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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들의 대결 된 美 대선…원인은 최악 빈부 격차
[한경비즈니스=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보수는 더 나은 오늘을, 진보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이 같은 시각차는 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만든다. 보수는 현재 상황 유지에, 진보는 미래를 향한 변화에 가치의 중점을 둔다.

2016년 미국 대선 주자들의 생각은 전통적 가치관과 다르다. 보수를 자처하는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보를 추구하는 민주당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미국은 이미 위대하다’는 신념을 강조한다.

보수와 진보 간 이념이 엇갈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 그리고 세계가 맞이하고 있는 위기가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자본주의의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1990년 전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간 대결 구도는 일단락됐다. 표면적으로 민주자본주의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자리를 차지한 채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아무리 훌륭해도 뭐든 독과점은 좋지 않은 결과가 뒤따랐다. 30년간의 민주자본주의의 독과점은 결국 사상 최악의 빈부 격차라는 위기 상황을 만들어 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말처럼 상위 10%가 90%의 자산을 차지하고 있는 현상은 매우 절망적이다. 상위 1%의 소득 점유율도 1990년대 이후 빠르게 상승해 어느새 20% 수준에 이르렀다.

부와 소득이 일부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절대 빈곤이 아니라 상대 빈곤이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진보 논객은 이번 미국 대선을 가난한 자들끼리의 대결이라고 요약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20~30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클린턴 후보를 선택해 줄지, 40~50대의 못 배운 백인 남성이 트럼프 후보에게 얼마나 몰표를 안겨줄지가 승부의 핵심이다.

어느 쪽이든 큰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클린턴 후보의 승리가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