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아난다기리지, 인도 명상가의 세 가지 선물
라틴어로는 메디타티오(meditatio),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명상(瞑想)이라고 한다.
고(故) 마이클 잭슨, 로렌스 볼룸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초대 의장, 케이시 쉬한 전 나이키 최고경영자(CEO) 등의 정신적 멘토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도 원월드아카데미(OWA)의 수석 강사 아난다기리가 안내하는 마음의 ‘쉼’을 찾아 떠나봤다.

어느 날 영국에 사는 한 가족이 명상센터를 방문했다. 자녀가 셋인 부부는 큰딸에 대한 걱정이 컸다. 다른 두 자녀는 착하게 크는데 유독 큰딸만 아무리 사랑해줘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아이는 먹는 것을 토하는 섭식장애를 보이기도 했다. 아이의 부모는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제발 딸을 고쳐 달라”고 하소연했다.

나이키 CEO였던 케이시 쉬한이 파타고니아의 대표를 맡은 직후 회사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 어려움에 처한 회사들이 그러하듯 쉬한 역시 구조조정을 해야 하나 근심했다. 그때 아내가 조언했다. “지금 당신의 마음 상태는 어떤가요?” 사실 당시 쉬한은 무능한 CEO로 보이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뉴요커들은 흔히 좋은 집과 직업, 성공적인 기업체 등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반면 어떤 이들은 내면의 상태를 중시한다. 지금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기쁜지, 슬픈지…. 삶에서 진정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명상계의 하버드로 통하는 인도 원월드아카데미(OWA)의 수석 강사 아난다기리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명상 투어의 일환으로 뉴욕을 시작으로 독일, 폴란드, 영국, 호주, 중국을 거쳐 지난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 및 삼성동 코엑스에서 명상 특강을 열었다. 그는 이번 ‘쉼’을 주제로 한 명상 특강에서 세 가지 마음의 선물을 전했다. 또 잠시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명상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으며, 한경 머니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명상의 효과와 그 실천 방법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진정한 마음의 쉼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아난다기리 수석 강사는 위의 선문답 같은 얘기로 그 실타래를 풀어갔다. 그는 세 가지 선물 중 첫째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볼 것을 권했다. “이것이 저것보다 더 중요하다고는 얘기할 수 없어요. 하지만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 자체가 큰 스트레스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스포츠인이 최고의 기록을 성취하거나 예술가가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고요한 마음이 그 바탕이에요.” 그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라며 “삶은 끊임없는 난관의 연속이지만, 건강한 마음을 지킬 수 있다면 가장 현명한 대응과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둘째 선물로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법에 대해 조언했다. 부모에게 반항하고 섭식장애까지 보이는 소녀가 그 예다. 사실 처방은 간단하다. 부모의 입장이 아닌 아이의 마음으로 문제를 보는 것이 해결의 시작이다. “소녀는 엄마와 할머니가 심하게 다투는 것을 자주 목격했어요. 할머니는 ‘네 엄마가 나한테 어떻게 하는지 보라’며 소녀 앞에서 울곤 했죠. 소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마음이 매우 아팠습니다.” 그는 “소녀의 반항적인 행동은 증상일 뿐 진짜 문제는 소녀의 아픈 마음”이라며 “소녀의 행동을 고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아파하는 그 마음을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부모의 마음이 소녀의 아픔에 이르는 것, 이것이 내적 연결성이다. 아난다기리 수석 강사는 “하버드대의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바로 누군가와 마음이 연결됐다고 느낄 때였다”며 “이는 곧 두뇌에 영양분을 주는 것과 같아서 이게 곧 약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내적 연결성을 바탕으로 한 명상을 지속하는 것이 항우울제를 먹는 것만큼 옥시토신 호르몬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선물로 ‘지성이 깨어났을 때 실제 삶에 얼마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파타고니아의 경영이 어려웠던 시기, 케이시 쉬한은 손쉽게 정리해고 카드를 꺼내들기 전에 한 발 물러나 자신의 내면부터 깊이 들여다봤다. 명상을 통해 무능한 CEO의 두려움에서 벗어났을 때야 비로소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됐다. 그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 위한 전사적인 비용 절감을 호소했고, 직원들은 쇼룸의 불필요한 조명등부터 하나하나 절약하는 데 동참했다. 이듬해 파타고니아의 재킷은 주문량이 폭주했고 이를 통해 급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만일 직원들을 해고했다면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리더일수록 ‘종이 한 장’ 마음의 지혜가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름다운 마음을 길러내는 것은 새로운 운명을 여는 행로와 같다”고 말했다.
[people] 아난다기리지, 인도 명상가의 세 가지 선물
명상을 통해 타인과 내적으로 연결됐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모든 사람과 그러한 연결이 가능한가.
“아니다. 길거리를 다니는 모든 사람과 연결할 수는 없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다른 사람들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과 삶을 나누고 있는 소중한 사람과 연결을 시도하라. 증오, 분노 등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마음 상태를 갖게 해준다.”

