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등 허위 매물 보상·환불제 도입하며 소비자 불신 줄어…지난해 30조원 규모

현대글로비스 경기 시화 경매장에 700여 대의 중고차가 경매를 앞두고 주차돼 있다.한국경제신문
현대글로비스 경기 시화 경매장에 700여 대의 중고차가 경매를 앞두고 주차돼 있다.한국경제신문
경기 침체 때문일까. 중고차 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2월 중고차 거래액은 총 57만2599대를 기록했다. 같은 달로 보면 역대 최고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9년 196만 대였던 중고차 거래 대수는 2012년 328만 대, 2013년 330만 대, 2014년 340만 대, 2015년 366만 대로 최근 5년간 성장세를 이어 오고 있다. 이런 규모는 지난해 기준 신차 시장(169만 대)의 약 2배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중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불황과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허위 매물과 주행거리 조작, 침수 차량 등에 대한 보증과 관리가 법으로 정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소규모 업체보다 신뢰할 수 있는 대기업 중개 플랫폼과 직접 경매 방식이 등장한 것도 중고차를 불신하며 외면했던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요소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KB캐피털, 시세 산정에 빅 데이터 활용

중고차 거래량 '역대 최고'…대기업이 바꿔 놓은 시장 판도
중고차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중고차 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SK엔카닷컴(주)’과 ‘SK(주) 엔카사업부’를 통해 온·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SK는 2001년 중고차를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직영점을 개설한데 이어 2016년 현재 전국 26곳으로 매장을 확대할 만큼 성장했다.

SK의 중고차 판매 대수는 2011년 4만5914대, 2012년 4만9728대, 2013년 6만373대, 2014년 5만8351대, 2015년 6만1847대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SK는 전담팀을 통해 허위 매물을 감시하고 적발되면 매물 삭제와 접근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며 소비자 신뢰를 얻고 있다. 또 SK가 인증한 매물이 허위일 경우 ‘헛걸음 보상제’를 통해 고객에게 10만원을 지급한다.

KB캐피탈도 오는 6월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를 오픈할 계획이다. KB차차차 서비스는 정교한 시세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1년간 관련 빅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가 중고차를 살 때와 팔 때 등 두 가지 버전의 시세 산정 알고리즘을 제공한다.

특히 시스템적으로 허위 매물을 걸러내고 주행거리, 사고 유무 등 차량 가액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최대한 반영해 차량 상태에 부합되는 시세를 산정할 계획이다. KB캐피탈 역시 KB차차차에서 이용자가 구입한 중고차가 결함이나 민원이 발생하면 환불을 보장한다.

앞서 롯데렌터카는 2014년 3월 경기 안성시에 중고차 경매장을 열고 직접 관리한 차량을 공급하고 있고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도 2014년 11월부터 중고차 매입 서비스인 ‘오토벨’을 시작했다. AJ렌터카도 2013년 중고차 매입 전문 브랜드 ‘AJ셀카’를 출범하며 연간 1만 대 정도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등이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이 성장세에 있기 때문”이라며 “중고차 직접 판매와 매입 판매는 향후 2020년까지 시장 규모가 33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중고차 고르는 요령 >

“중고차, 이렇게 고르는 거지 말입니다”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똑똑하게’ 고르는 방법을 SK엔카와 함께 알아봤다.

▶중고차 구매 시 유념해야 할 점

중고차를 구입할 때 꼼꼼히 챙겨야 할 것들은 사고 침수 여부, 주행거리 조작 여부, 압류·근저당 설정 여부, 소유주와 판매자와의 관계 확인, 자동차세 완납 증명서 등이다. 특히 사고 침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보험개발원의 사고 이력 조회를 이용하면 된다.

▶매매업자용 계약서 사용 여부 확인

매매업자와 거래할 때 계약서는 개인 간 거래와 달리 관인매매계약서(자동차양도증명서)라는 양식을 사용한다. 위탁이나 직접 판매를 구분하지 않고 정식으로 중고차 조합 전산망에 등록된 차량은 모두 관인매매계약서를 사용한다.

계약서가 개인 간 거래 양식이라면 조합 전산망에 정식 등록되지 않은 차량이기 때문에 법정 수리 보증을 받기 어렵고 계약 자체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차량 실외 점검 요령

먼저 중고차는 맑고 밝은 날 평평한 실외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엔진룸에서는 각종 오일의 상태와 누유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엔진오일, 변속기 오일, 브레이크 오일, 파워스티어링 오일, 냉각수 상태, 누유 여부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타이어는 바닥과 닿는 면 홈의 깊이가 적정한지 확인하고 마모 한계선에 근접하면 교환해 준다. 타이어 옆면이 손상됐다면 고속 주행 시 매우 위험하므로 반드시 확인한 후 교환하도록 한다.

▶차량 실내 점검 요령

외관 점검이 끝난 후에는 실내에 탑승해 차량을 점검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아 보고 끝내는데,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시동을 걸고 스티어링 휠을 손으로 감싸 진동을 확인한다.

가솔린·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인데 진동이 심하게 느껴진다면 엔진을 받치고 있는 고무 부품인 엔진마운트에 이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헤드라이트·방향지시등과 같은 등화장치류가 정상적으로 켜지는지 확인한다. 특히 계기판 조명이 정상적으로 들어오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야간 주행 중 계기판 조명 이상을 발견하게 되면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공조장치 및 RPM 확인법

파워윈도도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오디오, AV 장치 및 에어컨·히터 등의 공조장치도 모두 확인한다. 이 밖에 열선 시트, 전동 시트, 뒷유리 열선, 선루프가 있다면 이 또한 꼭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장치들은 고장 시 엔진 수리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부분이므로 철저히 체크해야 한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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