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3라운드]
{두 차례 패배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종업원지주회 표심에 달려}
신동빈·신동주, ‘6월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서 또 격돌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이번 검찰 수사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경영권 분쟁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롯데그룹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그룹 지배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현재로선 일본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로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27.8%, 의결권 기준 31.1%)가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측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종업원지주회는 10년 이상 일한 과장급 이상 14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로, 이곳의 경영권만 확보하면 그룹을 사실상 장악할 수 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 신동빈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6월 25일 열릴 예정인 주총에서 또다시 격돌한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3라운드 돌입

앞선 두 차례 대결에서는 신 회장이 승리했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3월 6일 도쿄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한 이사진 해임 안건을 부결시켰다.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7명의 이사진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신 전 부회장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이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롯데홀딩스 상장을 전제로 “종업원지주회 직원 1인당 25억원의 상장 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종업원지주회는 지난해 8월에 이어 재차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됐다. 이어 7월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됐다.

신 전 부회장은 이후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자신을 그룹 후계자로 인정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를 공개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8월 열린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주주 과반수 동의로 통과된 것이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신 회장이 6월 10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다시 변수가 생겼다. 신 전 부회장은 반전을 노리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검찰 수사로 종업원지주회의 여론이 자신에게 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6월 9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고열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하자 일본에서 입국했다가 3일 만인 6월 12일 다시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신 전 부회장은 6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릴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 등 롯데홀딩스 현 이사진 7명을 해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를 정기 주총 전에 열자고도 제안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종업원지주회가 태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동빈·신동주, ‘6월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서 또 격돌
(그래픽) 윤석표 팀장

◆신동빈 “주총 결과 걱정 없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번에도 자신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걸리긴 하지만 주총 표 대결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주주들은 아직 자신의 편이라는 게 신 회장 측의 계산이다. 캐스팅 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는 매번 신 회장을 지지해 왔다.

신 회장은 6월 14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캐미칼 에틸렌 생산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일본에 건너가 대응 전략을 구상 중이다.

신 회장은 6월 14일 “6월 말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총이 끝난 직후 곧바로 귀국하겠다”며 “주총 결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 이후에도 종업원지주회를 비롯해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가 동요하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7월 성년후견인 결과도 주목

이러한 가운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신격호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 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해 달라는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신 총괄회장이 노환으로 가족 간의 분쟁 마무리 등 정상적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후견인을 세워 달라는 요구였다.

법원은 신 총괄회장의 의사 결정 능력과 건강 상태 등을 바탕으로 성년후견인 지정을 검토, 결정하게 된다. 법원은 그동안 세 차례의 심문 기일과 한 차례의 검증 기일을 진행했다. 다음 심문 기일은 6월 27일이다.

법원은 이날 정신감정을 대체할 증거 방법을 신청하거나 이미 신청된 증거를 채택할지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따라서 늦어도 7월 안에는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에 대한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을 세우기로 결정하게 되면 그의 정신 건강이 양호하지 못하다는 전제가 깔린다. 그동안 자신을 후계자로 인정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 등을 공개해 왔던 신 전 부회장은 명분을 잃게 된다. ‘아버지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제기한 다수의 소송에서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이 지정되지 않으면 신 회장이 명분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이 형사처분을 받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신 회장은 2004년 10월 롯데 정책본부장에 취임했고 2011년 2월 그룹 회장에 올랐다. 검찰은 롯데그룹의 비리가 어느 시점에 이뤄진 것인지, 지시를 내린 사람이 신 총괄회장인지 신 회장인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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