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면세점 보유 지분 전량 넘겨…하나투어 지분 76%에서 87%로 급증

지난해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인 홈앤쇼핑이 SM면세점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가 돌연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SM면세점의 인천공항점이 오픈하기 직전에 있던 일이라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중소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판로 확장을 위한다며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던 홈앤쇼핑의 ‘변심’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연간 10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면세점 시장을 겨냥한 기업들의 경쟁이 극에 달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2015년 7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입찰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대기업 2곳과 중소·중견기업 1곳을 뽑는 사업자 선정 입찰에 21개 기업이 뛰어들어 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중소·중견기업의 몫을 차지한 곳은 바로 SM면세점이었다.

◆홈앤쇼핑의 갑작스러운 면세점 지분 매각

당시 SM면세점 컨소시엄은 국내 1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지분 76.8%)를 주축으로 홈앤쇼핑·로만손·토니모리·영림목재·삼해상사·삼덕상공·휘권양행·에스제이듀코 등 10개사로 구성된 합작 컨소시엄이었다. 앞서 SM면세점은 지난해 2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3기 사업자 입찰에서도 중소·중견기업 구역인 9구역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SM면세점 서울점 내부 풍경 /한국경제신문
SM면세점 서울점 내부 풍경 /한국경제신문
SM면세점은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며 단숨에 2개 면세점 사업권을 보유하게 됐다. SM면세점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 또한 이런 겹경사로 상당한 호재를 누리게 됐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영업을 시작한 SM면세점의 인천공항점이 오픈하기 직전인 작년 10월 홈앤쇼핑이 돌연 지분을 팔고 SM면세점 컨소시엄에서 빠진 것으로 한경비즈니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홈앤쇼핑이 SM면세점 컨소시엄에 참여해 소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는 면세점 사업권을 연달아 따낸 뒤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발을 뺀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 신규 허가가 나올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발을 들이려고 갖은 애를 쓰는데 홈앤쇼핑이 왜 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한 것인지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더구나 홈앤쇼핑의 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의 김기문 전 회장이 운영하는 로만손은 컨소시엄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왜 홈앤쇼핑은 면세점 사업권을 위해 보유했던 SM면세점 지분 전량을 매각하게 된 것일까. 컨소시엄 구성 초기에는 중소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위해 면세점 사업 진출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홈앤쇼핑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홈앤쇼핑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직후 (SM면세점) 보유 지분 전량을 하나투어에 액면가에 매각했다”며 “중소기업 판로 확대 기회는 물론 향후 면세점 사업 활성화에 따른 지분 투자 이익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홈앤쇼핑 관계자는 “초기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명분이 크기 때문에 면세점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맞지만 이는 (홈앤쇼핑의) 대주주인 중앙회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었다”고 말했다.

SM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및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뛰어들 때만 해도 중앙회가 면세점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자세를 취하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서울 상암동 KGIT 센터 내 들어선 홈앤쇼핑 / 서범세 기자
서울 상암동 KGIT 센터 내 들어선 홈앤쇼핑 / 서범세 기자
하지만 이후 중앙회가 하나투어 쪽으로 이런 역할의 주도권을 넘기면서 한 발짝 물러서자 홈앤쇼핑 또한 비슷한 자세를 취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홈쇼핑 채널인 홈앤쇼핑은 생산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면세점 사업에 들어갈 필요가 없었고 투자금도 4억원 정도에 불과했다”며 “투자 수익 외에는 달리 메리트도 없는 상황에서 (SM면세점 측의) 계획을 들어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증자를 해야 하는데 2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요구하는 분위기였고 이 때문에 급히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홈앤쇼핑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

홈앤쇼핑 측은 하나투어에 SM면세점 사업권 지분 전량을 액면가에 넘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 투자 전망이 밝지 않은데 그렇다면 사업을 개시하기 전에 파는 게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는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주총 및 이사회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중앙회 관계자도 “면세점 사업이 중소·중견기업들의 판로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해 초창기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이 역할은 어디까지나 SM면세점이 자리 잡기 전까지에 불과했다”며 선을 그었다.

SM면세점이 인천공항 및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중앙회 역시 초기 역할을 다했다는 설명이다.

SM면세점의 사업성과 수익성에 대해선 당장 예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SM면세점이 취득한 공항 면세점 사업권 단독으로만 보면 수익성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시내 면세점과의 시너지가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투자 가치가 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SM면세점의 인천공항점도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는 편이다. 지난해 11월 오픈한 인천공항점은 지난 1월 17일엔 하루 매출 3억130만원으로 3억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개점 2개월 만의 기록이었다.

