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누구나 계속되는 의사소통…‘협상 3원칙’ 확인해야}

[권상술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협상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상호작용적 의사소통이다. 서로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가 갖고 있다고 생각할 때 협상이 전개된다.

협상 당사자의 이해관계는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상충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협상이 필요한 것이다.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한다면 협상이 필요 없고 전부 다 상충된다면 협상은 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긍정적 기대가 긍정적 결과를 낳는다

상대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자기부터 상대가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 협상할 때 ‘내가 요구하는 바를 당신이 들어주면 나도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상대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최소화하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협상을 ‘승패가 가려지는 게임’으로 보고 접근한다.

협상을 상대를 이겨야 하는 게임으로 보는 사람은 서로 치고 받는 다툼을 만들어 내기 쉽다. 반면 서로의 이익을 키워 가는 과정으로 보는 사람은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를 얻어 낼 가능성이 높다.

협상은 상호작용적인 과정이고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 어떤 일이 잘될 것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잘되고 안 될 것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안 되는 현상)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상대방을 꺾으려고 한다면 상대방은 대항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협상이 싸움으로 흘러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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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이 상대와 공통의 이익을 키우려고 노력한다면 상대가 그에 화답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줘 만족하게 만들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타결하겠다는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그 틀 내에서 협상해야 한다. 아래와 같은 3가지 원칙을 지키며 협상한다면 ‘윈-윈’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원칙v 상대의 주장보다 그 아래의 속내에 초점을 맞춰라

협상할 때 당사자들은 뭔가를 주장한다. 이를 ‘요구(position)’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요구 아래에는 이유 또는 속내가 있다. 이를 ‘욕구(interest)’라고 한다.

글로벌 부동산 개발 회사의 사례다. 상하이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려던 이 회사는 난관에 부닥쳤다. 북향으로 지어야 멋진 조망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도시계획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상하이에서는 북향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주장에 따라 다른 방향의 아파트를 지으면 조망이 좋지 않아 분양이 잘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그 주장을 수용하기보다 그 이유를 물었다.

예전에 북향 아파트를 지었다가 풍수를 중시하던 중국인들로부터 북향 아파트에서 살아 자신들에게 불행이 닥쳤으니 책임을 지라는 민원으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욕구를 확인한 이 회사 CEO는 협상을 원만하게 타결 지을 수 있었다. 그 비결은 뒤에 소개된다. 협상에 서툰 사람은 상대방의 주장이나 요구에만 초점을 맞춘다.

만일 부동산 개발사의 CEO가 협상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었다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북향 아파트는 안 된다고 하니 다른 대안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위원회의 요구보다 욕구에 초점을 맞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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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요구 아래 깔려 있는 욕구는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상대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CEO처럼 말이다. 만일 그게 어렵다면 상대를 잘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래서 상대방의 욕구를 찾아낸다면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만일 고객이 기존 제품의 사양을 무료로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하자. 이때 그저 ‘갑질 하려고 한다’ 또는 ‘돈 안 쓰고 설계를 변경하려고 한다’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를 물어봐야 한다. 상대는 자신의 요구를 어느 정도나 수용해 주는지 시험하는 것일 수도 있고 분기별 예산 제한 때문일 수도 있고 품의 결재를 받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다.

▶원칙w 양측 모두 원하는 것을 얻도록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라

협상 시 양측의 요구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서로 주장하는 바가 동일하다면 협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의 사례에서 개발사는 북향으로 짓는다고 하고 위원회는 북향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협상이 전개된 것이다. 반면 욕구에 있어서는 공통분모가 존재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요구보다 욕구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개발사의 욕구는 전망이 좋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을 성공시키는 데 있었고 위원회의 욕구는 입주민들의 민원을 방지하려는 데 있었다. 개발사의 CEO는 어떻게 협상을 타결했을까.

새로 짓는 아파트에 ‘외국인만 입주시킨다’는 각서 한 장을 써준 게 다였다. 위원회 측에 “외국인들은 북향 아파트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문제가 발생해도 도시계획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말이다. 이를 통해 양측 모두 원하는 것을 얻었다.

