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인생의 목적지와 가는 길은 모두 달라… ‘자신을 믿으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결승점은 하나가 아니야.
그건 사람의 수만큼 있는 거야.
모든 인생은 훌륭하다.
누가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했나’

2014년 칸 광고제를 포함한 세계 주요 광고제에서 수상하면서 화제가 됐던 일본 리크루트의 광고 카피다. 이 광고는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누가 정한 코스야.
누가 정한 결승점이야.
어디로 달리든 좋아.
어디로 향해도 좋아.
자기만의 길이 있어.’

대학을 졸업한 뒤 어렵사리 직장에 들어와 정신없이 지내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게 된다. 이때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처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에 불만을 갖는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왜 저 사람은 직급이 나보다 높은 거야. 저 친구는 왜 연봉을 많이 받지. 우리 회사는 왜 이 모양일까. 내가 직장을 잘못 선택한 걸까. 직업을 바꿔야 하나.’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남들보다 뒤처져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해 왔던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리크루트의 광고는 이런 사람들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말한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결승점을 향해 마라톤 선수처럼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 기록이 부진하고 순위가 뒤처지면 불안감을 느끼며 인생의 낙오자처럼 좌절한다.

그런데 인생은 정말 누군가가 정한 단 하나의 결승점을 향해 단 하나의 코스를 달리는 경기일까.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의 목적지는 각자 다르고 그곳으로 가는 길도 천차만별이다.

우리는 각자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목표를 향해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다. 이렇게 인생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면 안 된다.

‘머머리즘(mummerism)’은 영국의 산악인 앨버트 프레더릭 머머리가 1880년 주창한 ‘등로주의(登路主義)’를 뜻한다. 당시 산악인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것은 ‘최고’와 ‘최초’뿐이었다.

정상 등극만을 중시하는 ‘등정주의(登頂主義)’가 지배하면서 산악인들은 오로지 누가 가장 높은 곳을 가장 먼저 오르는가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최고와 최초를 좇아 세계 곳곳을 찾아다녔고 가이드를 앞세워 가장 쉬운 코스로 정상에 오르는 데만 골몰했다.
길은 꼭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사진) 등로주의를 개척한 영국의 산악인 앨버트 머머리.

◆프로 골퍼보다 아마추어 골퍼가 못난 걸까

머머리는 산악인들의 이런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등산의 의미는 절벽이나 날카로운 봉우리 같은 어려운 루트를 직접 개척하며 역경을 극복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진정한 등산가는 곤란한 코스로 끊임없이 새로운 등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중시하는 그의 등로주의는 당시는 물론이고 1900년대 초까지도 산악인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의 주장은 궤변에 불과했고 그는 ‘등반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이랬던 등로주의가 산악인들 사이에서 지배적인 등반 사조로 자리 잡은 것은 히말라야 산맥의 8000m급 봉우리 14개가 모두 등정된 1960년대 이후였다. 더 이상 ‘최고’와 ‘최초’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지자 산악인들은 머머리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정상에 빨리 오를 수 있는 기존의 쉬운 등반로가 아니라 난이도가 훨씬 높은 새로운 등반로를 개척했다. 가이드 없이 혼자 오르는 등반이나 암벽등반, 무산소 등반 같은 것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머머리는 이처럼 전통적 등반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는 “길이 끝나는 곳에서 비로소 등산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높은 곳에 올랐다고 할지라도 남들이 만들어 놓은 코스를 따라 남들이 정한 목표에 오른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자신의 방식대로 오르는 게 참된 등반 정신이라고 믿었다.

우리는 가끔 ‘길을 잘못 들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처음부터 목적지를 잘못 정했거나 엉뚱한 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한다. 특히 일정 기간 직장 생활을 해 온 30대 직장인들은 어느새 드러나 있는 격차에 당황한다.

