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유지가 목적이어선 곤란…‘꿈을 실현하는 캘린더’를 만들자}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청년 실업률이 10.9%에 달해,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다.” “대졸 신입 사원 28%, 입사 1년 내 퇴사한다.”

최근 두 개의 상반된 뉴스가 비슷한 시기에 보도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야 할 청년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신입 사원들은 4명 중 1명이 1년 이내에 퇴사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취업이 안 된다고 아우성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적응할 시기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나가고 있는 것이다. 퇴사 이유로는 ‘조직 문화와 직무에 적응하지 못해서’라는 대답이 1순위를 차지했고 ‘급여 및 복리후생 불만’, ‘근무 지역 등에 대한 불만’이 그 뒤를 이었다.

◆취업의 목표는 ‘회사’가 아닌 ‘일’

취업 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청년들, 새로운 환경과 일에 적응하지 못해 직장을 떠나는 이들을 보면서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들에게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취업의 기회는 많다”, “어떤 조직, 어느 일이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고 조언한다면 다소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오히려 많은 인사 담당자들은 ‘갖고 싶은 직업’,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과거 우리네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보면 유일한 목표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딱히 정해 둔 학과도 없었다. 이과에서 공부를 잘하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었고 문과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법학과나 경영학과에 입학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자유와 낭만을 꿈꾼다는 대학에 입학해서도 상당수 학생들의 최종 목표는 국가고시에 합격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으로 귀결되곤 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좋아하는 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부모나 학교에서 도움을 주지만 우리의 사정은 좀 다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 미래를 설계하는 연습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직장을 선택할 때에도 적성은 신중하게 고려되지 않는다. 특히 요즘처럼 취업이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려운 상황이 되다 보니 일부 구직자들은 자기 적성이나 능력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어디든 붙고 보자는 식의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즉, 취업에 대한 욕구는 강하지만 구하고자 하는 타깃 직무는 불명확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점차 증가하다 보니 설사 취업하더라도 적성이나 능력 부족으로 1년 이내에 이직하는 신입 사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생에서 중요한 두 가지 가치를 일과 사랑이라고 했다. 그만큼 직장 생활의 만족은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어떤 직업과 어떤 직장을 택하느냐의 문제는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적성’과 ‘비전’,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롱런’
(사진) 직장 여성의 성공과 행복을 그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

◆직장 생활의 만족은 인생의 행복

인생을 설계하는 젊은이에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는 바로 직업 선택일 것이다. 잘못된 직업 선택으로 불만족스런 직장 생활이나 전직 및 이직은 인생의 커다란 부담이자 고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직업 선택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은 중요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돈 많이 주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일까. 혹자는 “회사는 연봉 이상으로 직원들을 부려 먹는다. 일이 적성에 맞는다면 그나마 업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견디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직업 선택의 우선순위가 연봉이 아니라 적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원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직장에서 장수하는 비결이다. 최근에는 직업 선택 전에 자신의 적성 검사를 받는 예비 취업생들도 많고 기존 직장인들도 자신의 진정한 적성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적성 파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도 많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근본부터 파악하지 못하고서는 진정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할 수 없다. 그리고 직업·직장은 한 번의 선택으로 평생이 좌우될 수도 있는 중요한 것이다. 부모의 기대, 사회의 지위 못지않게 자신의 적성과 능력 등을 반드시 중요한 잣대에 맞춰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갖고 싶은 직업,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면 그것의 비전을 설계해야 한다. 수백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신입 사원. 해냈다는 성취감과 이제는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더 큰 세상에서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취업만 하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직장 생활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적성’ 찾고 ‘비전’이라는 추진체 달아야

정작 하고 싶었던 업무는 모두 선배들의 몫일 뿐 자신은 허드렛일이나 해야 하는 처지다. 하고자 하는 의욕은 앞서지만 조직의 관성에 부닥쳐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누구 한 사람 자신의 고민거리를 들어주고 조언해 주는 이도 없고 자신의 미래를 걱정해 주는 사람도 없다.

이처럼 하루하루 무미건조하게 생활하다 보면 입사할 때 가졌던 꿈은 어디론가 사려져 버리고 현재의 삶에 이끌려 가는 수동적인 인간으로 변하고 만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보다 상사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지시 받은 일 처리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비전을 잃지 않은 사람은 어떤 고난과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 계단 한 계단 전진한다.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는 자세를 견지한다. 이처럼 비전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엔진 구실을 한다.

직장 생활의 성공·비전을 꿈꾸는 자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지향점을 잃어버렸다면 비전이 가진 힘을 믿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모습의 사람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고민하고 설계하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생계유지가 직장 생활의 목적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 생계유지가 직장 생활의 목적이 되는 순간,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누군가에 의해 이끌려 가는 수동적인 삶에 익숙해지고 만다.

꿈을 꾼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고 꿈이 이뤄진다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어린 시절 ‘커서 무엇이 될까’라고 고민하고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샐러리맨이라는 길을 선택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꿈을 상상해 보는 연습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전을 상실했다고 불평하고 자신의 불만을 모두 회사 탓으로 돌릴 때가 많다.

하지만 어느 회사가 각 개인의 비전을 직접 그려 줄 수 있을까. 회사는 어떤 노력을 통해 어떤 성과를 창출하면 조직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 정도만 보여줄 뿐이다. 여기에도 개인의 노력이 충분히 수반될 때 가능하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비전은 결코 회사가 만들어 줄 수 없다. 비전은 각 개인이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5년, 1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상상해 보고 그 상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들을 세워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되면 실천에 앞서 이를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믿음에 따라 주변 상황과 개인의 행동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 병원에서 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된 바 있다.

50%의 환자들에게 진짜 감기약을 투여하고 나머지 50%의 환자들에게 밀가루로 만든 가짜 감기약을 투여했다. 실험 결과 두 집단의 감기 치료 효과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를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라고 한다.

믿는 것에서 나아가 좀 더 적극적인 행동으로 자기암시를 하는 것도 목표 달성을 위해 좋은 방법이다. 강한 소망은 반드시 이뤄진다. 우리 안에는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이루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성과 관리 캘린더’ 만들자

꿈을 날짜와 함께 적어 놓으면 목표가 되고 목표를 잘게 나누면 계획이 되며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꿈은 실현되는 것이다.

5년, 10년 뒤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들을 설정했다고 해서 비전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목표들이 얼마나 실천되고 있는지 지속적인 셀프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해 한 해를 그저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하다가 10년 뒤 문득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면 그동안 ‘내가 무엇을 했나’ 회의감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회사 일에 치이다 보니 1년 전, 10년 전에 세웠던 목표들을 잊기 쉬운 까닭이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매년 자신이 무엇을 목표로 삼았고 그것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자기만의 성과 관리 캘린더를 만들어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바쁜 일상 속에서 놓쳤던 목표와 꿈들을 상기할 수 있고 스스로를 반성하고 채찍질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인사고과 시기가 다가오기 전에 자신의 1년 성과를 차근히 정리해 둔다면 자기평가나 고과 면담 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요즘은 일부 기업들이 본인 평가 결과를 인사고과에 참고하기도 하고 상사의 평가 결과에 불만이 있을 때 상위 임원이나 인사 부서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은 곳도 있기 때문이다.

꿈이 있고 목표가 있는 사람은 절대로 끌려가는 삶을 살지 않는다. 지향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획을 세운다. 이런 이들이야말로 성공을 향한 ‘추진체’를 갖고 있는 셈이다.

지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이 직장인이라면 적성과 비전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적성’과 ‘비전’,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롱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