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역직구에 비상 걸린 화장품업계]
보따리상 역직구로 몸살 앓는 화장품 업계
(사진) 홍콩에 진출해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매장.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해외 역직구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업계가 있다. 바로 화장품업계다.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화장품업계는 동종 업종이나 정식 유통 채널이 아닌 보따리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유학생 및 관광객을 포섭한 조직화된 보따리상들이 국내 면세점을 돌며 중국 내 인기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중국으로 반입, 온라인 등에서 판매해 중국 내 유통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설화수·헤라 등의 제품을 다수 보유한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의 오휘 브랜드는 면세점 제품 판매 수량을 1인당 5~20개(제품별 상이)로 제한하고 있지만 보따리상의 단속이 쉽지 않고 제한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보따리상들은 국내 영업을 하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특약점에도 손길을 뻗치고 있어 해당 업체들이 이를 단속하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

이미 특약점 조직이 안정화된 아모레퍼시픽은 몇 차례 이러한 움직임을 단속해 특약점 해지 등의 강력한 제재를 취하며 보따리상으로 물건이 빠지는 사태를 차단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유통 조직이 자리 잡지 못한 LG생활건강은 일부 특약점을 통해 보따리상에게 제품이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LG생활건강 오휘의 제품들이 특약점을 통해 보따리상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따리상 역직구로 몸살 앓는 화장품 업계
(사진) 중국에 진출한 LG생활건강의 오휘 매장. /한국경제신문

◆ 보따리상 통해 중국내 판로 개척하는 사례도

당장 판매율을 끌어올려 시장에서 자리 잡아야 하는 LG생활건강으로서는 보따리상을 통한 매출도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여타 중소 화장품 업체들도 겪고 있지만 오히려 보따리상이 고마울 지경이다. 마땅한 중국 내 유통 라인이 없는 이들 업체들은 다소 마진이 줄어들더라도 보따리상이 매출을 올려주고 중국 내에서 홍보해 주는 역할까지 해주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보따리상을 끌어들이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화장품 업체가 보따리상을 이용해 중국 내 판로를 개척하면서 소비자가격을 부풀려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고가에 화장품을 사기도 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업체의 횡포로 중국 시장에서 그동안 쌓아 온 한국 화장품에 대한 좋은 인식이 나빠질 수도 있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일부 중소형 화장품 업체들이 값싼 화장품을 고가로 위장한 후 중국 내에 유통하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 화장품 업체들이 고생해 이뤄 놓은 좋은 이미지가 이들 때문에 저하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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