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빅데이터로 본 대한민국 40대]
{소비 키워드는 안티에이징과 불안...스포츠&요리학원 등 ‘취미 활동’ 지출 급증}
[40대 리포트] 대한민국 40대, ‘성형&복권’에 지갑 열었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40.8세.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른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인구를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나이란 의미다. 그만큼 40대는 대한민국의 허리이자 중심축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사회에 진출해 실무 책임자로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다. 대한민국의 40대가 ‘어디에 지갑을 여느냐’에 따라 미래의 산업지형도가 달라질 수 있다. SK텔레콤의 빅데이터 비즈니스플랫폼 ‘지오비전’의 도움을 받아 국내 40대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했다.



◆ 성형외과 지출, 2년 새 31.3% 증가



지오비전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5년 40대가 H신용카드를 통해 지출한 금액은 총 155조원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지출한 항목은 ‘병원(16조5400억원$10.6%)’과 ‘자동차·자동차용품(16조3470억원$10.5%)’이었다.
[40대 리포트] 대한민국 40대, ‘성형&복권’에 지갑 열었다
이를 더 세분화해서 들여다보면 40대의 자동차판매 지출이 16조3446억원으로 전체의 10.5%를 차지했다. 이어 치과가 4.7%(7조8200억원), 주유소 4.5%(7조1000억원), 프랜차이즈 슈퍼마켓 4.1%(6조3600억원), 자동차경정비 3.6%(5조7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상위 5개 항목 중 3개가 자동차 관련 지출인 셈이다.


고가제품인 자동차는 신용카드 지출을 분석하면 전통적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하는 항목이다. 50대가 가장 많이 지출한 항목도 ‘자동차·자동차용품’이었지만, 금액은 15조4100억(50대 전체 지출액 100조원의 15%)으로 40대보다 적었다.

40~50대와 달리 30대가 가장 많이 지출한 곳은 편의점과 홈쇼핑 등이 포함된 ‘종합소매점’이 14조3600억(30대 전체 지출액 132조원의 10.8%)이었고, ‘자동차·자동차용품’은 11조2000억원으로 더 낮았다.

40대에서 유독 치과 지출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같은 항목에서 30대의 지출은 전체 지출의 4조6000억원, 50대는 5조원 가량이다.

같은 ‘병원’ 항목 중에서는 성형외과의 40대 지출 비율도 높았다. 일반병원의 지출 금액이 1조8000억원(1.16%)인 데 비해 성형외과는 이보다 많은 2조1000억원(1.35%)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3년 40대의 성형외과 지출 규모가 1조6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31.3%나 지출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성형외과의 30대 매출도 2조원 수준이었고, 50대 매출은 1조5000억원이었다.

이는 ‘안티에이징’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소비 트렌드가 세대를 불문하고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40대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비교해 피부과의원 지출은 40대 9800억원, 30대 9300억원으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40대를 기준으로 2013년 9500억원과 비교해 봐도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다. 안티에이징 관리에 있어 ‘성형 시술’ 등에 의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드러낸다.

LG경제연구원 황혜정 연구원은 “40대는 심리적인 면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중년’의 나이를 실감하기 시작하는 시기”라며 “반면 사회적으로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안티에이징과 같은 트렌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안티에이징과 헬스케어에 대한 소비는 고령사회가 지속되면서 앞으로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0대의 자연산원료-의약품 지출이 2014년 230억원에서 2015년 910억원으로 1년 사이에 4배 이상 급증한 결과도 이를 방증한다.

40대의병원 지출과 관련해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산부인과와 소아과 지출이 늘어나는 흐름이다. 저출산과 맞물리며 30대와 50대에서는 관련 지출이 줄어드는 것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40대의 소아과 지출은 2014년 680억원에서 2015년 725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산부인과 지출은 2014년 3400억원에서 2015년 36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의 소아과 지출은 22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산부인과 지출은 1조원에서 9800억원으로 줄었다.

◆ 자녀 교육비는 소폭 감소

2013년도와 2015년도를 비교했을 때 지출 증가액이 크게 늘어난 항목 중 하나는 ‘전자$정보통신’이다. 40대의 관련 매출은 2013년 3조1400억원(전체 소비 148조원의 2.1%)에서 2014년 3조9000억원(전체 소비 160조원의 2.4%), 2015년엔 4조6700억원(전체 소비 155조원의 3.0%)으로 뛰었다. 2년 새 지출액이 48.7%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중에서도 ‘정보기술서비스’ 분야의 지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2014년 3조9000억원에서 2015년 4조6600억원이었다. 전자·정보통신 분야 중에서도 대부분의 매출이 정보기술서비스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40대의 ‘다방$커피숍$카페’ 매출 또한 2014년 3800억원(0.2%)에서 5400억원(0.3%)으로 42.1% 늘어났다. 이중에서도 커피전문점 매출 증가액이 매우 컸다. 2014년 2300억원에서 2015년 3800억원으로 65.2% 급증했다.

