율을 각각 나타냈다.

반면 커피 창업을 가장 피해야 할 곳은 중구로 밝혀졌다. 중구는 서울시가 분류한 주의·의심·위험·고위험 등의 창업 위험도에서 ‘고위험’군에 속했다. 동대문구·성북구·서대문구·용산구는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한 연구원은 “전국적으로 커피 전문점의 수요 지역은 서울 및 경기 지역 수도권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지역별 인구밀도 분포와 비례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커피 전문점 1만7000개…강남구 가장 많고 마포구 빠르게 증가
◆10년 새 원두 수입 8.6배 늘어

국내 소비자들은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커피를 마셨기에 커피 산업이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

2015년 3월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 발간한 ‘국내 커피 수입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성인 1인당 연간 평균 커피 소비량은 341잔으로 추정됐다. 이는 298잔으로 집계된 전년보다 약 14.4% 증가한 수치다.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평균 커피 한 잔 값은 4000원대로 싼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커피 시장은 지속적으로 덩치를 키워 왔다.

전 세계 커피 시장 규모는 약 2조3000억 달러(약 2600조원) 규모다. 이 중 국내시장은 2014년 기준 약 5조4000억원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15.3%씩 성장해 왔다. 특히 2007년부터 2014년 사이의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49%에 달했다.

김승 SK증권 연구원은 “한 잔에 4000~5000원씩 하는 커피 가격이 소득 및 식사비와 비교해 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줄지 않는 것은 커피의 단순 효용뿐만 아니라 다른 효용에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커피는 커피 본연의 기능인 카페인에 대한 니즈 증가에 따른 소비 증가, 사교 및 정보 교환을 위한 식후 티타임 니즈 증가, 개인 작업을 위한 공간 등 부가적인 목적을 위한 시장이 커지면서 단순 기호 식품이 아닌 문화 소비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불황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통한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소비 패턴 또한 상당히 습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커피 시장 성장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피 생산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국내 커피 수입 시장의 구조는 크게 3가지다. 원재료 형태로 들여와 직접 소비하는 구조, 국내에 들어온 후 이차가공을 거친 뒤 국내에서 유통·소비되는 구조, 이차가공을 거친 후 다시 해외로 수출되는 3가지 구조다.

2014년 수입액 기준으로 커피 수입의 품목별 구성은 생두가 72.2%, 원두 16.5%, 조제품 11.3%였다. 녹색을 띠는 생두는 커피나무에서 수확된 이후 단순 과정을 거쳐 곧바로 수입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교역되는 농산물 중 하나가 바로 생두다. 생두에서 2차 로스팅 가공 과정을 거친 게 원두커피다. 그리고 원두를 건조한 후 분말 형태 등으로 재가공한 게 조제품 커피다. 이 3개 품목군에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품목은 원두커피다.

품목별 주요 수입원을 보면 생두의 최대 수입처는 베트남이다. 2014년 수입량 기준 베트남산이 전체 생두 수입의 25.8%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브라질 17.7%, 콜롬비아 15%순이었다. 원두는 미국산이 40.7%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말레이시아와 이탈리아가 각각 20.1%, 18.7%였다. 조제품은 브라질산이 36.5%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미국 11.2%, 말레이시아 10.8%순이었다.

최근 10년간 커피 수입 시장 규모는 생두 3.3배, 원두 8.6배, 조제품 2.7배 늘어났다. 원두 수입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기존 인스턴트 커피믹스 제품에서 원두커피로 이동한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두커피로 소비 중심이 이동하면서 캔과 병에 든 기존 액상 커피(RTD)가 인스턴트 시장의 틈새시장으로 급부상했고 한때 국내 커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던 인스턴트 커피믹스 제품의 인기는 한풀 꺾여 2014년 33.7%로 낮아졌다. 2014년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의 규모는 약 1300억원 규모였다.

국내에 처음 도입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커피는 단맛이 주를 이뤘고 소비자의 니즈 역시 다양하지 않았다. 커피가 급성장한 시기는 커피 전문점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2000년대 초다.

고급 원두를 원료로 하는 커피 전문점이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와 니즈가 다각화됐다. 소비자들은 커피의 단순한 맛 중심에서 벗어나 원산지와 품질까지 따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고급 스틱 원두커피 제품이 출시됐고 가정용 고급 원두커피 시장도 확대됐다.
서울 시내 커피 전문점 1만7000개…강남구 가장 많고 마포구 빠르게 증가
◆‘브랜드’가 커피 구매 좌우

시장조사 전문 기관 닐슨컴퍼니코리아에 따르면 소비자가 커피를 구매하기 위해 고려하는 요소는 가격보다 브랜드와 취향의 영향이 크다. 브랜드가 52%를 차지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고 맛과 향미가 30%, 제품 타입과 패키지 종류가 15%, 12%로 각각 집계됐다.

