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최운열 의원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 발의…공정위 “중소기업에 더 큰 피해”
[ECONOPOLITICS]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뭐길래
(사진)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이 전면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일단 향후 진행 절차 등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지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28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하도급법)’, ‘가맹 사업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가맹사업법)’,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대리점업법)’,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대규모유통법)’ 등 5개 법률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불공정 거래 규제 못한다는 비판 잇따라

각각의 개정안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조항을 전면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거래 행위 등에 대해 유일하게 고발할 수 있는 권한, 즉 전속고발권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공정위가 이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으면서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하는 등 불공정 거래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데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19대 국회에서 감사원·중소기업청 등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전담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최 의원 측의 설명이다.

같은 당의 최명길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감사원·중소기업청·조달청 등 다른 기관에서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한 건수는 총 12건에 불과하다. 감사원은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고발 요청을 하지 않았고 중소기업청은 2014년 5건, 2015년 4건을 고발 요청했다. 조달청은 올해 1건, 지난해 2건 등 총 3건을 고발 요청하는 데 그쳤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최운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불균형 성장, 양극화 등과 같은 국가적인 문제가 더 심화된다면 공동체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관계 등 공정 경쟁이 안 되는 환경이므로 이런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 자체가 어려워 공정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어 “그렇게 해야 중소기업에 경쟁력이 생기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곧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부품의 경쟁력이 제품의 경쟁력이므로 길게 보면 대기업으로서도 좋은 부품을 공급받아야 제품에 경쟁력이 생기지 않겠나. 그러려면 거래 관행에서의 공정거래, 부당한 공동행위 등이 근본적으로 없어져야 경쟁 풍토가 조성되고 기업의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ECONOPOLITICS]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뭐길래
◆ 공정위 “중소기업 득보다 실이 더 커”

국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공정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그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돌아간다는 게 공정위의 반대 이유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6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제3차 업무 현황 보고에서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해서 완전히 풀어버린다면 가장 우려스러운 곳은 중소기업”이라며 “중소기업은 인력 면이나 능력 면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훨씬 많은 피해를 볼 수 있어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지 공정위가 독자적으로 행하려고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정 위원장에게 질의를 한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 역시 “경제활동을 하다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면) 죄다 공정위에 고발하거나 경찰에 고소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변호사 등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중소기업은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중소기업에 미칠 파장을 생각해 전속고발권 폐지안에 반대한다는 공정위의 방침을 전해 들은 최운열 의원은 오히려 공정위 스스로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운열 의원은 “(공정위가) 중소기업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데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간에 법을 어기면 페널티를 받는 게 당연하다”며 “중소기업을 보호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원을 떠나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므로 누구든지 법을 지켜야 한다. 법을 어기고도 공정위에만 잘 보이면 괜찮다는 생각이라면 불법행위가 근절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안에 반대한다면 그건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문제”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최 의원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면 공정위뿐만 아니라 누구나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 부당한 공동행위 등을 검찰에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된다.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