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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정식 '심야식당 키요이'
부담 없는 가격에 세련된 일식으로 '자취생' 타깃

그중에서도 유독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다. 저녁 5시 반쯤 가게 앞에 늘어서기 시작한 긴 줄이 밤 11시까지도 도저히 줄어들지 않는, 일본 가정식 전문점 ‘심야식당 키요이’다.
◆5000원 사이드 메뉴로 ‘취향저격’
키요이가 샤로수길에 문을 연 것은 지난해 9월. 하지만 창업 1년도 안 돼 월매출 3500만원을 넘어설 만큼 성황을 이루고 있다. 매달 순이익만 1500만원 안팎이다.
33㎡(10평) 남짓 되는 가게에 2인용 테이블 6개가 전부지만 가게를 여는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각 테이블마다 40~50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손님이 바뀐다. 영업이 끝나는 새벽 3시까지 평균 60팀 이상 받는다.
이곳은 일식하면 흔히 떠오르는 라멘이나 돈가츠, 덮밥 같은 메뉴가 없다. 일본 거리를 걷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백반집’ 메뉴들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이곳을 운영하는 임유담 사장은 “인근에 학생이나 젊은 직장인 등 자취생이 많아서 ‘집밥’ 느낌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집에서 먹는 음식처럼 되도록 겹치지 않게 그때그때 다양한 음식들을 요리해 내놓는다.
메뉴뿐만 아니라 음식 가격도 철저하게 인근의 ‘자취족’의 눈높이에 맞췄다. 임 사장은 “가격은 대부분이 1만2000원 미만”이라고 말한다.
메뉴판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단품 메뉴 외에 ‘사이드 메뉴’다. 두 명이 와서 1인분 음식을 시켜 놓고 먹다가 5000~6000원 정도의 사이드 메뉴를 부담 없이 추가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분위기는 밤 11시를 기점으로 확연히 달라진다. 키요이의 메뉴판에는 재미있느 문구가 있다. ‘밤 11시 이후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한 특별 메뉴, 주인장 맘대로’이다. 실제로도 이곳엔 새벽 시간에 유독 혼자 오는 손님들이 많다.
임 사장은 “밤 시간에는 조용히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음식을 먹는 손님들이 많다”며 “대부분 말을 걸면 반가워 하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데 단골이 된 이들 중에느 이틀에 한번 꼴로 키요이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벤트’가 많은 것 또한 이곳만의 특별한 성공전략이다. 요리를 직접 맡고 있는 임 사장은 그날그날 재고로 남은 재료들로 이것저것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예를 들어, ‘야끼소바빵 만들어봤어요. 오늘 키요이 오는 분들에게 서비스로 드립니다’라고 덧붙이면, 실제로 이를 본 고객들이 찾아와 새 메뉴를 맛보고 품평회를 가지는 식이다.
임 사장은 “손님들의 대부분이 20~30대여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며 “이런 소소한 이벤트가 쌓이다보니 따로 가게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 효과가 컸다”고 성공비결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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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주현주 인턴기자 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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