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오너들의 ‘솔직 토크’}
{운행 소음 없어 처음엔 적응 곤혹…비싼 보험료 불만}

[한경비즈니스(제주)= 차완용 기자] 제주가 맑아진다. 탄소나 매연을 내뿜는 가솔린이나 디젤을 사용하는 기존의 내연기관차가 점차 사라지기 때문이다.

2030년에는 제주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바뀔 예정이다. 가파도에선 벌써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가 사라졌다. 제주 본섬도 전기차 오너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보급된 전기차는 2368대.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 중 제주도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49%까지 치솟았다. 전기차 보급에 신경을 쓰는 만큼 제주도에는 가장 중요한 충전 인프라도 곳곳에 깔렸다. 한마디로 한국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 무대인 셈이다.

제주도에 살면서 직접 전기차를 몰며 생활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전기차의 주행 성능은 어떤지, 충전은 어떻게 하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 봤다.
"주행 후 충전 필수, 한 달 연료비 5분의 1로 줄었죠"
(사진=차완용 기자) 집 앞에서 김순선 씨가 지난해 구입한 전기차 닛산 리프를 충전하고 있다.

◆ 디자인에 끌려 닛산 리프 구입

제주도에서 뚜르드제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오성묵(33) 씨와 제주포럼사무국에 근무하고 있는 김순선(41) 씨의 공통점은 전기차 오너라는 것이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3년 전 내려온 오 씨는 제주도에 집을 손수 짓기 위해 목공일을 배울 정도로 꼼꼼한 성격이다. 반대로 김 씨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이들은 지난해 환경부와 제주도가 지원해 주는 전기차 보조금 응모에 당첨돼 3000만원(차량 지원비 2200만원+충전소 설치비 800만원)의 지원을 받아 각각 ‘BMW i3’와 ‘닛산 리프’의 오너가 됐다.

하지만 이들이 전기차를 신청하게 된 배경은 달랐다. 오 씨는 꼼꼼한 성격을 증명이라도 하듯 정부의 보조금과 차량 유지비를 생각해 신청한 반면 김 씨는 닛산 리프 디자인에 반해 전기차를 소유하기로 마음먹은 케이스다.

이들이 꼽는 전기차의 장점은 분명했다. 바로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오 씨는 기존에 몰던 경차 쉐보레 스파크(휘발유)와 비교하며 월 5분의 1 정도의 유지비로 전기차를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씨는 “가정용 완속 충전기는 한 달에 2만원 정도의 기본료에 전기요금이 저렴한 밤 11시 이후 충전하고 있어 1회 충전 시 1500원이 들고 있다”며 “한 달에 나오는 요금이 약 6만~7만원 사이”라고 말했다.

김 씨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회사, 제주시에 있는 운동센터까지 매일 100~120km를 이동하는 김 씨도 기존에 타던 현대차의 소형 베르나와 비교하며 월 80% 정도의 기름값이 절약된다고 말했다. 베르나를 타면 매주(주말 제외) 7만원어치의 휘발유를 넣었지만 지금은 1주일 내내 차량을 몰고 다녀도 월 6만~7만원의 비용만 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는 “기름값이 적게 드는 대신 몸이 힘들다”며 웃었다. 그는 “매일 주차하고 나서 충전기를 꽂아 둬야 하고 주유소에 가지 않아 워셔액도 직접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또 다른 장점은 기름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의 차량들은 주유 시 어쩔 수 없이 기름 냄새를 맡아야만 했지만 전기차는 충전만 하면 된다. 김 씨는 “기름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 전기차로 바꾼 뒤부터 기름 냄새를 맡을 일이 없어졌다”며 “차량 시동 시 내부로 들어오는 매연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차량의 성능에 대해서도 큰 불편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기존에 자신들이 몰던 스파크나 베르나에 비해 출력과 승차감 자체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내연기관이 없어 힘에 부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주행 후 충전 필수, 한 달 연료비 5분의 1로 줄었죠"
(사진=차완용 기자)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오성묵 씨가 집에 설치된 충전기를 이용해 전기차 BMW i3를 충전하고 있다.

◆ 한 번 충전으로 회사 오가는 데 충분

이들은 전기차가 소음이 거의 없어 오히려 불편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오 씨는 “차가 너무 조용하다 보니 외부에서 들리는 소음이 유난히 크게 들려 신경 쓰인다”며 “오히려 일반 차량을 탈 때 듣던 엔진 소리와 같은 백색소음이 그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차량이 너무 조용해 오히려 불안감이 약간은 든다”며 “차를 타면 꼭 음악을 튼다”고 말했다. 운행 소음이 없다 보니 보행자 사고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김 씨는 “후진 때 밖에서 경보음이 들려 상관없지만 앞이나 옆으로 이동할 때는 보행자들이 차량을 잘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날 뻔한 적이 몇 번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약점으로 꼽히는 주행거리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오 씨는 해안가 인근에 살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대형 마트를 이용하려면 왕복 100km 거리를 오가야 한다. 이 때문에 마트를 들렀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계획을 잡기 힘들다고 했다.

물론 차량 이동 후 충전하면 되지만 이때 차량을 놓고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생기고 뒤에 충전할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 놓고 다닐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김 씨는 약 7~8개월 전기차를 운행하는 동안 충전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모는 리프는 한 번 충전으로 150~160km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집(해안마을)과 회사(중문)의 왕복 거리 74km, 신제주에 있는 마트를 모두 오가도 이동 거리는 140km 이내다.

전기차의 보험료에 대해서는 모두 불만을 나타냈다. 일반 자동차 운전자보다 30~40%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기존 베르나일 때 연 60만원대의 보험료를 냈지만 지금 모는 리프는 120만원의 보험료를 불입하고 있다.

이는 국내 보험사들이 전기차 보험료를 산정할 때 2010년 금융감독원이 승인한 전기차 보험요율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보험개발원은 전기자동차가 가격이 비싸고 사고가 나면 파손되는 정도가 일반 자동차보다 크다는 이유로 자기차량 피해 보험료를 일반 자동차보다 20% 높게 책정해 금감원에 제출했다.

전기차가 대형화·고성능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아직 5년 전 초기 전기차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서울에서도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오 씨는 “제주도는 그나마 차량 이동 동선이 짧고 차량이 막힐 일이 없어 주행거리에 대한 큰 불안감이 없지만 서울은 언제 어디에서 차가 설지 불안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도 같은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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