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 team]지평, 아시아 상속 분쟁의 해결사
여러 나라에 재산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들이 늘며 국제상속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아시아권은 향후 상속 전쟁의 화약고가 될 수도 있는 상황. 아시아권 9개국에 해외 사무소를 구축하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은 국제상속 현안에
특화돼 있다는 평가다.

“사업하는 분들 중에는 해외 자산이 많은 분들이 많아요. 또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에서 직접 사업을 벌이기도 하지요. 나이가 들면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살고 싶어 하는데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재산과 이에 대한 상속 문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이근동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의 지적대로 아시아권에 부쩍 늘어난 공장 이전이나 현지 사업 진행으로 국경을 넘어간 재산은 차후 복잡한 상속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크다. 각국의 상이한 상속 제도와 세금 문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지평은 현재 170여 명의 변호사, 외국 변호사, 회계사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 사무소 외에도 중국(상하이), 베트남(호찌민, 하노이), 캄보디아(프놈펜), 라오스(비엔티안),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미얀마(양곤), 러시아(모스크바), 이란(테헤란), 아랍에미리트(두바이, 파견)에 해외 사무소를 설립하는 등 ‘아시아 대표 명문 로펌’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들 해외 사무소를 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아시아 거점 지역과 맥이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통 다른 국내 로펌들이 프로젝트별로 현지 법인과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평은 변호사를 직접 해외에 파견해 사무소를 개설하고 국내 기업들의 현지 정착을 돕는 ‘정면 승부’를 택한 것이다.

2014년 2월 ‘상속·가사팀’으로 출범해 최근 ‘상속·가업승계팀’으로 팀명을 바꾼 것도 국내외 사무소 등을 통해 국제상속과 가업승계에 대한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변모였다.

아시아 네트워크 강점, 국경 넘는 자문
실제 인도네시아에 가족들이 살고 있는 이근동 변호사는 일본이나 미국 등과 다른 아시아권의 상속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는 현지에서 정착해 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사는 자산가들의 경우 나이가 드신 후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분들도 꽤 돼요”라며 “동남아시아의 경우 싱가포르 정도를 제외하면 의료시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죠”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경우 상속 이전에 현지에 있는 재산부터 정리해야 하는데 국내에 돌아오기 전에 해외 공장이나 사업체를 자식들에게 넘기거나, 현지 재산을 모두 정리한 후 국내 또는 제3국 이민을 택하는 자산가도 상당수 있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회계사에 따르면 이러한 국제상속은 각국마다 상이한 상속세 제도로 쉽지 않은 미션이 될 수 있다. 구상수 회계사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호주의 경우 상속세가 없고, 중국은 상속세를 소득세 개념으로 부과한다고 했다. 또 증여세의 경우 세금을 내는 주체도 달라 미국은 증여를 해준 사람이, 우리나라는 증여를 받은 사람이 증여세를 낸다.

지평의 경우 아시아 네트워크가 상속 현안 해결에 큰 역할을 수행한다. 해외에 있는 국내 기업들과 해외 사무소가 자문 계약 등을 통해 연결된 경우가 많은데 자연스럽게 기업 오너의 상속 자문을 해주기도 하는 것. 또 각국의 해외 사무소를 통해 최적화된 상속 솔루션을 제시하게 되고, 고령이 된 기업 오너의 한국 귀환을 체계적으로 돕기도 한다는 것이 지평 쪽의 설명이다.

이근동 변호사는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 현빈이 여자 친구(하지원)에게 부자 구별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바로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부자다’라는 것”이라며 “실제 국내외 재산이 정확히 얼마나 있는지, 해외에 공장을 세웠을 때 국내에서 돈을 어떻게 가지고 나갔고 그걸 어떻게 처분해 국내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산가도 의외로 제법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상속의 국내외 자산에 대한 정확한 실사가 필요하며, 각국의 제도와 세금 문제를 고려해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재산의 정리와 이전, 상속을 준비해야 큰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OX’ 결론 대신 가능한 솔루션 제시
지평의 상속·가업승계팀 소속 마상미 변호사와 구상수 회계사가 지은 ‘상속전쟁’이라는 책을 보면 구구절절 기막힌 사연들이 눈길을 끈다. 내용 중에는 한 남자가 사우나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뒤 본처에게 날아온 상속세 통지서 이야기가 나온다. 남자가 죽기 3년 전에 내연녀에게 준 10억 원에 대한 상속세를 본처에게 내라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 세법에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 5년 내에 상속인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증여한 재산이 있을 때 그 증여재산을 상속재산에 포함시켜 상속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죽기 전에 상속재산을 빼돌려 상속세를 적게 내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조항이다. 이는 실제 지평에서 의뢰 받은 사건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인데 당시 의뢰인이 화를 내며 “제대로 된 세법이 맞느냐”고 따져 물어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고 한다.

‘상속전쟁’이라는 책은 사실 일반인들의 법 감정이나 상식에 어긋나는 상속·증여 현안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해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전문가로서 단순히 법률에 규정된 조항에 ‘OX’ 답변을 내놓기보다는 고객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주어야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최진숙 변호사는 “지평은 다른 로펌의 상속팀과는 달리 법원 판사 출신의 변호사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자문변호사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많다”라며 “판사 출신의 변호사들은 어떤 쟁점이 생기면 ‘OX’로 결론을 내주는 데 익숙하지만 저희는 취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제안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한번은 혼외자 2명이 본처 자식들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걸림돌이 된 것은 혼외자들이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하면서 10억 원 정도를 받고 부제소합의(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한 부분이었다. 결국 1심 법원에서 각하가 된 뒤 지평에 사건이 맡겨지게 됐다. 지평은 상속재산분할 시 100억 원 정도뿐이라는 생전 증여재산이 실제로는 1000억 원이 넘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에 혼외자들의 부제소합의는 ‘착오나 기망에 의한 것으로 무효다’라는 주장을 끈질기게 펼쳐 결국 100억 원 상당의 유류분을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마상미 변호사는 “기록들이 몇 권씩 되다 보면 재판 과정에서 일부 증거들이 묻히기도 한다”며 “의뢰인에게 무엇인가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진숙 변호사는 “지평의 상속·가업승계팀은 열정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미생(未生)팀으로 앞으로 무한한 발전과 지향성을 갖고 있다”며 “저희가 자문 쪽에 장점이 있다는 것은 가족 간에 돌이킬 수 없는 파국적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money & team]지평, 아시아 상속 분쟁의 해결사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