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 등 망막질환, 진단 신기술로 치료결과 향상 가능성
(사진) 안구광학단층분석 혈관촬영기술(OCT angiography)은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등 다양한 안구내 질환에서 응용될 수 있다. /칼자이스 제공


황반변성 등 망막질환을 진단하는 신기술이 최근 국내에도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같은 망막질환과 녹내장의 진단과 치료 기술은 지난 20여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이는 안구광학단층촬영기(OCT)와 같은 컴퓨터 시스템에 기반한 이미지 분석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OCT 기술은 안구의 뒷부분에 있는 망막이나 시신경을 촬영한 후 컴퓨터가 3차원 입체 이미지로 분석, 어느 부분에 병변이 위치하는지를 의사에게 정확하게 알려 준다.


최근에는 안구 내의 모세혈관 구조까지 파악할 수 있는 안구광학단층분석 혈관촬영기술 (OCT angiography)가 국내에도 도입됐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첫 프로토타입 장비가 개발된지 얼마 안 된 최신기술이다. 그 중에서도 세계적으로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모델 중 하나인 칼자이스사의 칼자이스 안지오플렉스(ZEISS AngioPlex)는 지난 5월 초 용산 센트럴서울안과에 국내 1호기가 설치된 이후 대학병원들에서도 도입이 시작되고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혈류가 통하고 있는 모세혈관을 조영제의 혈관 투여 없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치료 방법의 세분화와 치료에 따른 반응을 매우 정밀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센트럴서울안과 망막 전문의 황종욱 원장은 “지금까지 안구의 모세혈관을 조영할 수 있는 방법은 2차원적인 이미지만을 얻을 수 있었던 형광안저촬영술 밖에 없었다.”며 “안구광학단층분석 혈관촬영기술을 사용하면 표층의 혈관과 심층의 혈관을 분리하거나, 망막과 맥락막의 혈류 순환을 따로 분리해서 파악할 수도 있다. 이제 망막을 각 층별로 분리해 질환의 발생 기전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동물 실험에서나 가능했던 망막 모세혈관 순환의 구조를 실제 사람의 눈 안에서도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 사람의 모세혈관을 관찰하고자 할 때 필수적이었던 형광안저촬영술의 경우, 드물게 조영제로 인한 앨러지와 쇼크가 일부 환자들에서 일어나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또한 안구광학단층분석 혈관촬영기술은 관찰할 수 있는 모세혈관의 해상도를 크게 향상시켜 기존의 형광안저촬영술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병적 변화들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기존의 OCT 장비에서 추가적인 촬영 모드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해 촬영 소요시간도 5분 내외로 크게 줄어들었다.


안구광학단층분석 혈관촬영기술은 황반변성을 비롯한 여러 망막질환뿐 아니라 녹내장 등 안구 후방에서 발생하는 질환들의 예후 평가 및 치료 방법의 세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기존 안구광학단층장비에서는 황반변성에서 안구내 항체 주사가 필요한 경우 치료 결과를 평가하는 데 망막의 두께를 측정하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모세혈관 촬영장치가 부착된 장비에서는 치료 후 모세혈관의 변화를 직접 계측할 수 있게 된다. 추가적인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개발이 완료되면 정량적인 모세혈관의 측정 및 분석도 가능하게 된다.


황 원장은 “안구광학단층분석 혈관촬영기술 도입으로 망막의 혈관 관류 상태를 더 자세하게 관찰하게 되어 황반변성을 비롯한 많은 망막질환의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당뇨망막병증이나 망막혈관폐쇄, 혹은 녹내장 등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인 인턴기자 jji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