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인맥⑧ 한화그룹]
{‘관록의 50대’가 57%,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가 유일한 40대}
한화 계열사 대표 28명…서울대·경영학 ‘주류’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한화그룹은 2013년 4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김승연 회장의 장기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비상경영위원회가 설립됐다.

김 회장 최측근 인사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는 2014년 말 사장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하기 위해 한 차례 소집됐고 태양광 사업 진출과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김 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당시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은 김연배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맡았고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 홍원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회장이 참여했고, 퇴임한 홍기준 전 한화케미칼 부회장을 대신해 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위원회에 합류했다.

2014년 12월 김 회장이 본사로 출근을 시작하고 이듬해 6월 홍원기 부회장마저 사의를 표하면서 비상경영위원회는 완전히 해체됐다.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도 2015년 8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그룹 내 최고 실세로 불렸던 김 부회장은 한화에서만 47년을 몸담은 정통 한화맨이었다.

김 부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8년 한화증권에 입사했다. 김 회장의 경기고 선배이기도 한 김 부회장은 ‘재무통’으로 불리며 구조조정본부 사장, 금융부문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기획통’ 금춘수, 그룹 경영기획실장 활약

현재 그룹 내 비상경영위원회 출신으로는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가 남아 김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잠시 고문으로 물러났던 금춘수 실장은 2014년 11월 경영기획실장으로 복귀했다. 초대 경영기획실장과 한화차이나 사장을 역임한 금 실장은위기관리 능력과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방산 및 화학부문 4개사의 성공적 인수, 두산DST 인수,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의 합병, 한컴 및 한화폴리드리머 매각 등 그룹 내 사업 재편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했다.

1953년생으로 서울대 무역학과에 입학한 후 경제학과로 전과한 금 실장은 1978년 한화에 입사했다. 1980년 미국 한화 로스앤젤레스 주재원을 지내고 1995년 유럽법인 대표를 맡으면서 상무로 승진했다.

2000년 유럽 본부장, 2002년 구조조정본부 경영지원팀장, 2004년 대한생명 경영지원실장 등을 차례로 역임하면서 전무·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해외 영업통’이자 ‘기획통’인 그는 2008년 초대 경영기획실장직을 수행하면서 사장에 올랐다.

1955년생인 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는 1981년 한화케미칼의 전신인 한국프라스틱에 입사했다. 부산 동아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2002년 상무급인 한화케미칼 폴리에틸렌(PE) 사업부장을 거쳐 2008년 전무로 승진, 폴리염화비닐(PVS) 사업부장과 중국 닝보법인장을 역임했다.

2010년 한화첨단소재 대표에 취임한 뒤 2015년 1월부터 한화케미칼 대표직을 맡고 있다.
한화 계열사 대표 28명…서울대·경영학 ‘주류’
◆차남규 사장, 김연배 부회장 자리 이어

김창범 대표는 대표이사 취임 후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하는 테마가 있는 저녁’을 마련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주제로 기러기 아빠·미혼 여직원·자취 직원 등 다양한 계층의 직원들과 사내 소통을 시도했다.

기존의 획일적이고 단순한 식사 자리에서 벗어나 내부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주인의식과 유대감을 고취했다는 평을 듣는다.

‘2인자’로 불리던 김연배 부회장이 퇴임하자 한화생명은 현재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단독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차 사장 역시 정통 한화맨이다. 부산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온 그는 1979년 한화그룹 공채로 입사한 후 30여 년을 줄곧 한화에서만 일해 왔다.

