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접고 ‘합병’ 택한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 중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1, 2위인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가 합병, ‘독점기업’이 탄생했다.
[강성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 열풍이 국내외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출시된 지 1주일 만에 이 게임의 이용자가 하루에 2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대박 모바일 게임이 됐다.
이웃 일본도 그 열기가 대단한 것 같다. 심지어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아베노믹스보다 경제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기사도 내놓고 있다.
게임 개발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한 것뿐만 아니라 신발 회사의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이유는 포켓몬 고를 즐기려면 야외로 나가야 하는데, 야외로 나가는 사람이 늘어나면 신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충전기와 자외선 차단 화장품, 주먹밥과 빵 등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닌텐도, 나이앤틱과 손잡고 ‘포켓몬 고’ 개발
흥미로운 것은 포켓몬 고가 출시된 후 포켓몬 캐릭터와 게임을 보유한 닌텐도의 주가가 널을 뛰었다는 점이다. 포켓몬 고 출시와 함께 닌텐도의 주가는 1주일여 만에 2배 가까이 폭등했다. 그리고 이후 급락해 현재는 출시 전보다 20% 정도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러한 급락 요인에 대한 분석이다. 미국 뉴스 매체 ‘더 버지’는 “소니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닌텐도의 주가 폭등 사태는 닌텐도가 포켓몬 고를 전적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잘못 판단한 투자자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급락의 이유를 분석했다
포켓몬 고 게임이 대박을 치니 투자자들은 당연히 닌텐도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했다. 그런데 정작 포켓몬 고 게임은 닌텐도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급하게 사들인 주식을 급하게 매각해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이다.
필자 역시 포켓몬 게임이 닌텐도가 개발한 것이므로 포켓몬 게임의 모바일 버전인 만큼 당연히 닌텐도가 포켓몬 고 게임을 개발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들여다보니 포켓몬 고 게임을 개발한 곳은 닌텐도가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에 뿌리를 둔 나이앤틱이라는 게임 회사였다.
나이앤틱은 존 행키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고 구글에서 분사한 게임 회사다. 존 행키 CEO는 구글에 재직하면서 구글의 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성공시킨 인물이다.
포켓몬 고 게임이 구글 지도가 갖는 위도·경도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나이앤틱은 구글에서 분사하고 일본의 닌텐도와 닌텐도의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았다.
포켓몬 고 게임은 존 행키 CEO가 닌텐도에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닌텐도의 포켓몬 게임을 모바일로 가져오고 이를 증강현실과 접목하면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였다. 이 아이디어를 닌텐도가 받아들이면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와 같은 포켓몬 고의 성공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두 기업의 적절한 협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닌텐도의 투자와 캐릭터 그리고 나이앤틱의 아이디어와 개발력이 적절하게 믹스돼 포켓몬 고가 성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둘 이상의 기업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전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것을 전략적 제휴라고 한다. 전략적 제휴는 다양한 영역에서 전개된다. 투자나 개발뿐만 아니라 유통과 마케팅 측면, 장기적 계약 관계 유지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전략적인 제휴는 서로 힘을 합해 시장을 확대한다든지, 위험을 분담한다든지, 부족한 자원을 공유하는 것이 그 이유가 된다.
‘친구와 적 : 언제 협력하고, 경쟁하고, 협력과 경쟁 모두에 성공할 수 있을까’의 공동 저자인 모리스 스와이저 와튼스쿨 교수와 애덤 갈린스키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상황에 따라 어느 기업이나 적군 혹은 아군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큰 손실을 경험한 뒤 다른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이 경쟁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전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합병으로 중국 차량 공유 시장 93% 장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트렌드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경쟁보다 협력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나 협력 모델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에 주목 받는 사례를 중심으로 몇 가지 살펴본다.
첫째 형태는 시장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중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의 합병이 좋은 예다. 우버차이나는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인 미국 우버의 중국 법인이다.
