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 분석]
{‘전통 강자’ 포스코 5계단 추락…한전, 연료비 하락 호재로 2위 등극}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올해 ‘대한민국 100대 기업·CEO’의 자리다툼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했다. 100위권 내 기업 중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차지한 곳이 단 3곳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들의 순위가 요동쳤고 30여 개 기업이 100위 안과 밖을 오갔다.

새롭게 얼굴을 내민 기업도 19곳이나 됐다. 10위권 내의 자리다툼은 1위인 삼성전자를 제외한 9개 기업의 순위가 바뀌는 ‘개벽’이 일어났다. 현대차의 3위 추락은 충격 그 자체다.

현대차가 이번 조사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시가총액 부문 2위(39조6048억원), 매출액 부문 3위(44조4397억원, 개별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 부문 4위(약 5조4355억원, 개별 재무제표 기준)다.
‘요동친 순위’, 10대 기업 중 삼성전자만 자리 지켜
◆ 삼성·현대차 그룹, 10대 기업 순위 양분

지난해 조사 당시 시가총액 부문 2위(약 37조2267억원), 매출액 부문 3위(약 43조459억원), 순이익 부문 2위(약 4조9137억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올해 성적이 더 좋았다. 시가총액 약 2조3781억원, 매출액 약 2조3781억원, 순이익 약 5218억원 등 모든 부문에서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상승세를 막지는 못했다. 한전은 이번 조사에서 시가총액 부문 3위(약 32조982억원), 매출액 부문 2위(약 58조5404억원), 순이익 부문 2위(약 10조1657억원)를 기록했다.

한전의 이러한 호실적은 ▷국제 연료 시세 하락 ▷원자력발전소 발전량 증가에 따른 연료비 감소 ▷전력 기준 가격(SMP) 하락에 따른 전력 구입 단가 감소 등의 요인이 작용하며 순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전의 지난해 조사 당시 순이익은 1조399억원으로 불과 1년 사이 877.6%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2013년 425위에서 2014년 13위, 2015년 3위, 2016년 2위에 오르며 불과 4년 만에 423계단이나 뛰어올랐다.

2015년 조사에서 한전에 밀리며 4위로 떨어졌던 포스코는 올해 무려 5계단 하락하며 9위로 밀려났다. 전임 정준양 포스코 회장 재임 시절 세계 철강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벌여놓은 사업들의 부실이 낳은 결과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5위를 차지했던 기아차는 포스코의 추락으로 손쉽게 4위 자리에 올랐고 지난해 3계단 하락하며 8위로 떨어졌던 현대모비스는 이번 조사에서 다시 5위로 복귀했다. 지난해 조사 때보다 시가총액 약 1조226억원, 매출액 약 6276억원 등의 상승이 주효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외 자동차 시장이 스포츠유틸리티·프리미엄·친환경 등 고사양 차량에 집중되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대표 3사가 ‘톱5’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이 밖에 6~8위에는 SK하이닉스·삼성생명·LG화학이 각각 차지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생명은 올해 자리를 맞바꿨다. LG화학은 지난해 10위권 밖 기업 중 유일하게 올해 10위권에 진입한 기업이 됐다. 지난해 조사 당시 약 11조9951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이 이번 조사에서 약 23조6544억원으로 늘어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요동친 순위’, 10대 기업 중 삼성전자만 자리 지켜
◆ ‘수출 대박’ 한미약품, 117계단 ‘껑충’

10위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가 된 ‘통합 삼성물산(삼성물산)’이 차지했다. 삼성물산은 상장하자마자 단숨에 10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에 따라 10위권 내 기업은 삼성그룹(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과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이 각각 3곳을 차지했다.

‘톱10’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장수 CEO’로 꼽히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CEO 경력이 짧지만 ‘실력파’로 인정받는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포스코 재건을 위해 과감하게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통합 삼성물산을 진두지휘한 최치훈 사장 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리를 지켰다.

다만 유일하게 현대차만 김충호 사장에서 이원희 사장으로 바뀌었다.

이 밖에 100대 기업 중 단연 눈에 띄는 기업은 한미약품이다. 지난해 대형 기술 수출 계약에 성공해 주가가 급등한 한미약품은 지난해 조사 당시 182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117계단이나 순위가 상승하며 65위에 올랐다.

100대 기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대세를 보였다. 제조 기업은 총 45개로 2015년 대비 2개 기업이 늘었다. 대기업의 45%가 제조업에 속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독일 못지않은 제조업 강국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톱10’ 중에서도 2위인 한전과 삼성생명(7위), 삼성물산(10위) 등을 제외하고 7개 기업이 제조업에 속했다.

제조업 다음으로는 금융·보험 업종이 많았다. 지난해 18개 기업이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는 3곳(현대증권·대신증권·한화손해보험)이 더 늘어났다.

반면 도소매업은 지난해 16개에서 12개로 오히려 감소했다. 내수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통업의 특성상 경기 침체에 따른 고전의 결과로 풀이된다.

[선정 방법]
한경비즈니스와 NICE평가정보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한국의 100대 기업·CEO’는 시가총액·매출액(개별 재무제표 기준)·당기순이익(개별 재무제표 기준) 등 3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2204개 기업(2016년 6월 14일 기준)을 대상으로 3가지 요소별로 1위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긴 뒤 이를 합산해 총합이 작은 순서로 종합 순위를 산정한다.

이번 조사는 조사 대상 기업 중 ▷특수 기업(펀드·리츠·선박 투자회사 등) 239개 ▷관리 대상 기업(유가증권시장 9개, 코스닥시장 38개) 47개 ▷2015년 이후 신규 상장 기업 168개를 제외했다. 2차 선정 과정은 이렇게 걸러낸 17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cwy@hankyung.com

[기사 인덱스]
-2016 대한민국 100대 기업&CEO
-시가총액 뛴 아모레퍼시픽·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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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에 충실했던 에쓰오일·KT 순위 급상승
-2016 대한민국 100대 기업·CEO 총괄 순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