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타임 영업정지’에 격분…진퇴양난에 빠진 롯데홈쇼핑, 행정소송할까?}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최근 롯데홈쇼핑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6개월간 황금 시간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자 롯데홈쇼핑 협력 업체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롯데홈쇼핑은 부랴부랴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조치에 나섰지만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협력사 대표들이 직접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롯데홈쇼핑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는 미래부의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500여 곳에 달하는 협력사 가운데 240여 곳이 모여 지난 6월 3일 구성됐다.

비대위는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미래부의 방침은 현장감이나 실효성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말 그대로 탁상행정의 산물로 우리를 두 번 죽이고 있다”며 앞으로 협력사들이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왜 피해는 우리가…” 협력사들 ‘분통’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홈쇼핑 재승인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비리 임원 수를 누락해 사업 계획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 27일 미래부로부터 프라임타임대(매출이 가장 많은 시간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번에 제재를 받은 영업시간은 홈쇼핑의 프라임타임인 오전과 오후 각각 8~11시로, 시간상으로는 하루의 4분의 1에 해당하지만 롯데홈쇼핑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황금 시간대다.
롯데홈쇼핑 협력사 “공동 대응 나서겠다”
(사진) 롯데홈쇼핑 ‘6개월 황금 시간대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협력사 대표 비상간담회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홈쇼핑 본사 대강당에서 5월 30일 열렸다. /연합뉴스

롯데홈쇼핑이 추산한 영업정지로 인한 직접적 피해 규모는 약 6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롯데홈쇼핑의 협력사 수는 500여 곳으로 추정돼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홈쇼핑의 한 협력사 대표는 “우수 협력사는 롯데홈쇼핑을 통한 연매출 규모가 약 5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6개월간 방송으로 상품을 내보낼 수 없다면 수백억원대의 매출이 감소하게 되는 셈인데 어떻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겠나”라면서 “업체들의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롯데홈쇼핑 영업정지에 대한 협력사의 집단 반발은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부터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협력사의 원성이 높아지자 롯데홈쇼핑은 협력사들과 지난 5월 30일부터 사흘간 비상간담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재승인 과정에서 5년의 승인 기간이 3년으로 단축되는 등 이미 임직원 비리 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받았다. 이 때문에 롯데홈쇼핑은 미래부의 이번 영업정지 조치가 같은 사안에 대한 ‘이중 처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또한 간담회 자리에서 처벌받은 임직원 수를 고의로 누락한 것이 아니라며 행정소송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래부 상대로 소송은 ‘글쎄’

행정소송 제기에 대해 롯데홈쇼핑 내부 관계자는 “현재 검토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업계에서는 롯데홈쇼핑이 미래부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영업정지 유예를 이끌어 내고 결국 행정소송을 통해 처분을 돌이키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협력사 “공동 대응 나서겠다”
(사진) 서울 양평동 롯데홈쇼핑 방송센터. /연합뉴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엔 어쨌거나 방송은 할 수 있다”며 “롯데홈쇼핑의 협력사들 또한 영업 정상화를 가장 원하고 있기 때문에 롯데홈쇼핑이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런 시나리오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홈쇼핑이 2년 후 다시 미래부로부터 홈쇼핑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재승인권을 쥐고 있는 미래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사업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 홈쇼핑 업체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에 나선다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영업정지 사태로 중소기업들이 입게 될 피해다. 롯데홈쇼핑은 2015년 전체 편성 시간의 65.3%를 중소기업 제품으로 채웠다. 홈쇼핑을 통해 매출을 키워 왔던 중소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회사의 존폐를 가를 운명의 주사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영업정지에 따른 중소 협력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소기업들이 나서 뭉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중소기업의 홈쇼핑 입점 지원을 돕기 위해 설립된 홈쇼핑유통사업협동조합은 최근 미래부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통해 피해 중소기업의 홈쇼핑 방송 지원을 돕기로 했다.
롯데홈쇼핑 협력사 “공동 대응 나서겠다”
이 조합의 최경환 이사장은 “롯데홈쇼핑 프라임시간대 영업정지가 아닌 ‘(업체에 대한) 수수료 제로’ 등 무료 방송을 진행하는 식으로 상생 방안이 마련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조합은 롯데홈쇼핑 피해 업체를 앞장서 도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물론 홈쇼핑 업체와도 업무 협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홈쇼핑 협력사 비대위 또한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진정호 협력사 비대위원장(세양침대 대표)은 “미래부는 물론 롯데홈쇼핑 모두 도움이 되는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홈쇼핑 협력 업체들은 방송이 지속돼야 회사 운영이 가능한 구조인데 6개월이나 방송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진 위원장은 “앞으로 미래부와 롯데홈쇼핑에 이 같은 협력사의 방침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