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중복 규제 일원화…빅 데이터 산업 활성화 법적 근거 마련}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금융권의 개인 정보 보호 체계가 21년 만에 확 바뀐다. 비효율적인 유사·중복 규제를 일원화해 금융권의 개인 정보 보호 체계를 단순·명확화하고 개인 신용 정보 보호를 한층 강화했다.

또한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신용 정보를 활용해 빅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신용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오는 7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지난 4월 17일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5월 30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을 가진 후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ECONOPOLITICS] 금융권 개인 정보 보호, 21년 만에 바뀐다
◆“신용정보법 적용 대상을 금융사로 한정”

1995년 신용정보법이 제정된 후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도 잇따라 제정됐다. 하지만 개인 정보 보호를 둘러싸고 해당 법률들이 얽히고설켜 오히려 개인 정보 보호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금융 당국의 감독 대상이 아닌 일반 상거래 회사도 신용정보법 적용 대상에 해당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는 신용정보법 적용 대상을 금융 공공 기관을 포함한 금융회사·신용정보회사·신용정보집중기관에 한정짓기로 신용정보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일반 회사가 대출·연체 등 개인 신용과 관계된 정보를 다룰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을 따를 방침이다.

개정안은 개인 신용 정보를 ‘생존하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신용 정보 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규정했다. 비식별 정보(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인적 사항 등을 지운 정보)를 신용 정보에서 제외하고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등 비식별 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특정인을 다시 구별해 내는 재식별 행위를 금지했다.

또한 금융회사가 보유한 고객 정보는 모두 신용 정보에 포함해 개인 신용 정보 보호를 강화했다.

남동우 금융위 신용정보팀장은 이에 대해 “그동안 개인 정보 보호를 규율하는 법률 체계를 정비해 금융회사와 일반 상거래 회사에 대한 중복 규제를 해소하기로 한 것”이라며 “금융회사가 금융거래와 관련해 처리하는 모든 정보가 신용 정보로 정의됨에 따라 개인 신용 정보 보호가 강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식별 정보 활용이 가능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되 개인 신용 정보 보호는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CONOPOLITICS] 금융권 개인 정보 보호, 21년 만에 바뀐다
◆ 의견 분분한 공매도 잔액 공시 기준

같은 날 금융위는 공매도 잔액 공시를 의무화하고 보고 대상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도 함께 입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매도 ‘공시’ 기준을 개별 종목 주식 총수의 0.5%로 정했고 공시 시점은 변동이 발생한 날로부터 3거래일 이내다. 또한 공매도 금액이 10억원을 넘으면 지분율과 상관없이 3거래일 안에 금융 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단, 금액이 1억원 미만이면 보고 의무를 면제해 준다. 현행법은 특정 종목 주식 총수의 0.01%를 공매도하면 금융감독원에 ‘보고’만 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 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공매도 순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펀드 운용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반발이 있는 반면 해외에선 이미 실시하고 있어 당연한 조치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국내 자산 운용사에서 근무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당연히 필요한 조치”라며 “쇼트(매도) 포지션도 일정 지분에 대해선 롱(매수) 포지션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갖고 운용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투자 전략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는 “쇼트 포지션을 취하는 투자자들은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주는 것인 만큼 확신을 갖고 운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매도가 지닌 본연의 순기능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공매도 공시 기준율이 너무 낮고 익명성도 보장되지 않아 공매도 자체를 부담스럽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관투자가는 공매도 공시 기준 0.5%를 넘기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 외국인 투자 세력을 비롯해 기관투자가들의 공매도를 상당히 위축할 수 있다”며 “공시 기준율을 충분히 높은 수준으로 올려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이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므로 공시 제도는 지켜져야 한다”며 “다만 공매도 공시 제도가 너무 심하면 순기능을 제약하는 문제가 있고 그렇다고 아예 하지 않으면 투기적인 공매도에 대해 시장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현재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중이므로 업계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