닐슨 관계자는 “(소비자) 자신이 필요한 상품에 대해 과감히 소비하거나 상품의 가격·용도·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가치 소비성향이 강화됐다”며 “커피 시장에도 양극화 소비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맛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실속형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런 소비 트렌드를 일찌감치 파악한 일부 커피 전문점은 발 빠르게 저가 커피를 시장에 선보이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저가 커피 업체들이 창업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방송사 요리 프로그램을 휩쓸며 ‘백주부’로 유명세를 떨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야심차게 선보인 빽다방을 필두로 저가 커피는 기존 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매장 수 기준 1위를 자랑하는 이디야커피는 주로 2000원대 커피를 판다. 경쟁 업체의 절반 가격이다. 가격은 저렴한데 크기는 별 차이가 없다. 한국맥도날드는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판매한다. 맥도날드의 커피 브랜드인 맥카페는 2015년 1월 가격을 내린 후 예전에 비해 3배 정도 판매가 늘었다.

이처럼 저가 커피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싸고 맛있는 커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면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위협할 정도로 국내 커피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켰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단순 기분 전환, 잠 깨우기 등 커피의 기능적 요인을 기대하는 소비자는 불확실한 경기 상황 속에서 저가형 제품을 찾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커피 시장도 저가·일반 커피와 고가·고급 커피로 양분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가 커피가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은 고가 커피 전략으로 반격에 나섰다. 그 선두에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가 있다.

일반 생두 가격이 1kg당 2만~3만원 선인 데 비해 스페셜티 커피의 생두는 6만~7만원 선에 거래된다. 스페셜티 커피는 1978년 프랑스 커피 국제회의에서 처음 등장했다. 스페셜티 커피 원두는 산지 농원만의 개성 있는 풍미가 특징이며 해당 지역의 지리적·기상적 환경에 따라 독특한 향기와 맛을 뽐낸다.

스페셜티 커피는 4등급 중 1등급에 해당하는 상위 7%의 생두만 취급한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와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 산하의 커피품질연구소(CQI) 분석 항목을 평가해 평균 80점 이상을 획득해야만 스페셜티 등급으로 분류된다.

◆스타벅스도 스페셜티 커피에 눈독

지난해 글로벌 커피 시장의 화두는 단연코 스페셜티 커피였다. 스페셜티 커피의 발원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시장을 지닌 미국이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가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스타벅스는 2015년 3월 브라질 내추럴 컵오브엑셀런스(COE) 1위 원두를 사들였다. COE는 어느 나라에서 특정 연도에 생산된 최고의 커피 원두에 부여되는 명칭이다. 커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진출을 꿈꾸고 있는 스타벅스는 1000만 달러(약 116억원)를 들여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테이스팅 룸’도 선보였다.

해외 대형 유통 업체들도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일본의 UCC는 COE 대회 1등 수상작만 골라 쓸어 담으면서 선제 마케팅에 나섰다.

국내시장도 마찬가지다. SPC그룹은 2014년 7월 서울 강남에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커피앳웍스’ 매장을 선보였고 9월에는 광화문에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매일유업의 자회사 브랜드로 시작한 폴바셋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업계 관계자는 “직거래가 많은 스페셜티 커피의 가격은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두와 달리 등락 폭이 거의 없다”며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대부분의 세계적 로스터들은 커피 품질뿐만 아니라 농장과의 공생,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커피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henrykim@hankyung.com
서울 시내 커피 전문점 1만7000개…강남구 가장 많고 마포구 빠르게 증가
서울 시내 커피 전문점 1만7000개…강남구 가장 많고 마포구 빠르게 증가
[기사 인덱스]
-5조원 시장 쟁털전 코피 터지는 커피전쟁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 1만7000개
-인스턴트 원두커피로 '왕좌 교체'
-'틈새 시장서 주력 시장으로' 불붙은 편의점 커피전쟁
-반격 나선 커피 전문점 ‘상위 7%’ 스페셜티 커피로 승부
-고종 황제 마시던 커피, 대중화에 성공
-"커피 산업,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