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가장 확실한 마케팅은 ‘진정성’이다
(사진) 화장품 매장 같지 않은 매장으로 성공한 친환경 화장품 기업 '러쉬'.

{단 1% 만이 광고에 의해 브랜드 충성도 결정…고객의 참여·공감 이끌어 내야}

[강성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대학을 휴학 중인 학생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매출 125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이미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중국 현지에 온라인 몰을 오픈해 중국 시장도 공략 중이다.

이 신생 벤처기업은 ‘에이프릴스킨’이라는 화장품 회사다. 이 회사는 젊은 여성을 타기팅해 천연 비누와 화장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성공적인 안착 요인 중 하나는 주요 구매층인 10대와 20대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진정성’에 더 크게 움직여

하지만 이 회사의 성공 요인에는 SNS를 활용한 마케팅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회사의 내부에 있다. 그것은 대부분이 젊은 여성으로 구성된 직원들의 화장품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다.

이 회사 직원의 90% 가까이가 젊은 여성이다. 이 회사 대표에 따르면 직원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은 소위 ‘코덕(코스메틱과 덕후의 합성어, 화장품 마니아)’이냐 아니냐다. 코덕을 중심으로 선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중심으로 직원들을 채용한다고 한다.

이들은 화장품에 대한 전문 지식도 갖추고 있지만 무엇보다 신제품이 나오면 자발적으로 제품을 테스트하고 꼼꼼하게 장단점을 분석한다. 당연히 그 결과는 제품의 품질개선에 반영되고 SNS를 통한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이 회사 대표는 “대기업은 주로 화장품을 생산한 뒤 홍보 방안을 찾지만 우리 마케팅 직원들은 처음부터 상품 제작 의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강점을 쉽게 부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인터넷 매거진 ‘엘리트 데일리’에서 10대, 20대 젊은이 1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단 1% 만이 광고에 의해 브랜드 충성도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반면 62%가 SNS를 통해 자신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브랜드에 충성도를 느낀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는 일방통행식의 광고보다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SNS를 통한 소통 방식이 1020세대에는 더 먹힌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러한 현상은 젊은 세대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근본적으로 기업 마케팅의 중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이를 마켓 3.0이라고 말한다. 마켓 1.0 시대에는 마케팅의 중심이 제품 자체였다.

남들보다 좀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마켓 2.0은 소비자의 시대다.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이제 마켓 3.0 시대는 가치 주도의 시대로, 소비자들과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 가느냐가 마케팅 성패의 관건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고객과의 협력과 참여가 된다.

◆화장품 회사보다 식품 회사 같은 ‘러쉬’

그래서 디지털 세대가 점차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글렌 캐럴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에 부응하는 것을 ‘진정성(authenticity)’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진정성을 ‘사회적인 구조에 의해 형성되는 소비자들에게 특정한 종류의 신성하거나 문화적인 해석을 가져오는 제품이나 서비스’라고 정의한다. 또한 대기업이나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진정성을 보여주는 제품이라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먼저 제품 자체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의 천연 원료 화장품 기업 ‘러쉬(Lush)’를 들 수 있다. 러시는 특별하게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간 매출이 10배 가까이 늘었고 전 세계 약 49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러쉬 매장에 가보면 화장품 매장이라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식품 매장 느낌이 든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제품 진열 방식에 있다. 일반적인 화장품 매장에 가면 모든 제품이 개별적으로 포장돼 있다.

그런데 러쉬 매장에 가면 비누가 커다란 덩어리 형태로 전시돼 있다. 소비자가 마음에 들어 원하는 양을 주문하면 그만큼 커다란 덩어리에서 썰어준다. 마치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는 느낌과 같다.

이는 일반적인 화장품을 구매할 때와 다른 느낌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공장에서 화학적 원료로 기계가 찍어낸 공산품의 느낌보다 농부가 직접 짜낸 우유를 정성스럽게 끓여 만든 치즈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천연 재료로 만든 신선한 화장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제품의 원료도 표시하는데, 말린 살구와 건포도·해조류·곡물 등이 그대로 제품 안에 들어 있다. 그러다 보니 제품 모양이 일정하지 않다. 그리고 제품을 설명하는 글자들도 모두 손글씨다. 이러한 것들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러쉬 제품은 그 어느 제품보다 자연 친화적이라는 콘셉트를 만들고 있다.

둘째, 고객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최대의 온라인 신발 판매 업체 ‘자포스(Zappos.com)’를 들 수 있다. 자포스는 업계 내의 다른 업체들에 비해 고객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 자포스 고객의 75% 정도가 재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좋은 입소문을 만드는 비결은 무엇보다 ‘고객충성팀(Customer Loyalty Team)’이라고 불리는 콜센터에 있다. 자포스 전체 직원 1500명 중 400명 정도가 고객충성팀에서 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콜센터 상담원은 아웃소싱을 많이 활용하지만 자포스는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한다.

그리고 상담 시 매뉴얼보다 상담원 자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권장한다. 일반적인 기업의 콜센터 직원에 대한 평가는 하루에 처리하는 통화 수를 기본적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자포스는 하루에 통화하는 통화 수를 오히려 제한한다.

이러다 보니 황당한 상담도 이뤄진다. 늦은 밤 피자가게 전화번호를 묻는 고객에게도 전화번호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자포스에 없는 물건 상담에 대해서는 그 제품이 있는 경쟁사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상담은 당장 구매에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자포스에는 손해일 수 있다. 하지만 자포스는 이를 손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광고나 프로모션보다 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라고 믿는다.

당장 하나의 물건을 파는 것보다 진정 고객을 위하는 마음을 보이고 고객을 감동하게 해 평생 가는 관계로 만드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순간적으로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손해가 날 수 있지만 고객을 위해 이런 것을 감수한다는 진정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품 그 이상의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져

셋째, 채널 측면에서의 진정성이다.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채널에서는 무엇보다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실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될 것이다. ‘게임스톱(GameStop)’은 미국의 비디오 게임 판매점이다.

2012년 기준으로 미국·캐나다·유럽 전역과 오세아니아에 약 670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게임스톱에는 파워업 리워드(PowerUp Rewards)라는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이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관심사와 구매 패턴 등을 이해하고 이를 고객 개인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면 고객의 80% 가까이가 게임스톱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고 제품은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아무래도 유통비용이 절감되는 만큼의 혜택을 고객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스톱은 이러한 고객들을 위해 ‘웹 인 스토어(Web-in-store)’와 ‘픽업 앳 스토어(Pick-up at store)’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수령할 시기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O2O 방식 서비스다.

끝으로 제품·고객·채널 차원의 진정성을 아우르면서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을 쏟는 기업도 있다. 앞선 엘리트 데일리 조사에서도 나타났지만 특히 1020세대와 같은 젊은 세대는 무엇보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선 기업에 열광한다.

그만큼 사회참여 의식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부응하는 기업에 대해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신발을 하나 구매하면 신발 없이 생활하는 빈민국 아이들에게 한 켤레가 기부되는 ‘원포원(One for One)’ 캠페인으로 알려진 탐스슈즈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형태의 마케팅을 ‘코즈 마케팅’이라고도 한다. 이는 기업이 추구하는 명분 ‘코즈(cause)’와 ‘마케팅(marketing)’이 합쳐진 용어다. 기업이 추구하는 사익과 사회가 추구하는 공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그래서 이를 ‘착한 소비’, ‘대의 마케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영전략 트렌드] 가장 확실한 마케팅은 ‘진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