사실 전자·정보통신서비스와 커피에 대한 급격한 지출 증가는 대한민국 전 세대를 아우르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만 그 중에서도 유독 40대를 중심으로 관련 분야의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30대 50대와 비교해 40대 소비 패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를 보인 항목은 항공이나 캠프$별장$펜션과 같은 ‘여행 관련 지출’의 증가였다. 40대의 캠프$별장$펜션 지출은 2014년 200억원에서 2015년 210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폭이 크지는 않지만 30대와 50대에서는 모두 지출이 줄어들고 있는 항목이다.

항공 역시 2013년 3억9000만원에서 2014년 9억3000만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5년엔 11억원으로 늘어났다. 가정$주방$인테리어나 가전제품 등 집과 관련한 지출도 증가 추세다. 이는 최근의 ‘먹방 열풍’이 ‘집방 열풍’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40대의 가정$주방$인테리어 지출은 2013년 5500억원에서 2015년 6700억원으로 늘었다. 그 중에서도 정수기 구입비가 2013년 1700억원에서 2015년 35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집을 꾸미거나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도 ‘건강’이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황 연구원은 “보통 자가 소유의 주택을 마련하는 시기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라며 “시기적으로도 자신의 집을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40대에서 크게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취미 생활에 적극적인 것 또한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40대의 특징적인 소비 패턴이다. 국악악기(2014년 2억->2015년 2억600만원), 공연장비$용품 대여(2억2000만->2억7000만원), 겨울스포츠(60억->69억원), 요리학원(200억->220억원), 공예학원(8억2000만->8억400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30대와 50대는 지출이 줄어든 반면 40대만 지출이 늘어난 항목들이다. 겨울스포츠의 30대 지출은 2014년 49억원에서 2015년 47억원으로 줄었으며, 요리학원은 61억원에서 58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예전과 비교해 동적인 취미생활에 대한 지출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실제로 40대의 오토바이 판매는 2014년 550억원에서 2015년 710억원으로 늘었으며, 스포츠·재즈·댄스 학원도 72억원에서 85억원으로 증가했다.

무예·투기 도장이 2014년 190억원에서 210억원으로 늘어난 것 또한 눈에 띈다. 스포츠·재즈·댄스는 30대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2015년 36억원에서 2015년 40억원으로 지출 규모가 40대와 비교해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국내 취미 생활과 관련한 소비시장은 30대가 아닌 40대가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동적인 취미활동이 늘어난 것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체력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며 “교육비 항목을 살펴보면 취미 외에도 자격증 취득과 같은 본인을 위한 교육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장·도배 학원, 주택·공인중개사 등 자격증 관련 학원의 40대 지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장·도배 학원은 2013년 1억1000만원에서 2015년 1억8000만원으로 증가했으며, 주택·공인중개사 자격증 학원은 2013년 2900만원에서 2015년 4600만원으로 늘었다.

반면, 자녀들을 위한 학원비는 소폭 감소하는 추세였다. 교육비 항목 중 유치원, 어린이집이나 보습학원, 학습지 등 자녀들에 대한 학원비용은 비슷하거나 줄어드는 흐름을 나타냈다. 40대의 유치원 지출은 2013년 110억원에서 2015년 100억원대로 비슷했으며, 어린이집은 90억원에서 75억원으로 감소했다.

보습학원은 2013년 6800억원에서 2015년 6100억원으로, 학습지는 17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초등학교 지출은 2013년 6억8000만원에서 2015년 7억2000만원으로 소폭 늘어났다.
[40대 리포트] 대한민국 40대, ‘성형&복권’에 지갑 열었다
[40대 리포트] 대한민국 40대, ‘성형&복권’에 지갑 열었다
◆ ‘불안한 40대’ 복권 판매 급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나타난 40대의 소비 패턴 중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큰 특징은 ‘불안’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복권 판매의 급증이다. 2013년 3억1000만원이었던 복권 판매는 2014년 4억1000만원, 2015년 7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2년 사이 40대의 복권 지출이 2배 넘게 뛰었다.

손해보험$생명보험에 대한 지출 증가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손해보험 지출은 2013년 1조6000억원에서 2014년 1조9000억원, 2015년 2조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생명보험 역시 2013년 3000억원에서 2014년 3400억원, 2015년 3600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불황을 반영하는 40대의 소비 패턴은 회식자리 등에서 유흥을 즐기는 방식의 변화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2013년 룸살롱·단란주점 지출은 3000억원이었지만, 2015년엔 2400억원으로 줄었다.

대신 소주방·포장마차 지출은 2년 새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40대에서 당구장의 지출 비중이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끈다. 같은 기간에 당구장 지출은 31억원에서 63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황 연구원은 “대한민국 40대가 경제적으로 느끼는 불안함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40대는 기업 구조조정의 압박을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세대다. 이와 비교해 자녀들을 위한 교육비 등 가장 큰 지출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경제적 불안이 커지면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소비행태가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복권”이라며 “일종의 ‘과잉근심증후군’으로 최근 불안 마케팅이 성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vivajh@hankyung.com

빅데이터 분석= SK텔레콤 빅데이터 비즈니스 플랫폼 지오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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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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