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장인정신·히스토리 ‘3박자’가 만들어낸 성공신화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4월 10일 대니 윌렛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 내며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주인공은 단연 조던 스피스였다. 23세 청년 스피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4라운드 11번 홀까지 5타 차 선두를 유지하던 스피스는 12번 홀에서 뜻하지 않은 4오버파를 기록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스피스는 그 후 13번 홀과 15번 홀에 버디를 만들어 내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우승을 눈앞에 둔 것처럼 보이던 스피스가 거듭 실수를 저지르며 나락으로 떨어지고 다시 재기하기 위해 남은 6홀 동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마스터스 대회는 올해도 흥미진진한 내용 등으로 흥행 대박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최 측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1주일 대회 기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은 1억1500만 달러(약 1380억원)였다.

여기서 우승 상금과 대회 경비 등 비용을 빼고 순이익 2900만 달러(348억원)를 남겼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매출과 순이익이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80회를 맞은 마스터스 대회가 매년 최고의 내용과 경영 성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희소성이 가치를 끌어올린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된다. 회원들 명단은 공개된 적이 없다. 대략 300명쯤으로 추산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 전 최고경영자(CEO)와 아널드 파머 등이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회원은 돈이나 권력이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회원 가입을 문의했다가 거절당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2012년까지는 여성 회원도 받지 않았다. 첫 여성 회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냈던 콘돌리자 라이스와 여성 금융인 달라 무어였다.

관람객도 회원제 비슷하게 운영된다. 마스터스 대회 관람객은 갤러리라는 말 대신 ‘페이트런(patron : 후원자)’이라고 불린다. 페이트런은 약 4만 명으로 한정돼 있다. 이들은 평생 관람이 보장된다. 사망자가 생겨야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1972년부터는 대기자 접수도 중단했다. 후원자들이관람을 포기하고 표를 시중에 내놓아야 일반인들이 인터넷 구매 사이트 등을 통해 살 수 있다. 본 경기 하루짜리 관람권 가격은 액면으로 100달러, 나흘간 전 경기 관람권은 325달러다. 인터넷 구매 사이트에서 올해 하루짜리 관람권은 2500달러, 나흘짜리는 1만 달러까지 올랐다.

본 경기에 앞서 사흘간 벌어지는 연습 경기 관람권은 1년 전 일반에게 추첨을 통해 판매된다. 하루짜리 관람권 가격이 액면가 65달러다. 이것도 구매 경쟁이 벌어져 올해 2500달러까지 올랐다.

대회 참가 선수도 세계 최고 기량을 가진 100명 이하로 제한된다. 올해는 90명이 대회 참가권을 받았다. 막판에 프레드 커플스가 참가를 포기하면서 89명이 경기를 치렀다. 소수에게만 허용된 회원권과 관람권, 대회 참가권은 전 세계 골퍼 사이에서 반드시 획득해야 할 치열한 경쟁의 대상의 되고 있다.

◆히스토리가 가치를 만든다

마스터스는 그 자체가 역사다. 오거스타 골프장은 1934년 전설적인 아마추어 골퍼 보비 존스와 은행가였던 클리퍼드 로버츠가 설립했다. 보비 존스는 1930년 28세의 나이에 당시 4대 메이저 대회인 영국 오픈, 영국 아마선수권, 미국 오픈과 미국 아마선수권을 한 해에 모두 휩쓰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그는 프로 전향을 거부하고 최전성기에 은퇴한다.

보비 존스는 친구들과 어울릴 목적으로 오거스타에 골프장을 지었고 1934년부터 명망 있는 선수들을 불러 대회를 개최했다.

골프장은 곳곳이 이야깃거리다. 미국의 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17번 홀 근처의 큰 소나무가 자신의 플레이를 방해한다고 자를 것을 주장했다. 클럽은 이를 거절했고 소나무엔 ‘아이젠하워 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2014년 벼락에 맞아 소나무가 쓰러지자 클럽은 소나무를 잘라 거대한 테이블을 만들어 클럽하우스에 비치했다.

◆장인 정신이 가치를 유지한다

오거스타 골프장은 완벽을 추구한다. 1933년 개장 때부터 자연미를 철저히 살리면서 난이도를 높여 골퍼들의 도전욕을 불태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대신 코스 관리에 정성을 다 쏟는다. 매년 11월부터 5개월간 문을 닫는다. 4월 있을 마스터스 대회를 위해서다.

오거스타 골프장의 특징은 양탄자를 펼쳐놓은 것 같은 페어웨이와 좁은 코스, 유리알 그린이다. 페어웨이엔 디보트(공을 친 뒤 땅에 남는 파인 자국)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다. 모든 코스 길이는 5야드 단위로 딱딱 떨어지게 설계돼 있다.

좁은 페어웨이와 유리알 그린은 정상의 골퍼들을 시험한다. 그린 밑에는 보일러실이 있다. 그린이 축축하면 보일러를 가동해 그린을 말린다. 딱딱하고 빠른 유리알 그린을 만드는 비결이다. 11번부터 13번 홀로 이어지는 ‘아멘 코너’는 이 골프장의 백미다.

이 코스를 무사히 통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들어설 때와 나올 때 ‘아멘’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스피스도 마지막 날 12번 파3홀에서 4오버파를 하며 무참하게 무너졌다.

오커스타는 조경에도 예술혼을 담는다. 마스터스 대회는 4월 첫째 주 1주일 동안 열린다. 오거스타의 볼거리 중 하나인 철쭉은 이보다 먼저 핀다. 클럽은 철쭉이 늦게 피게 하기 위해 나무 밑에 얼음을 넣는다고 한다.

워싱턴=박수진 한국경제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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