명상이 실제 스트레스와 우울증 완화 치료에 도움이 될까.
“두뇌에는 걱정을 촉진하는 부분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부분이 있다. 명상을 통해 뇌의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명상의 치료 효과가 항우울제와 비슷하다는 여러 연구가 나오고 있다.”

인도의 명상은 한국과 다른가.
“근원은 같다. 어느 나라 사람들이든, 어떤 문화에 속해 있든 사람들은 비슷한 마음의 힘겨움을 겪는다. 다만 인도를 비롯해 북미나 유럽 등에선 명상이 워낙 알려져 있어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생소한 지역에선 특별한 수행자나 치료를 위해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고요한 마음의 상태는 어떻게 길러내야 하나.
“걷는 것도 음식을 먹는 것도 명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명상법이 있다. 호흡명상, 집중명상, 통찰명상, 소리명상, 춤명상 등 수많은 명상이 있다. 효과적인 운동을 하기 위해선 전문가의 가르침이 필요하듯 명상 역시 올바른 지도 아래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꼭 복잡한 명상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24시간 호흡하지만,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저 본인의 호흡에 한순간이라도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루 중 명상에 좋은 시간이 있나.
“아침에 일어난 직후가 좋다. 하루를 평온한 마음 상태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또 전화하기 전이나 문자메시지 확인 전처럼 누군가와 대화하기 전에 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매일 같은 시간에 명상을 반복하는 것을 추천한다. 습관을 기르는 데 이상적이다. 명상 중에는 3~5분 정도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명상도 있으므로 마음이 불편할 때나 평온한 마음을 얻고 싶을 때 여러 번 해도 좋다.”

명상을 하면서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아침노을은 기쁜 마음, 따뜻하고 편안한 경험을 상징해주는 이미지다. 명상에서는 이렇게 특정한 이미지를 사용해 고요한 마음을 길러낸다. 벌 소리 같은 특정 소리를 내기도 한다. 벌 소리의 경우 소리의 진동에 의해 산화질소라는 가스가 분비된다. 이러한 진동이 신체를 이완시켜주고 마음도 이완하는 데 영향을 준다.”

명상과 요가는 어떻게 다르며, 종교와 연관이 있나.
“요가는 말 자체가 ‘통합’, ‘묶어준다’는 의미다. 하나 됨의 상태에 다다르기 위해 수행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의 요가가 있는데,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경우도 있고 몸을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명상은 요가라는 큰 틀에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와 같이 건강에 중점을 둔 현대의 요가와는 다르다. 또 원월드아카데미의 명상은 종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를테면 근육을 만들기 위해 단계별 운동을 하듯, 명상 또한 원하는 마음 상태를 위해 1단계, 2단계 하는 식으로 나아가는 방식일 뿐이다.”
[people] 아난다기리지, 인도 명상가의 세 가지 선물
배현정 기자│사진 원월드아카데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