2002년 한화그룹이 한화생명을 인수할 당시 지원부문총괄 전무로 보험 업계에 첫발을 들였다. 이후 잠시 한화테크엠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가 2009년 한화생명 보험영업총괄 부사장으로 돌아왔다. 2011년부터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1954년생인 차 사장은 한화생명의 안살림을 도맡아 회사의 규모를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생명은 올해 1월 총자산 100조원을 돌파했다. 2008년 50조원이었던 총자산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한화그룹이 인수할 당시인 2002년에는 29조원에 불과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28% 늘어난 5300억원을 기록해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는 등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2016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직급별 승진 인원은 부사장 4명, 전무 10명, 상무 36명, 상무보 57명, 전문위원 7명 등 총 114명으로 (주)한화 화약부문의 최양수 대표이사, (주)한화 방산부문의 이태종 대표이사, (주)한화 기계부문의 김연철 대표이사를 각각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내고 최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인력팀장으로 옮긴 권혁웅 전무도 부사장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들은 각각 영업·생산·해외사업 부문에 오랜 경험을 보유한 ‘현장통’으로서 적극적인 신사업 발굴과 해외시장 공략,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성장시켜 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한화 계열사 대표 28명…서울대·경영학 ‘주류’
◆‘하후상박형’ 인사 단행

그는 이어 “이번 임원 인사는 지난해 말 대비 임원을 소폭 줄이되 미래를 위한 중간 경영진을 강화하는 한편 경영 긴장감을 늦추지 않기 위해 사장 승진 없는 ‘하후상박형 인사’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최양수 (주)한화 화약부문 대표는 1958년생으로 대전고를 나와 성균관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1984년 입사해 (주)한화 화약부문에서 성장해 왔다. 2008년 경영기획실장과 경영지원담당을 맡으면서 상무로 승진했고 2012년 전무급인 화약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최 대표와 동갑이지만 한 해 먼저 입사한 이태종 (주)한화 방산부문 대표도 (주)한화 화약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춘천고와 서울대 화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주)한화 화약부문 인천공장, 보은공장장을 거쳐 2013년 보은사업장 전무로 승진했다. 2014년 (주)한화 방산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연철 (주)한화 기계부문 대표는 1961년생으로 여의도고를 졸업한 후 연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1986년 입사한 이후 (주)한화 제조부문 항공사업팀장, 한화유니버설베어링스 법인장을 지냈다. 2011년 한화유니버설베어링스 상무로 승진한 뒤 이듬해 (주)한화 기계부문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16년 5월 기준 현재 한화그룹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는 모두 28명이다. 본지가 한화 사장단을 분석한 결과 출신 대학으로는 서울대가 총 7명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이어 고려대 5명, 서강대 4명, 한국외국어대 3명 순이었다. 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가 각각 2명의 대표이사를 배출했고 이 밖에 경기대 1명, 서울산업대 1명, 미국 시카고대 1명이었다.

전공은 경영학도가 가장 많았다. 4명의 대표이사가 경영학을 전공했고 화학공학과 기계공학이 각각 3명이었다. 통계학과 스페인어학을 공부한 이도 2명씩 있었다. 나머지는 경제학·건축설계·공업화학·법학 등 다양했다.
한화 계열사 대표 28명…서울대·경영학 ‘주류’
(사진)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한화그룹 제공)

◆사장단의 주축은 50대

한화그룹 사장단의 주축을 이루는 연령대는 흔히 ‘베이비부머’ 세대로 일컬어지는 50대다. 50대는 사장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총 16명으로 집계됐다. 60대는 11명이었고 40대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유일한 40대 대표는 1968년생으로 올해 49세인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다. 김 대표는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고인 디어필드 아카데미에서 수학한 후 시카고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콜롬비아 경영전문대학원(M BA)을 모두 마친 해외파 엘리트다. 칼라일 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후 2012년 한화생명 대체투자사업부장 상무로 한화에 둥지를 틀었다. 올해 5월부터 전무급인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사장단 중 최고 연장자는 1952년생인 김신연 한화이글스 사장이다. 올해로 64세인 김 사장은 중앙고를 나와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미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석사를 마쳤다.

1986년 한양화학(현 한화L&C) PE영업부로 입사해 2002년 한화폴리드리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5년 한화이글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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