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현주소]
{은행·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와 손잡고 상품 출시 봇물}
[COVER STORY] ‘올해가 로보어드바이저 원년’…쿼터백·밸류·디셈버 ‘3강’
(사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별관에서 은행 관계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인 온라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태헌·조현주 기자] 지난 3월 구글 ‘알파고’가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을 꺾으면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자산 관리)는 2016년이 원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와 금융권의 업무 협약(MOU) 체결이 이어졌고 구체적 상품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래에셋대우,‘로보’마켓 오픈

시중에 출시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증권사·은행 등이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와 제휴해 선보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재 국내 대표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로는 쿼터백투자자문·에임(AIM)·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디셈버앤컴퍼니·밸류시스템·파운트 등이 있다.

최근에는 증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증권업계 최초의 로보어드바이저는 NH투자증권이 지난해 말 출시한 ‘QV 로보어카운트’다. 자산 배분 콘셉트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지난 3월 미래에셋대우가 처음 선보였다.

지난해부터 여러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들과 양해각서(MOU)를 맺어 온 미래에셋대우는 고객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직접 선정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마켓’을 오픈했다. 현재는 디셈버앤컴퍼니·밸류시스템·써미트·쿼터백 등 4개 업체와 함께 7개의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글로벌 자산 배분 솔루션’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고객의 성향에 맞는 모델 포트폴리오와 비교 분석해 성과를 진단하고 자산 배분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월평균 2만7000명이 사용할 정도로 고객의 호응이 좋은 편이다.

유안타증권은 특허를 받은 인공지능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인 ‘티레이더 2.0’ 서비스를 통해 추천 종목 및 매매 타이밍을 제공하고 있다.

햇빛(상승 추세) 구간과 안개(하락 추세) 구간 등 일기예보 개념을 트레이딩에 접목해 고객들이 손쉽게 매매 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유안타증권은 티레이더 신호에 따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시스템 트레이딩 서비스 ‘로보레이더’도 운영 중이다.

이 밖에 대신증권은 소액 투자자도 온라인에서 자산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웰스 어드바이저’를 지난 3월 선보였다. 고객의 투자성향·금액·기간 등을 반영한 440여 종의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은행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은행권 처음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인 ‘쿼터백 R-1’을 내놓았다.

‘쿼터백 R-1’은 국내 상장된 ETF 중 8~12개를 선별해 투자하는데,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여러 개의 ETF가 수익률을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한마디로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3월 14일 출시된 우리은행의 ‘로보어드-알파’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고객 데이터와 금융 빅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투자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추천해 준다. 이 상품은 일반 투자 자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투자 자금, 퇴직연금 투자 자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보어드알파는 ISA형·일반투자형·연금설계형 등 3가지 유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은퇴 자금 준비와 은퇴 후 생활 자금 설계를 모두 포함하는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 모델로 정식 버전을 오픈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 또한 지난 3월 은행권 최초로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사이버 PB’를 출시했다. ‘사이버 PB’는 고객이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의 성향을 진단한 후 투자 목적을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그동안 은행에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받으려면 특정 금액 이상의 자산을 소유해야만 가능했지만 ‘사이버 PB’는 자산 관리 고객의 문턱을 낮췄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12일 로보어드바이저 시범 서비스인 ‘S로보 플러스’를 출시했다. 이번 서비스에는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인 DNA의 머신 러닝 알고리즘이 사용됐고 1일 31억6000만 건에 달하는 수익 및 리스크 연산을 통해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는 펀드 상품과 배분 비율을 제시해 준다.

또한 알고리즘이 설계한 결과를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UI)을 통해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7월 중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4곳의 업체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받았고 이 중 한 곳과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11일부터 기존 일임업이 허용되지 않았던 은행권에 ISA에 한해 일임형 상품 운용이 가능해지면서 로보어드바이저와 일임형 ISA를 접목한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파운트’와 손잡고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일임형 ISA 상품을 선보였다. 우리은행·KEB하나은행도 ISA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COVER STORY] ‘올해가 로보어드바이저 원년’…쿼터백·밸류·디셈버 ‘3강’
◆밸류, 보험 분야 상품도 준비 중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3강 구도다. 쿼터백투자자문·밸류시스템투자자문·디셈버앤컴퍼니가 자본금과 운용 자산, 인지도에서 손에 꼽힌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운용 방식은 대부분이 머신 러닝(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기술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들 업체의 경쟁력은 기기의 분석을 보완해 주는 인력의 기술력이 차별성을 가진다.

특히 쿼터백은 해외 선물, 해외 환 등 다양한 자산군을 전문적으로 운용해 본 인력들이 경쟁력이다. 대부분의 회사 인력 구성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갖춰졌다.

밸류시스템투자자문은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로보’를 통해 미국·일본·중국·홍콩 시장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자본금을 67억원까지 늘리며 성장하고 있다.

특히 밸류시스템투자자문은 올해 3분기에 증권뿐만 아니라 금융과 보험 분야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로보어드바이저 출시 이후 총 관리 자산이 10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증가했다.

디셈버앤컴퍼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도 95억원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중 가장 많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 ETF와 상장지수채권(ETN)을 대상으로 한 상품만 운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ETF 전 종목을 대상으로 상품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DNA는 신한금융지주와 함께 로보어드바이저 분야에서 손잡고 신한은행 광교빌딩으로 본사를 옮겼다. 특히 이곳에 사무실은 물론 소규모 데이터센터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DNA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로보어드바이저와 관련된 상품들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금융 당국도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월 7일 ‘로보어드바이저 자산 관리 서비스 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통해 “금융과 기술이 융합되는 핀테크는 금융 감독 당국에도 도전”이라며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규제의 틀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오는 7월 말부터 3개월간 시험 무대를 거쳐 검증된 로보어드바이저에 한해 온라인 자문과 일임 업무를 허용할 방침이다.

최장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로보어드바이저 업데이트’ 보고서를 통해 “아직 한국 로보어드바이저의 미래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도입 기간이 짧아 트랙 레코드가 충분하지 않고 블랙박스인 자산 배분 모델에 대한 이해도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로보어드바이저의 미래는 밝은 편”이라며 “한국적 온라인 투자 문화는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시장 환경의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COVER STORY] ‘올해가 로보어드바이저 원년’…쿼터백·밸류·디셈버 ‘3강’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어떻게 고를까

각양각색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잘 고르는 ‘안목’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상품에 가입하기 전 수수료를 제대로 따져보는 게 필수다.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 운용 보수는 1%대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영업망이 취약한 업체들이 증권사 또는 은행을 판매처로 이용하면서 일정 수수료가 추가돼 최종 비용이 일반 자산 관리 상품을 웃돌 수도 있다.

가령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로보 상품 ‘쿼터백 국내 ETF형 알파’는 수수료가 1.9%이지만 비슷한 운용 구조의 ‘미래에셋대우 M 드리븐 랩’은 1.5%에 불과하다.

은행을 통해 판매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들도 자문사의 일임형 상품을 은행 신탁에 넣으면서 추가 신탁 수수료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자체의 수수료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와 업체 간에 체결한 협약 속에 ‘숨어 있는 수수료’까지 따져봐야 한다.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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