분명 같은 시기에 같은 지점에서 출발했는데 자신과 선두의 격차가 한참 벌어져 있는 현실에 실망한다. 이대로 가다가 완전히 낙오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왜 가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게 좋다.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는 우리 속담처럼 나는 지금 남들이 좋다는 곳을 향해 별생각 없이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도 남들이 성공이라고 규정한 삶의 방식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가려는 목적지와 그곳에 이르는 길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올바른 목적지가 아닌데 그곳에 얼마나 빨리, 몇 등으로 도착하는지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반대로 자기가 가려는 곳과 그곳에 이르는 길이 애초 생각과 맞는다면 걷는 방식에 대한 평가는 남들과 달라야 한다. 등정 경험이 많은 셰르파들에게 짐을 지우고 쉬운 코스로 등정하는 것과 셰르파 없이 산소 보급 기구도 갖추지 않은 채 암벽을 타며 정상에 오르는 것을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골프가 직업인 프로 골퍼와 취미 골프를 즐기는 일반인들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면 안 된다. 주말 골퍼가 90타를 쳤다고 해서 80타를 친 프로 골퍼보다 실력이 형편없다고 비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불안하면 잠깐 멈추라

2014년 7월 실시된 국세청의 고위직 인사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고졸 7급 공채 출신의 김봉래 국장이 국세청 차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었다. 행시 출신들이 즐비한 국세청에서 7급 공채 출신, 그것도 고졸 학력으로 들어온 사람이 2인자가 됐으니 세간의 관심이 쏠릴 만도 했다.

국세청에서 고졸 출신 공무원이 차장에 선임된 것은 1966년 개청 이후 처음이었고 행시 출신이 아닌 공무원이 차장이 된 것도 27년 만의 일이었다. 지방청 국장이 본청 차장으로 승진한 것 역시 처음이었다.

김 차장은 출발점이 달랐던 만큼 차장에 오르는 길도 남들과 달랐다. 그는 당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재수를 하려다 방향을 바꿔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1979년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부산진세무서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국세청 차장이 되기까지 35년 동안 부족한 학력을 보충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했다.

그 덕분에 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거쳐 고려대 경영대학원까지 졸업했다. 만약 당시 그의 행보를 행시 출신들과 비교한다면 그는 분명 늦었고 뒤처졌다. 어떤 이는 그에게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자기 방식대로 묵묵히 걸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엘리트 코스와 비교해 평가한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 주요 보직을 거쳐 임원이 되거나 고시에 합격해 핵심 보직을 맡으며 고위 공무원이 되는 길을 자신의 길과 비교한다.

그들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 연봉은 얼마나 더 받는지, 사회적 위치는 얼마나 높은지를 따져본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그들과 격차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계산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가 그들의 목적지와 꼭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가는 길과 내가 가는 길이 똑같을 수는 없다. 내가 가려는 곳과 그곳에 이르는 길이 그들과 다르니 당연히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누군가 우리를 그들과 비교하면서 “넌 길을 잘못 든 것 같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난 그들과 가는 길이 달라”라고 담담하게 말해야 한다.

◆힘들다 싶을 때는 돌아가는 것도 한 방법

요즈음 서점에 가면 전통적인 위인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인 1960~197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퀴리부인·에디슨·슈바이처·유관순·세종대왕 같은 몇몇 인물의 전기만 내놓았다.

하지만 요즘의 위인전은 많이 다르다. 위인의 기준이 바뀌면서 일부 전통적 개념의 위인은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또 예전 같으면 위인 대접을 받지 못했을 인물들이 위인의 반열에 올라 있기도 하다.

축구선수 펠레,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샤넬 브랜드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 건축가 가우디,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같은 사람이 위인으로 등장한다. 저마다 존경하는 사람이 다르다 보니 위인도 다양하다.

사람들은 종종 “지금 힘들어도 묵묵하게 참아야 한다”며 위로하고 격려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더 필요한 말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지금까지 잘해 왔다. 앞으로 실패해도 좋으니 세상을 더 경험하고 돌아가도 좋으니 목적지까지 항심을 잃지 말고 천천히 가라.”

많은 사람들의 말대로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니 우리도 누군가를 정답으로 정한 뒤 자신과 비교하는 미련스러운 일은 그만해야 한다. 옆 사람이 나보다 앞서 있다고 더 이상 속상해 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의미 있다고 믿는 길을 걸어야 한다.

모든 삶이 다 똑같지는 않다.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방식은 달라진다. 결승점은 하나가 아니고 길은 유일하지 않다. 그러니 자신이 정한 결승점을 향해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면 된다. 굳이 사회나 다른 사람들이 세운 정형화한 틀에 갇힐 필요가 없다.

하나 더. 한계 상황에 부닥쳤을 때 운명과 싸우듯이 무조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때론 완고하게 고집을 부리기보다 대안을 찾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처음 세웠던 목표와 길만을 고집하지 말자. 막히면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도착지가 처음 바라던 곳이 아니더라도 인생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