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는 대체로 야외 활동량이 증가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체내의 비타민 소모량이 3~5배 늘어난다. 봄철의 충분한 영양섭취는 기나긴 여름철을 이겨내기 위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봄철의 건강한 먹거리로 재조명되고 있는 식품 중 하나가 보리다. 보리는 쌀보다 재배 역사가 길고 우리 전통음식에도 두루 사용되는 친숙한 곡물이다.
‘보릿고개’란 말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선 보리가 곤궁한 밥상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이 보리의 영양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아프리카 흑인 여성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데라투 툴루(Derartu Tulu, 43),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마라톤 우승자 파투마 로바 (Fatuma Roba, 42), 2004년 아테네올림픽 1만m 우승자로 ‘장거리의 우사인볼트’라 불리는 케네니사 베켈레(Kenenisa Bekele, 33) 등 수많은 육상스타를 배출한 곳이다.
이들을 키워낸 센타예후 에셰투(Sentayehu Eshetu) 감독은 영국 주요 일간지 가디언과의 2012년 인터뷰에서 베코지 출신 선수들의 뛰어난 육상 실력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우리 선수들은 보리를 많이 먹는다”고 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리에는 식이섬유의 일종인 ‘베타 글루칸’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항균기능과 노화방지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베타 글루칸은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 간에서는 콜레스테롤 합성을, 장에서는 흡수를 억제해 고지혈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보리는 특히 비타민B의 함유량이 높아 몸속의 에너지를 생성하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6년 보리의 이 같은 건강학적 효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인류가 보리를 이용해 가장 처음 만들어 먹게 된 음식은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학자들은 보리를 가공해 만든 가장 오래된 식품 중 하나로 ‘맥주’를 꼽는다. 70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맥주는 보리빵을 물과 함께 자연 발효시켜 만들어지면서 ‘흐르는 빵’으로 불리기도 했다.
맥주라는 단어는 흔히 알고 있는 영어 '비어(beer)'부터 독일어 '비르(bier)', 프랑스어 '비에르(biere)'까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어원 또한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어의 어원 중 유력한 설 중 하나는 게르만족이 ‘보리로 만든 음료’를 ‘bere’라고 처음 불렀던 게 오늘날 'beer'로 변형되었다는 주장이다.
맥주에서 보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절대적인지를 증명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건강한 보리를 주재료로 만드는 천연 발효식품인 맥주에는 단백질과 당질, 미네랄, 비타민B 등의 영양소뿐 아니라 수용성 섬유질과 황산화제가 함유돼 있다. 단순히 술이라 치부하기엔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다양한 이점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슈퍼푸드'로 주목받는 보리를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 중 하나인 맥주. 제철을 맞아 보리의 맛과 향을 새삼 음미하며 적절하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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