당초 면세점 업계는 중소·중견기업의 인천공항 입점에 대해 면세점 운영 경험 부족과 취약한 서비스, 경쟁력 부족 등을 이유로 초창기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SM면세점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또 SM면세점은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에 이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했고 올해는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도 앞두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아쉬움 섞인 탄성이 쏟아지고 있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인 홈앤쇼핑이 면세점 사업권을 쥐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소업체들의 참여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면세점 입점 상품들이 주로 고급 명품 브랜드이다 보니 중소업체 제품들이 발을 들이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중앙회나 홈앤쇼핑이 갑자기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을 두고 중소업계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때문에 중소기업청 등으로 홈앤쇼핑이 왜 면세점 사업을 접게 된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나투어 지분 87% 육박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면세점 입점 기회는 어떻게 될까. 홈앤쇼핑이 SM면세점 컨소시엄에서 발을 빼면서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하나투어의 보유 지분은 기존의 76.8%에서 87%로 높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M면세점이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면세점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하나투어라는 대기업의 손에 넘어갔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중소기업들을 위한 역할을 해낼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홈앤쇼핑 지분만 빠졌을 뿐이지 기존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중앙회와 계속 교류를 유지하고 있고 현재 면세 브랜드나 품목 선택 시에도 중앙회 회원사 위주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SM면세점에 입점한 490여 개 브랜드 가운데 50% 정도가 국내 중소·중견기업 브랜드라는 것.
춘제 연휴 유커로 가득 찬 국내 면세점 풍경 / 한국경제신문
춘제 연휴 유커로 가득 찬 국내 면세점 풍경 / 한국경제신문
이 관계자는 “현재 하나투어의 SM면세점 지분이 87%로 늘어난 것은 홈앤쇼핑 지분을 흡수한 것뿐만 아니라 지난해 인천공항점과 올해 서울점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실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컨소시엄 참여 업체 가운데 홈앤쇼핑만 빠져나갔고 나머지 업체들은 그대로인데, 이들 9개 업체의 지분은 2~3%씩으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지분 매각이 오는 6월 홈앤쇼핑의 재승인에 영향을 줄 것인지도 관심이다. 2011년 개국한 홈앤쇼핑은 5년 주기로 받아야 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승인 심판대에 오른 TV홈쇼핑 업체들이 미래부의 심사를 불과 1~2개월 앞두고 부랴부랴 윤리 경영 강화와 협력사와의 상생 방안을 내놓아 입방아에 오른 적도 있었다. TV 홈쇼핑 업체들이 재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이전보다 못한 조건으로 재승인을 받을 것을 우려해 ‘생색내기용’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난을 샀던 것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결국 홈앤쇼핑도 중견·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이라는 당초 운영 취지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강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M면세점은] 하나투어가 이끄는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국내 우수 중소기업 제품의 활로를 지원하겠다.” SM면세점이 출범 이후 밝히고 있는 핵심 전략이다. SM면세점은 중소·중견기업 면세 사업자로 하나투어가 홈앤쇼핑·토니모리·로만손 등과 합작해 만들었다. 최대 주주는 87% 지분을 보유한 하나투어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11월 SM면세점 ‘인천공항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면세점 사업을 시작했고 지난 2월에는 서울 인사동에 서울점을 오픈해 총 2군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점은 약 1만㎡ 규모인데 SM면세점은 이를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넓히는 플랫폼으로 키워낼 계획이다. SM면세점은 면세점 입점 브랜드의 40~50%를 국산 브랜드로 채웠다.

면세·유통 업계에선 유통 경험이 거의 없는 하나투어가 면세점 운영 역량의 핵심인 명품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하나투어는 당초 지난 1월 중순 예정이었던 서울점의 오픈 일정을 2월 중순으로 미루기도 했다.
홈앤쇼핑, 면세점 사업권 왜 포기했나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조기 오픈 요구에 따라 용산의 HDC신라면세점과 여의도 한화 갤러리아면세점63이 모두 작년 12월 오픈했지만 SM면세점의 서울점은 그렇지 못했다.

하나투어는 로만손·토니모리·에스제이듀코 등 SM면세점에 지분을 참여한 기업들의 사업 경험을 면세점 상품 기획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면세점 인지도와 선호도를 좌우할 핵심 브랜드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투어 측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최근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사로잡기 위한 정책을 다양하게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의 국영 여행사인 중국여행사총사(CTS)와 지불 결제 서비스 업체인 유니온페이와 함께 온라인몰 쪽으로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입점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협력을 맺어가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높이는 것은 물론 국내 중소·중견 업체들의 참여 기회를 높이는 이중 효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SM면세점은 올해 신규 매물로 나온 공항 면세점 입찰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SM면세점은 한국공항공사가 지난 3월 10일 진행한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을 위한 사업 설명회에 롯데·신라·한화·두산·패션그룹형지·경남쇼핑 등 쟁쟁한 업체들과 함께 참여했다.

현재 면세 사업자가 없는 김해공항의 새 입점 업체가 누가 될지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해공항 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신세계가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현재 무주공산인 상황이다. 관세청은 오는 4월 24일까지 김해국제공항 면세점의 신규 사업권 신청을 받는다. 관세청은 특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하며 사업 기간은 최장 5년이다.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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