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핵심 부품 독자 개발 선언…아이오닉·니로 탄생 ‘결실’

정몽구 회장의 12년 집념 ‘친환경차 독자 개발’
“우리도 제대로 된 친환경차 한번 만들어 봅시다.”

2004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친환경차 개발 선언이다.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현대차는 친환경차에 대한 기술이 전무했던 상황이었다.

친환경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료전지·모터·배터리·제어기 등 핵심 부품 기술이 필수였지만 당시 현대차에는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개발해 놓은 것이 없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1997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양산해 온 일본 도요타의 기술을 베끼는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방식을 따라 하면 결국 특허 장벽에 부딪칠 것으로 판단했다. 정 회장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친환경차의 핵심 부품을 독자 기술로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결국 완성했다. 비록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제대로 된 친환경차를 만들어 냈다. 그동안 국산 친환경차는 기존 차량에 모터를 다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번엔 ‘진짜’였다. 친환경 파워트레인에 맞춰 뼈대부터 새로 설계한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과 ‘니로’를 양산해 낸 것이다.

◆ 아이오닉, 뼈대까지 맞춤 설계

현대차는 올해 초 국산 최초의 친환경차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출시해 친환경 전용차 시대를 열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동급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 ▷신형 모터 장착과 저중심 설계로 뛰어난 주행 성능 ▷공기 흐름을 형상화한 외관 및 하이테크 실내 디자인 ▷차급을 뛰어넘는 안전과 편의 사양으로 미래 친환경 차량 개발의 방향성을 구현했다.
정몽구 회장의 12년 집념 ‘친환경차 독자 개발’
특히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전용 엔진인 신형 카파 1.6GDi 엔진과 6단 더블클러치 변속기(DCT)를 조합해 연료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 동급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인 리터당 22.4km(15인치 타이어 기준)를 달성했다.

여기에 전기모터는 사각 단면 코일로 모터 동력 손실을 최소화해 95% 수준의 고효율로 토크를 높여 초기 가속 불만을 해결했다. 또한 배터리를 뒷좌석 시트 하단부에 배치해 낮은 무게중심을 구현하고 후륜 서스펜션을 멀티 링크 타입으로 적용해 급선회 때 안정적인 승차감과 접지력을 높였다.

이 밖에 현대차는 오는 6월 아이오닉의 순수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한다. 이미 지난 3월 제주 국제전기차 엑스포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선보였고 지난 2월 말 진행된 제주 지역 1차 민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 공모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전체 공모 참여 전기차 중 65%가 넘는 선택을 받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현대차의 둘째 친환경 전용 모델로, 배터리와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여 탄소 배출이 전혀 없고 최대 출력 120마력(88kW), 최대 토크 30kgfm 모터를 적용한 동급 최고 수준의 동력 성능을 보이는 고속 전기차다.

특히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28kWh의 고용량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완충 기준)으로 18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 국내 첫 SUV 하이브리드 ‘니로’

1회 충전 주행거리 180km는 국내 전기차 중 최장 거리로 ▷고효율 전기차 시스템 탑재 ▷알루미늄 소재 적용 등 차량 경량화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 ▷히트펌프 시스템 ▷운전석 개별 공조 ▷회생 제동 시스템 등 고효율 전기차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가능했다.

기존 전기차가 난방 시 전기 히터만 사용했다면 히트 펌프 시스템은 냉매 순환 과정에서 얻어지는 고효율의 열과 차량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했다.

기아차도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니로’를 3월 말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니로는 기아차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한 최대 출력 105마력, 최대 토크 15.0kgfm의 신형 카파 1.6GDi 엔진과 32kW급 모터 시스템을 적용해 합산 출력 141마력, 27.0kgfm의 강력한 동력 성능과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기아차는 니로에 새로운 엔진과 전기모터에 최적화한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를 신규 독자 개발해 적용했다.
정몽구 회장의 12년 집념 ‘친환경차 독자 개발’
니로에 탑재된 32kW급 전기모터를 움직이는 1.56kWh 고전압 배터리는 과충전 전류 차단 등 4중 안전 설계로 안전성을 확보했고 배터리 충전량 예측과 고장 진단 시스템 등을 탑재해 최적 상태로 관리된다.

니로 하이브리드는 ▷대시 패널 두께 최적화 및 3중 구조 흡차음재 적용 ▷앞 유리 이중 접합 차음 유리 적용 ▷전 좌석 도어 글라스 두께 강화 ▷차체 밀폐 성능 개선 및 보디 강성 강화 등의 소음 진동 대책(NVH) 적용으로 높은 정숙성을 실현했다.

이 밖에 국산 소형 SUV 중 유일하게(2WD 모델 기준) 후륜 서스펜션을 멀티링크 타입으로 적용해 우수한 승차감은 물론 뛰어난 조종 안정성과 접지력으로 민첩한 주행 성능을 갖췄다.

올해 아이오닉과 니로 등을 연달아 출시하며 본격적인 친환경차 시대의 개막을 알린 현대차그룹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 시장에서 세계 4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IHS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는 2015년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도요타·혼다·르노닛산에 이어 4위다.

◆ 친환경차 특허 출원 ‘세계 3위’

현대차·기아차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6만4533대, 전기차 8712대, 수소연료전지차 256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245대 등 총 7만3746대를 팔아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올렸다. 친환경차 판매량은 2011년 3만607대를 기록한 후 2012년 6만87대, 2013년 6만4262대, 2014년 7만184대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차 개발 과정에서 연구원들이 새로 출원한 특허도 적지 않다. 2014년 기준 친환경 에너지 특허 출원에서 현대차는 101건을 출원해 도요타(149건)·제너럴모터스(126건)에 이어 자동차 업계에서 셋째다.

현대차·기아차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2020년까지 22개 라인업으로 세계 2위 환경차 업체로 자리 잡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올해 1월 선보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필두로 6월 선보이는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기아차의 친환경 SUV 모델인 니로 3종까지 더하면 올해만 6종의 친환경 모델이 추가된다. 전체 친환경차 라인업은 16종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몽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동차 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현대차·기아차는 친환경차 세계 2위를 위해 2018년까지 총 11조3000억 원을 투입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전용 모델, 수소연료전지차 추가 모델 등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하고 모터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 관련 원천 기술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한경비즈니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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