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 제조업, 인도에 밀려 6위로 추락”}

[배정희 딜로이트 컨설팅 전무] 대한민국 산업화의 엔진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1960년대 후반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국가 제조업의 전체 규모와 수익률을 시계열로 추적해 보면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다. 제조 산업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반면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관점을 조금 확장해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여러 나라들의 제조업 전체 영업 이익률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정렬해 보면 웃지 못할 ‘스마일 커브(smile curve)’가 나온다. 영업 이익률을 기준으로 한국이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대조적으로 영업 이익률이 높다.
‘진화의 역설’ 속에 놓인 국내 제조업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국가의 경제 발달 단계와 제조업의 성숙도가 비례한다고 보면 그 수준에 따라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은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다. 즉, 고수익의 원천이 낮은 인건비다. 반면 선진국은 기술·업력·명성에 기반 한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담당한다.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 영역에서 제한된 경쟁 하에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본부터 다져야

딜로이트의 예측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제조업은 인도에 밀려 6위로 추락할 전망이다. 한국보다 상위권에 속할 것으로 예측되는 미국(1위)·일본(3위)·독일(4위)은 소위 ‘금수저’ 계급의 국가이고 중국(2위)과 인도(5위)는 ‘흙수저’ 국가다. 지금의 한국은 흙수저 위에 도금을 하던 중 그만 도금이 벗겨져 버린 ‘이도 저도 아닌 수저’의 형세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눌려 버릴지 모른다는 경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었을까. 돌릴 수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무엇을 다르게 해야 위기의 제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한국은 세계가 알아주는 압축 성장의 DNA가 있다. 무엇이든 빠르게 흡수하고 응용하는 능력은 경쟁력이다. 하지만 사금을 찾고 직접 채취해 순금으로 정제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렇듯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본부터 다지는 것이 세계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원천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모방을 통한 빠른 추격’, ‘가속 성장’이 주는 달콤한 환상을 떨쳐 버려야 한다.

제조업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은 결국 원조만이 경험할 수 있는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탄탄하게 쌓을 수 있다.

junbae@deloit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