이처럼 양측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즉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대안을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이라고 한다. ‘창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대안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조성을 발휘해 여러 가지 대안을 찾아보라는 의미로 붙은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개발사 CEO는 중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향후 문제가 발생해도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분양하겠다고 약속했어도 그 협상은 타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협상에서 이처럼 창조적 대안이 만들어질까. 불가능한 것도 많다. 이때는 다른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원칙x 상대방의 숨은 욕구를 찾아내 자극하라

창조적 대안은 서로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해결책이다. 하지만 서로 갖고 있는 욕구에 공통분모가 존재하지 않거나 욕구끼리 충돌할 때는 창조적 대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양쪽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가장 큰 욕구라면 서로 부딪치게 된다.

예컨대 어떤 고객이 “부품 납품 가격을 10% 깎아 주지 않으면 거래처를 바꾸겠다”고 주장한다. 그 고객의 욕구는 아마도 비용 절감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 될 것이다. 이때 내가 “그렇지 않아도 수익이 박한데 가격 인하는 불가능합니다”라고 주장한다면 자신의 욕구는 적정 이윤 확보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과 상대의 ‘경제적 이익’이라는 욕구가 정면충돌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때에는 상대방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숨은 욕구를 찾아내 자극해야 한다. 욕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주된 욕구(main interest)’와 ‘숨은 욕구(hidden interest)’가 그것이다. 주된 욕구는 어떤 요구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욕구다. 앞 상황에서, 납품 가격 인하라는 고객의 요구에 직접 연결된 것은 ‘비용 절감을 통한 경제적 이익 확보’다.

납품 가격 인하 불가라는 자기 주장에 직접 연결된 주된 욕구는 ‘적정 이윤 달성을 통한 경제적 이익 확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측의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창조적 대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때에는 상대의 숨은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 숨은 욕구는 어떤 요구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는 않지만 당사자에게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는 욕구를 말한다.

특히 당사자가 이번 협상 안건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이번 협상에서 얻을 수 있다고 깨닫게 된 편익(benefit)이나 위험(risk) 요소다. 이러한 요소들을 찾아내 자극하는 것이 협상을 풀어 나가는 또 다른 열쇠가 된다.

상대의 숨은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편익을 강조하거나 위험을 강조하는 것이다. 편익 강조 방법은 상대방이 내가 내놓은 제안을 받아들일 때 상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익이나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위험을 강조하는 방법은 상대방이 주장하는 대로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상기시켜 주면서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러한 위험이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편익과 위험을 동시에 강조하면 더 효과가 있다.

앞 상황에서, 부품 납품가를 깎아 주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는 고객에게 “가격 인하는 불가능하지만 부품의 성능을 개선하겠다. 타 업체로 변경하면 우리 회사만큼 품질과 납기가 보장될까요”라고 묻는 것이다. 고객은 ‘비용 절감을 통한 경제적 이익’이라는 주된 욕구를 충족할 수 없더라도 ‘부품 성능 개선’이라는 생각지 못했던 편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품질 및 납기 문제 발생 가능성’이라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꿩 대신 닭’을 줌으로써 협상을 타결 짓는 것이다. 상대의 숨은 욕구를 자극하려면 자신이 줄 수 있는 편익이나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줘 강조해야 한다.

상대가 자신이 갖고 있던 주된 욕구를 전부 또는 일부 포기하더라도 얻고 싶어 할 만한 편익을 안겨주거나 골치 아픈 위험 요소를 제거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숨은 욕구는 상대의 개인적 특성과 사정을 잘 알 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 회사의 의사 결정 구조, 사내 이해관계인, 상대가 거래하는 주요 고객들, 상대방 회사의 주요 이슈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색해 숨은 욕구를 찾아야 한다.

또한 내가 줄 수 있는 편익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찾아 이미 훌륭한 편익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부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상대가 승리감을 맛보게 만들어라

협상 타결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을까.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먼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줘야만 한다. 또한 상대가 원했던 것보다 더 줄 때 장기적인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꿩 두 마리를 요구하는 상대에게는 세 가지를 줌으로써 그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게 만들어라.

상대가 원하는 꿩 두 마리를 주든지(주된 욕구 충족), 꿩 대신 닭을 네 마리를 주든지(숨은 욕구 자극), 꿩 한 마리와 닭 두 마리 그리고 메추리 한 마리를 줘라(주된 욕구 충족+숨은 욕구 자극). 장기적으로 볼 때 협상에서는 주는 자가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