이 합병을 통해 기업 가치가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이 탄생했다. 그러면서 이 기업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중국 시장조사 업체인 신산업기술센터(CNIT)의 보고서에 따르면 9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는 중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다툼을 벌여 왔다. 양사가 이에 쏟아부은 금액만 최대 30조원 가까이 추산될 정도로 천문학적 규모였다. 최근까지 두 회사는 경쟁에 투입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 유치를 지속했다.
디디추싱은 애플로부터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 받았고 우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 펀드에서 4조원대 투자 유치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죽기 살기 식의 경쟁은 두 회사의 수익성에 치명타가 됐다. 우버는 이 과정에서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소모적인 보조금 전쟁을 중단하고 중국 내 자산을 매각하라고 압박했다. 이는 디디추싱도 마찬가지였다. 주주들은 지나친 경쟁으로 비용이 과다 발생하고 그로 인해 상장이 늦춰지면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의 합병으로 중국 시장은 큰 변수가 없는 이상 합병회사의 독식이 예상된다.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에 대한 만족감을 엿볼 수 있다.
청웨이 디디추싱 CEO는 성명을 통해 “디디추싱과 우버는 지난 2년간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우버와의 합의는 차량 호출 서비스산업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면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경로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CEO는 블로그를 통해 “기업가로서 이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고 중국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이제 수익을 내야 한다. 장기적으로 중국 승객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려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윈-윈’ 위해 손잡은 삼성전자와 BYD
둘째 형태는 전략적 협조 관계를 구축해 특정 사업의 가치사슬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견고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 삼성전자는 세계 1위의 전기차 회사인 비야디(BYD)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비야디의 9대 주주가 됐다. 주식 매입 대금은 약 5120억원으로 알려진다. 비야디는 2008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해 유명해진 회사다.
비야디는 휴대전화 배터리 제조회사로 시작됐다.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3년이고 본격적인 사업 시작은 2005년 시안의 자동차 제조업체를 인수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사업 시작 10여년 만에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했다. 작년 판매 대수가 6만1772대로, 판매량에서 선도 기업인 테슬라를 제쳤다.
비야디가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은 전기차 생산 및 판매를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기차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전자로선 확대되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면서 자동차 부품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근에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 마그네티마렐리를 인수하려는 의도도 이와 관련이 있다. 양사의 협력으로 바야디의 완성차 경쟁력이 보다 강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전기차용 반도체가 부품 공급 사이드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GE, 쿼키 통해 아이디어 수혈
셋째 형태는 아이디어 컬래버레이션으로 외부 기업이나 일반 대중으로부터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 개발이나 개선에 활용하는 것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13년부터 소셜 제품 개발 플랫폼인 쿼키와 제품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를 통해 GE가 보유한 다양한 특허 기술을 쿼키의 회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파트너십에 따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다양한 전자제품을 개발했다. 에어콘 아로스(AROS), 냉장고의 달걀 상태를 확인하는 에그 마인더(Egg Minder), 전원 조절기 피벗 파워 지니어스(Pivot Power Genius), 집 안 상태를 확인하고 조절하는 스포터(Spotter) 등이 상용화됐다.
레고의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는 온라인으로 다운 받아 레고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뿐만 아니라 레고의 사용자들이 직접 디자이너가 돼 온라인상에서 스스로 블록을 디자인해 주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레고의 오픈 플랫폼 ‘아이디어 레고’ 사이트는 사용자들이 제품 기획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누군가 내놓은 아이디어에 대해 또 다른 사람이 아이디어를 추가할 수 있는 협업 시스템도 구축해 놓고 있다. 그리고 각 제품 기획 아이디어를 사용자들이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높은 득표를 얻은 아이디어를 상품화한다. 이렇게 출시된 제품에는 아이디어를 제출한 사용자의 이름과 사진 등을 명시해 사용자들이 제품에 대한 기획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형태 이외에도 기업의 전략적 제휴나 협업 모델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다투는 기업 간에 경쟁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때로는 경쟁보다 협력이 더 큰 이익을 만들 수 있다.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하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협력을 하나의 모멘텀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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