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스타일별 자율성 부여 가능}
{삼성자산운용, 3개 자회사 연내 설립}
[증권인사이드]자산운용업계, '그룹 체제' 도입 나서는 이유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국내 첫 ‘자산운용그룹’으로 도약하게 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연말에 새 법인 출범을 목표로 삼고 7월 초 금융감독원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금융 당국은 ‘1그룹 1운용사 원칙’에 따라 같은 금융그룹 내에 복수의 운용사에 대한 인가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자산운용사 인가 정책 개선 방안’을 통해 1그룹 1운용사 원칙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내에도 ‘자산운용그룹’이 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각각의 투자 상품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는 스타일이나 방향성이 상당히 다르다”며 “획일적인 원칙을 적용받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2000년대부터 뱅크오브뉴욕멜론(BNY멜론), 어필리에이티드매니저스그룹(AMG)처럼 여러 자산운용사를 거느리는 대형 자산운용그룹들이 적지 않다.

삼성자산운용은 기존의 액티브 펀드 운용 부문을 따로 떼어내 3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성장주 펀드인 ‘코리아대표(설정액 4790억원)’와 ‘우량주장기(757억원)’를 운용하는 ‘삼성그로쓰운용(가칭)’, ‘중소형주포커스(8611억원)’와 ‘밸류플러스(694억원)’ 등 가치주 중심의 삼성밸류운용(가칭), ‘삼성H클럽 에쿼티헤지(2736억원)’ 등을 운용하는 삼성헤지펀드운용(가칭)으로 나누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경영지원 부문과 패시브 펀드 부문은 모회사에 그대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 등 각자의 운용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운용 전략을 펴는 투자 방식이고 ‘패시브 펀드’는 지수에 편입된 종목을 기계적으로 사고파는 투자 방식이다.

계열사로 분리하면 액티브 펀드 운용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승진이나 성과급 체계 또한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외에 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트러스톤자산운용 등도 전문 운용사로 분리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각각 KDB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과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을 인수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자산운용사 인가 정책 개선 방안’의 또 다른 수혜주다. 기존의 ‘1그룹 1운용사’ 원칙에 따르면 무조건 합병을 선택해야 했지만 각각의 계열사를 분리 운용함으로써 전문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