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조선업]
{최악 수주난 가정한 시나리오…합동 컨설팅 따라 M&A 논의 전망}

[한경비즈니스=이홍표 기자] 현재 구조조정의 핵심은 해운업과 조선업이다. 세계 1위의 건조 능력을 갖춘 한국의 조선업은 한때 효자 산업이었다. 조선업은 1990년 처음으로 국내 수출 5위에 이름을 올린 후 줄곧 상위 5대 품목 자리를 지켜 왔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적인 업황 호조에 따라 2008년에는 1위에 올랐다. 정점을 찍었던 2011년 수출액은 565억8800만 달러로, 국내 전체 수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 불황으로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결국 정부 및 조선 업체는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에 나섰다.

조선업의 구조조정은 크게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업 빅3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일단 조선업에 대해 정부는 대형 3사 간 인위적 합병 분할보다 조선 업계가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 계획 이행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에 따라 이제 구조조정 성공 여부는 조선 업계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고 봐도 된다. 업계는 자구 계획에 유동성 대책이나 최악의 업황 시나리오를 가정한 보완책을 추가로 내기로 하는 등 자구 계획 이후의 불안감을 불식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와 채권단은 지난 6월 8일 모두 10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 마련을 확정했다.

이날 오전 정부는 관계 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에서 조선업에 대해 “향후 지속될 수주 상황 악화를 고려해 대형 조선 3사가 채권단 협의를 거쳐 최악의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선 3사, 허리띠 죄고 10조3000억 자구안
◆비핵심 자산 팔고 경영합리화

이와 함께 조선협회는 국내 조선 산업의 적정 공급 능력 규모 등을 면밀히 분석하기 위한 업계 공동의 컨설팅 용역을 추진한다. 컨설팅 결과에 따라 업계가 8월 조선 산업 발전 방안에 부합하는 선제적·자율적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조선사 간 인수·합병(M&A)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각 기업별로 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향후 3년간 수주 전망을 연평균 156억 달러로 잡았다. 과거 6년간 평균(183억 달러)의 85% 수준이다. 올해 131억 달러, 2017년 157억 달러, 2018년 181억 달러로 내후년에 조선업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경영합리화 사업 조정 등을 통해 약 3조5000억원을 확보한다는 자구 계획을 세웠다. 비상시 3조6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한다는 자구안도 마련했다.

비핵심 자산 매각은 하이투자증권 등 3개 금융사를 매각하고 일부 사업 철수 또는 자회사 분할 후 지분 매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동산 1조960억원, 주식 4378억원 등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1조5338억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3개 독(dock)은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매각, 조직 통합, 인력 감축 등도 진행된다. 인건비 절감으로 8530억원, 사업 조정으로 1조116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은 “회사 수주 전망보다 큰 규모의 수주 감소가 발생하더라도 대응이 가능한 자구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향후 3년간 수주 전망을 연평균 81억 달러 수준으로 잡았다. 과거 6년간 평균(123억 달러)의 66% 수준이다. 올해 수주 예상액은 62억 달러로 6년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경영 정상화 방안에 포함된 1조8500억원의 자구 계획과 별도로 약 3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 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모두 5조3000억원 규모다.

또 독을 7개에서 5개로 줄이고 매각 등을 통해 생산능력을 30% 축소하기로 했다. 독 매각으로 9456억원을 확보하고 웰리브·대우조선해양건설 등 14개 자회사를 모두 매각해 3416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우, 특수선 분할 후 지분 매각

특수선 사업 부문은 자회사로 분할 후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통해 경영권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일부 지분을 매각(3000억원)하기로 했다. 1조2604억원의 인건비 절감과 경영합리화로 6002억원을 확보해 모두 3조4478억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기본적인 상황에서는 채권단이 4조2000억원을 계획대로 지원하면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수주 급감 장기화 ▷해양 플랜트 예정 원가 10% 증가 ▷드릴십 인도 지연 장기화 등으로 가정한다면 별도의 유동성 보완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회사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2조원 이상 규모의 별도 자구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3사 중 가장 적은 수주를 예상하고 있다. 향후 3년간 수주는 연평균 55억 달러 수준으로 과거 6년간 평균(110억 달러)의 50%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잉여 생산 설비 매각, 인력 감축 등으로 약 1조5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구안 규모는 가장 작지만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별도의 유동성 대책을 포함했다. 구체적인 유상증자 규모와 시기는 경영 진단 결과가 나오는 6 월 말 확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주관하는 자구안 이행 점검 회의도 한 달에 두 차례씩 열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책은행들은 대규모 금융 지원을 할 때 수익성 평가를 의무화해 조선 업계의 저가 수주를 방지하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 부총리는 “대형 조선 3사는 최소 향후 2~3년간 업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자구 계획을 수립했고 채권단이 이를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채권단은 중소 조선사가 유동성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법정 관리 절차까지도 고려하는 등 처리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성동조선은 자구 계획을 원안대로 이행한다면 2019년까지 자금 부족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대선조선은 자구안을 이행해도 내년 안에 자금 부족 사태를 맞을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SPP조선은 내년 3월까지는 자금 부족 없이 수주한 선박 물량 13척을 건조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받았다.

hawlling@hankyung.com


산업 구조조정의 열쇠 될 ‘자본 확충 펀드’
정부는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 방안으로 ‘자본 확충 펀드’를 마련하기로 했다. 해운업과 조선업에 많은 대출을 집행한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의 자본을 확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만약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흔들리게 되면 이는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은과 수은이 맞춰야 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13%와 10.5%로 정했다. 정부는 이들 은행의 BIS 비율 기준을 맞추려면 구조조정 상황에 따라 최소 5조원에서 최대 8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9월 말까지 먼저 수출입은행에 1조원 규모의 현물 출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출자한 공기업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수자원공사·한국전력·IBK기업은행 등의 주식이 출자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또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산은과 수은에 추가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면 내년 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물 출자에 이어 현금 출자도 검토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한국은행 주도로 11조원 한도의 국책은행 자본 확충 펀드를 조성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자본 확충을 돕도록 하기로 했다. 자본 확충 펀드는 7월 1일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각 기관들이 준비에 나선다. 펀드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설립하고 펀드는 산은과 수은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매입할 예정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금 지위를 갖는다. 한은은 IBK기업은행을 통해 펀드에 10조원을 대출하고 IBK기업은행은 캠코에 1조원 규모로 후순위 대출을 해주는 형태로 재원 조성에 참여한다.
정부는 한은의 요청을 받아들여 펀드에 지급보증(담보 제공)을 해주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제공해 한은이 나중에 대출금을 받지 못하면 대신 갚아 주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정부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펀드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펀드 운영과 관련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국책은행 자구 계획을 점검하기로 했다.
산은과 수은의 자본 확충과 함께 이들에 대한 자구안도 마련됐다. 산은은 임원 연봉을 전년 대비 5% 삭감하고 전 직원이 올해 임금 상승분을 반납할 예정이다.
또 2021년까지 정원을 10% 감축하고 지점도 8개 줄일 예정이다. 현재 132개인 비금융 출자 회사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고 임직원이 관련 회사에 취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수은 역시 임원 연봉 삭감과 전 직원 임금 상승분 반납, 지점과 출장소 30% 축소, 자산 매각, 유관 기업 취업 제한 등 자구안을 이행해야 한다.
조선 3사, 허리띠 죄고 10조3000억 자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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