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해외 직구 인기 품목]
미국 편중 벗어나 다변화…국가별 ‘구매 목적’ 차이 뚜렷
일본 ‘피규어’· 독일 ‘프리미엄 가전’ 인기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해외 직접 구매(직구)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에 편중됐던 해외 직구 시장이 중국·독일·일본·유럽 등으로 확대되고 구입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직구 시장 초창기인 2010년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패션 상품 품목의 구입이 두드러졌지만 최근에는 직구 대상 국가에 따라 직구의 목적이 달라지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

한때 70%에 달하던 해외 직구의 미국 의존도는 해외 직구 시장이 중국·일본·유럽 등으로 확대되면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이 8월 3일 발표한 ‘2분기(4~6월)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 및 구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해외 직구)은 411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669억원으로 전체의 64.8%를 차지했고 유럽연합(EU)이 792억원(19.2%), 중국이 332억원(8.1%)으로 뒤를 이었다. 일본은 233억원으로 5.7%를 차지했다.

해외 직구족은 주로 어떤 물품을 샀을까. 의류·패션 및 관련 상품이 1494억원(36.3%)으로 제일 많았다. 다음은 음식료품으로 2분기에 1071억원(26%)어치를 샀다. 가전·전자·통신 기기가 351억원(8.5%)으로 그 뒤를 이었고 생활용품 및 자동차 용품이 329억원(8%)을 기록했다.

구입 품목 또한 의류·패션 분야가 여전히 강세이긴 하지만 다른 품목과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가성비' 높은 샤오미 인기 여전

사실 그동안 소비자가 해외 직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얼마나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느냐가 직구를 하게 되는 주요인이었다. 최근에는 가격뿐만 아니라 제품의 안전성과 희소성 등을 따지는 등 직구의 목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국가별 해외 직구 인기 품목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최대 해외 배송 대행 서비스 업체인 몰테일에 의뢰해 올 상반기 국가별 해외 직구 인기 물품을 살펴본 결과 국가별로 직구 선호 제품의 특징이 뚜렷하게 갈렸다.

미국은 여전히 해외 직구의 큰 시장으로 꼽힌다. 올 상반기 미국을 대상으로 한 해외 직구는 여름맞이 패션·잡화가 강세를 보였다. 패션 브랜드 ‘록시’의 아동용 래시가드, 유아용 신발 전문 브랜드 ‘미니 멜리사’의 젤리슈즈, 여성들이 직구로 선호하는 브랜드인 ‘토리버치’의 지갑이 1~3위를 차지했다.

중국 해외 직구의 인기 품목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2014년부터 중국 직구 인기 품목에 줄곧 이름을 올리는 제품은 ‘샤오미’ 브랜드의 가성비 좋은 가전제품들이다. 샤오미의 공기청정기 ‘미-에어2’는 상반기 인기 품목 1위를 차지하며 국내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에서 전자제품 이외에 떠오르는 인기 품목은 킥보드다. 중국 제조업체 ‘21st 스쿠터’의 아동용 킥보드 제품은 현재 국내 킥보드 시장에서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킥보드 가격이 18만원 정도인데 비해 ‘21st 스쿠터’ 제품은 평균 6만원대로 가격이 저렴하다.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저렴하면서 성능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는 ‘21st 스쿠터’의 아동용 킥보드 제품은 상반기 인기 품목 2위에 올랐다. 3위는 샤오미의 보조 배터리가 차지했다.

일본 직구는 ‘부담 없는 가격’이라는 기존 직구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일본 직구에선 웃돈을 주고서라도 ‘희소성’ 있는 물건을 얻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일본 직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품목 중 하나는 바로 피규어다. 피규어는 제품 수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예약하고 길게는 6개월 이상 기다려 상품을 수령하는 이도 많다.

‘핫토이’ 제품인 ‘시빌워 아이언맨 마크46’은 내년 3월 발매 예정이지만 현재 예약 판매가 진행될 정도다. 또 피규어는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는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업계, 국가별 특화 서비스 개발

올해 일본 직구에서는 일본 브랜드인 ‘아트에프엑스’ ‘반프레스토’ ‘핫토이’ 등 회사의 피규어가 큰 인기를 끌었다.

독일 직구에서는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구매 비율이 높았다. 아에게·지멘스·밀레 등 설립된 지 100년 이상 된 전통 있는 회사들의 인덕션과 청소기 등 성능 좋은 고가의 제품들이 인기 품목에 올라와 있다.

특히 지멘스의 인덕션은 국내 평균 판매 가격이 200만원 전후지만 독일 아마존에서 직구로 장만하면 절반도 안 되는 72만원에 구매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편이다.

몰테일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국가별로 직구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 국가별 인기 품목을 살펴보면 중국·일본·독일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직구 목적에 뚜렷한 차이가 보인다”며 “해외 직구의 대중화를 위해서 국가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계속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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