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기대 수익률 하락, 미 금리 인상 후 한 차례 조정 거칠 듯}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원자재 가격의 상승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금(金)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3월 29일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위험 요인들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조정은 조심스럽게(cautiously)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준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을 암시한 것이다.
‘옐런 효과’ 하루 새 금값 1.3% 올라…“안전 자산 잡아라”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뉴욕 주식시장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3월 29일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17.96포인트(0.88%) 오른 2055.01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97.72포인트(0.56%) 오른 1만7633.11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79.84포인트(1.67%) 상승한 4846.62까지 뛰어올랐다.

◆유가 오르면 금값도 동반 상승

금값도 올랐다. 3월 29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물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15.50달러(1.3%) 오른 1237.50달러에 마감됐다.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트러스트의 금 보유 규모도 전날보다 1.4% 늘었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올해 4번의 기준 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Fed가 미 경제 개선에 대한 시그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자 2번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며 “여기에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까지 덧붙이자 연말 금값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무적으로 바뀐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옐런 의장의 발언 효과로 당장 손이 가기 어려운 수준까지 금값이 많이 오른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본다면 현재 금값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버텨야 하는 기간도 고려해야 한다”며 “저가 매수 관점으로 투자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기다리면 더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옐런 의장 발언 다음날인 3월 30일 6월물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8.90달러(0.7%) 낮아진 1228.60달러에 마감됐다. SPDR 골드트러스트의 금 보유량도 전날 대비 3.3톤 감소해 2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옐런 효과’ 하루 새 금값 1.3% 올라…“안전 자산 잡아라”
어느 정도 조정을 거친 금값은 다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 갈 전망이다. 그 경로와 상승 폭은 유가 흐름과 연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 유가는 상승 곡선이다.

3월 3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4센트(0.1%) 오른 38.32달러를 기록했고 31일에는 또다시 2센트 상승한 배럴당 38.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공급과잉 해소와 산유국 산유량 동결 합의 기대감 등이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가 오르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헤지(방어) 수단으로서 금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져 금값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변수에 따른 굴곡은 대비해야 한다. 첫째 변수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시점이다. 금은 가지고 있어도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자산이다. 이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금을 팔고 이자를 더 주는 달러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종길 신한은행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금값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 시점은 6월쯤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만약 6월에 금리가 인상된다면 금값에 반영될 시점은 5월 말부터다. 이때 금값은 소폭 하락할 것이고 6월 금리가 결정되면 국제 유가와 궤를 같이하면서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테러 사태도 안전 자산 선호 키워

금값 상승 폭을 크게 만들 수 있는 변수도 있다. 주식·채권시장으로 쏠렸던 일부 투자 수요가 금시장으로 재유입되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투자 자금은 채권 쪽으로 쏠리고 주식시장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 최대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앤드루 로버츠 채권팀장은 지난 1월 인터뷰에서 “중국이 중대한 조정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계속돼 눈덩이가 될 것”이라며 “주식과 채권이 매우 위험한 자산이 됐다”고 밝혔다. 부채 증가에 주도된 중국 경제성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주식과 채권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떨어진다면 그 자금의 일부가 원자재 쪽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채권은 비싸고 주식도 많이 올랐으니 비교적 저렴해 보이는 농산물이나 금에 투자해 보자는 식이다. 이에 따라 금값의 상승 폭은 조금 더 커질 수 있다.

마지막 돌발 변수는 안전 자산 선호도다. 금은 대표적 ‘안전 자산’으로 꼽힌다. 테러 등 위기 사태가 발생하면 금값은 안전 자산 매수세로 상승한다. 실제로 지난 3월 22월 발생한 벨기에발 테러에 금값이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 22일 국제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4.4달러(0.4%) 오른 1248.6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한때는 126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갤럽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79% 이상이 테러 공격을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으며 경계했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75%)과 북한의 군사 도발(60%)에도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길 신한은행 팀장은 “안전 자산인 금의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리스크는 감소하고 투자 가치는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인 만큼 (투자를 하기에)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평균 금값은 온스당 1200달러 중반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본적으로 1330달러 정도는 찍을 수 있겠고 미국 금리 인상 등 정책 요인과 시장의 투자 수요가 일부 몰리면 1380달러까지도 노려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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